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 탐방]코스피 박스권 탈출…수출주가 키 쥐고 있다
코스피지수 ‘상고하저’ 흐름 예상, 코스피밴드는 1900~2320p
『올해 들어서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며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본격화와 더불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본격적인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무역규모 확대가 이머징 국가들의 투자매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B저널은 그간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탐방하며 올해 경제 및 증시 전망을 9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제공해왔으며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마친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업계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백관종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전문가들의 경제 및 증시전망에 대해 상세히 들어봤다.』
백 센터장은 “올해는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는 등 무역규모 확대에 힘입어 국내 수출이 늘어나며 기업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과 연기금의 자금도 꾸준히 증시에 유입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올해 2분기 2320p까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세계 자금이 선진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지만, 올해에는 투자매력도가 높아지는 이머징 국가로도 자금 유입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백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지수는 하반기보다는 상반기가 높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이 예상되고, 코스피밴드는 1900~2320p 사이를 움직이며 2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상고하저’가 예상되는 5가지 이유
올해 증시는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 본격적인 세계 경제회복에 따른 물동량의 증가로 무역규모 확대가 이머징 국가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이들 국가의 투자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이유로 2011년 이후 세계 무역규모가 감소하면서 국내 수출증가율이 둔화돼 기업실적도 악화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2012년 말 OECD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전환한데 이어, 올해 세계 GDP 성장률도 높아질 경우 국내 수출의 개선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는 연쇄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높여 코스피의 박스권 탈피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올해 주식시장의 흐름이 ‘상고하저’로 전망되는 이유는 ① 국내 기업들의 분기별 이익모멘텀이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이고, ② 미국의 양적완화가 올해 3분기 이후 종료되며 금리와 경기둔화 부담이 확대, ③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내년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 ④ 상승 추세의 OECD 경기선행지수가 하반기에 하락이 예상되고, ⑤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9월말 재차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의 합의 난항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 센터장은 또한 상고하저를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 “올해는 2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6월 브라질 월드컵,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등 스포츠 이벤트가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하반기에 증시가 다소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외국인 매수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금리가 인상될 경우 채권투자 매력이 줄어들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갔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기업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지면서 외국인 등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상반기 경기민감주, 하반기 경기방어주 비중확대
올해 주식시장은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미국 연준의 본격적인 양적완화 축소가 가져올 부작용 역시 가늠하기 어려워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어서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 결국 주식시장의 관건은 경기회복에 따른 이익개선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선진국의 금리 상승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장률과 금리의 역학관계를 감안하면, 연간투자 전략은 상반기에는 경기민감주에, 하반기에는 경기방어주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인데, 주식시장의 정점이 2분기로 예상되고 있어 3분기부터는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조성준 연구원은 “완만한 세계 경제성장률과 환율 안정을 바탕으로 수출이 늘어나 코스피의 EPS가 전망치 대비 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한 수급적으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보유비중을 36.4%로 높여 추가적으로 9.1조 원의 매수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코스피밴드 1900~2320p 범위 내에서 밸류에이션 상 주식시장의 하단부는 PER 8.5배, 상단부는 PER 10.1배를 적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3분기 이후 증시의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연간 전체의 주도 업종은 소재, 에너지, 자본재, IT, 자동차 등과 같은 경기민감 업종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세계 무역 확대로 국내 수출주 투자매력이 높아졌고, 올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소재, 산업재 섹터 비중이 확대되며, 3가지 국제 스포츠 경기 개최로 IT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시 전망의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3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가 경제 조건으로서 완만한 세계 경제회복과 안정적인 물가수준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성장국면에 진입할 경우 국내 수출 개선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개선시켜 코스피의 박스권 탈피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물가 안정도 주요 이슈인데, 올해 전 세계 물가상승률은 3.76%이며 선진국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나 이머징은 전년 대비 오히려 하향 안정될 전망이다.
둘째는 실적 여건으로서 국내 기업이익의 완만한 개선 전망에 있다. 국내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30.7조 원으로 추정되고, 올해 전망치의 경우 15.9% 증가한 151.4조 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외리스크를 감안해 EPS가 보수적으로 7% 늘어나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부진했던 소재, 산업재 섹터의 실적이 올해는 개선되면서 실적의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수급 여건으로서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과 선진국에서 이머징으로의 자금 이동 및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9.1조 원을 추가 매수하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국내의 기관 수급은 연기금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증시에 영향 줄 변수에 대한 전망은
백 센터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 전망에 대해서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양적완화 축소가 3분기 정도면 종료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변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난해 봄까지는 월평균 1100억 달러였는데, 지난해 3월부터 양적완화 축소 법안이 시행되며 지난 연말 기준으로 재정적자 규모는 300~40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이에 국채발행 필요성이 많이 줄었고, 연준이 국채를 많이 사줘야 할 이유도 적어졌다.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경기도 좋아진 상태다.
유럽과 일본이 경기부양 등을 위해 추가로 금융완화에 나설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무리하게 금융완화를 해놨는데 이들의 경기 회복 단계로 볼 때, 추가로 금융완화에 나설 것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 센터장은 올해 중반쯤에 ‘그레이트 로테이션(글로벌 자산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는 채권 매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리 매력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가 상당폭 올라왔고 채권 가격도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자본 손실이 줄어들면서 채권 투자가 할만해 진다. 채권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줄어드는 반면, 주식시장은 그동안 자금이 많이 들어와서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 센터장은 투자 위험 요소에 대해 “올해 주식시장에 부담될 수 있는 대외적 요인으로는 미국이 내년 예산과 부채 문제로 삐거덕거리는 것이다. 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대내적 요인으로는 실적 추정치가 되게 낙관적이어서 지난해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는 없고 어닝 쇼크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크다. 또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사줘야 하는데 글로벌 펀드 흐름이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