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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작가 - 지용호]전복껍질의 에너지

‘타이어 조각’에서 변신, 경계 너머 전복껍질에서 생명의 영험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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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3-364호 왕진오 기자⁄ 2014.01.27 16:43:08

▲지용호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폐타이어로 다양한 변종 동물의 조각을 만들어냈던 조각가 지용호(36)의 작품이 180도 변했다. 4년 만에 한국에서 갖는 개인전에서다.

알록달록한 전복껍질이 빛의 굴절에 따라 오묘한 색채를 띠는 우주나 심해 속을 헤엄쳐 다니는 생명체의 모습을 띤다. ‘오리진’시리즈와 기존 타이어 작품 ‘뮤턴트’시리즈 1점 등 16점의 작품을 1월 23일부터 2월 1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제3전시장에서 선보인다.

타이어 작가로 살아온 지난 10년의 작업을 전환하게 되는 이번 전시는 동물에서 인간까지 구체적 형태를 재현한 전작에 비해 외계생명체와 같은 느낌의 곡선으로 이루어진 추상의 형태를 지향한 작품이 함께 한다.

지용호 작가는 “새로운 종을 만듦으로써 자신만의 종의 계보를 체계화했던 작업에 고착되는 것을 떨쳐내고 싶었다. 미래지향적인 작업을 고민하던 중 지인과 방문한 전복 집에서의 전복껍질의 빛의 굴절을 본 순간, 어린 시절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낼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작업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For. Buffalo 1, 2012, Used tire, stainless steel, 620x230x190cm


또 “살면서 접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작품에 고착화되는 것 같았다. 태어나면서 머릿속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화지와 같은 순수성을 찾아보고 싶었다”며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하는 생명체도 얼핏 본 듯한 형태지만, 무의식중에 UFO같은 모양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창작물인 순수 형상을 통해서 기존의 형태와는 어떠한 연결 고리도 없던 작업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조각을 펼쳐낸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존하는 물질을 이용해 이에 도전해 보려는 작가의 의도는 자연물에서 재료를 찾게 됐다. 자신만의 디자인을 시도해, 공상 과학 영화의 인공물과 같은 이미지가 탄생하게 된다.

▲F.O 5-1, 2012, Abalone, FRP, 240x50x240cm


그가 택한 재료는 바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조개류 껍질이다. 조개류 껍질은 딱딱하고 견고하기 때문에 단순한 원형이나 타원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형상들을 그린다. 여기에 생명감과 통일성, 일관성, 충실감 등을 토대로 재구성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을 도면화 시켜 수작업으로 완성시켰다.

기존의 작업을 토대로 다음 작업을 구상하며,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재현과 오리지널 사이의 고민은 지속될 것이라 말하는 작가에게 ‘진정한 창조’란 재현된 것인지 재현되지 않은 어떤 것인지, 아니면 그것은 영원한 신의 영역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예술의 고유한 가치 진, 선, 미는 불변한다는 것이다. 작가로서 자신의 의무는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미적 질서를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F.O 7-1, 2012, Abalone, FRP, 240x200x50cm


가나아트센터에서 4년 만에 개인전

지 작가에 있어 예술의 정신이란 물질이 내재하고 있는 일종의 생명력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라 여겨진다. 다만 두 시리즈의 차이점은 뮤턴트 시리즈에서는 야생이라 부르는 초자연적인 에너지에 대해 주목하여 속력과 에너지의 발산을 통한 긴장감을 극대화하려 했다면, 오리진 시리즈에서는 에너지가 내재화되는 동시에 작품을 둘러싼 공간 속으로 조용히 느릿하게 확산되어 간다는 점이다.

예술비평가 허버트 리드는 조각을 ‘촉각적인 예술’ 이라 했다. 조각은 시각과 촉각이 공감각적으로 반응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장르이다.

조각가는 여러 신체 기관 중에서 손의 노동을 통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손에 다양한 물질을 작업의 재료로 삼고자 하는 태도는 자연스럽다. 현대조각에서 전통적인 재료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용호 역시 경계 너머의 새로운 재료에 도전하고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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