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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중국 비즈니스 매너와 스피치’ ②]중국식 릴레이 접대, 한국식 끼어들기 답례

중국인과 연회에서 답사, 건배사, 음주 순서 제대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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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4호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2014.04.14 13:32:02

당서기  “르어리에 후안잉 한구어 쩡푸팡원투안 이씽(热烈欢迎韩国政府访问团一行)! 한국 정부방문단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한국대표  “지금 당서기님이 우리가 와서 너무 좋다고 하시는 거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한국대표  “내가 중국어는 몰라도, 저 신난 표정과 상기된 목소리에서 느낌을 알 수 있네.”
  “네, 우리를 뜨겁게 환영(热烈欢迎)하고 계세요.”
한국대표  “세상에. 어쩜 저렇게 열정적이실까. 정말 고맙네. 저 분 인사 끝나면 바로 일어나서 답사하게 준비해.”
  “네? (그건…)”


여성리더가 대표인 한국 정부방문단을 수행해 중국 산동성의 한 도시를 방문했다. 영웅호걸의 도시가 산동이다. 딱 보기에도 한 주량 할 것 같은 넉넉한 풍채와 호탕한 웃음,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도시의 당서기 환영사가 시작됐다. 미처 중국 측 통역사가 입을 떼기도 전이다. 중국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 리더는 정확하게 당서기의 뜻을 이해했다. 한껏 들뜬 표정과 목소리로 한국 방문단을 뜨겁게 환영하는 당서기의 환영사에 감동받았다.

그녀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당서기의 환영사가 끝나자마자 답례를 해야겠다고 했다. 평소 술 한 방울 입에 담지 않고, 누구에게도 술을 따라주는 법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감사의 술을 권해야겠다며 일어날 채비를 하며 술병을 찾았다.

당황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서기 환영사 끝나면 바로 시장 환영사가 이어질 거 같은데요.”
한국대표  “뭐? 아니 정무가 바쁜 당서기님이 저렇게까지 환영하시는데 내가 바로 인사를 해야 예의지.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계속 듣고만 있나. 내가 바로 답사하겠다고 통역해.”
  “네? (그건…)”


중국인과의 비즈니스에서는 기다림이 중요하다. 중국 파트너를 오랜만에 만나 기쁘고, 극진한 대접에 감사한 마음이 깊이 새겨졌어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발언권과 권주권이 돌아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 중국인과의 비즈니스에서 매너 포인트는 바로 ‘타이밍’이다.

TV에서만 보던 중국의 성대한 요리향연이 펼쳐진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해변도시답게 다양하고 신선하고 값비싼 해산물 요리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이곳에서도 귀빈들에게만 대접한다는 52도의 특산 빼갈(白酒)도 준비됐다.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당서기의 열렬한 환대까지 더해졌다. 당서기가 직접 음식을 덜어주기까지 한다.
한국대표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평소 기관장으로서 행사를 주도하는 습관이 있기에 더욱 더 마음이 답답한 듯하다. “계속 앉아서 접대를 받기만 하면 예의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라며 나를 쿡쿡 찌른다.  


한국대표  “당서기면 엄청 높은 직위지?”
  “네, 아주 높은 분이에요.”
한국대표  “그렇네. 시장이 오히려 직원 같아 보이네. 저분 환영사까지만 끝나면 이제 우리 측에서 차례로 답사하면 되는 거지?”
  “네, 보통은 그렇게 되는데요, 어쩌면 다른 분이 더 하실 수도 있어요.”
한국대표  “뭐? 시장 환영사 끝나고 나면 내가 바로 해야지. 더 기다리라고?”
  “네? (그건…)”


중국에서는 보통 메인호스트와 서브호스트 두 명이 짝을 이뤄 접대를 주도한다. 서브호스트는 메인호스트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다. 따라서 서브호스트는 대부분 주량과 유머감각, 리더십, 세심함을 겸비했다. 접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그는 메인호스트에 버금가는 힘이 있다. 메인호스트의 환영사가 끝나면 다함께 축배를 든다. 다음 서브호스트에게 환영사 바통이 넘어간다. 메인호스트와 서브호스트의 환영사가 모두 끝난 뒤가 한국대표가 답사할 시간이다. 이때 중국 측과 마찬가지로 방문단 대표의 답사에 이어 부대표의 스피치가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서브호스트의 환영사가 끝난 후, 메인호스트의 인물지정 등으로 중국 측의 환영사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쭝구어런 하오커(中国人好客,중국인은 접대를 즐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융슝한 대접을 하는 게 그들이 문화이다. 호스트들이 릴레이를 하며 마음껏 베풀고자 할 경우, 한국인 방문단은 어색하고 민망하더라도 초대받은 게스트로 충분히 그들의 접대를 잘 즐기는 게 매너다. 한국 방문단은 중국 측의 릴레이 환영사가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한다. 중간에 바통을 빼앗아 답사를 하거나, 너무 감사한 마음에 “저도 한 잔 드리겠다”고 권하면 예의에 크게 어긋난다.

개인이 전체에게 하는 권주는 리더 직급만 할 수 있다. 다만 리더의 공식 환영사와 답사가 끝나면 융통성도 있다. 자리의 성격과 시간 관계상 예외적으로 방문단원 또는 리더의 인물 지정에 따라 권주를 할 수 있다. 직급이 비슷할 경우 시계 방향 순으로 일대다수로 술을 권할 수 있다.

전체 환영사와 답사 축배의 시간이 끝나면 단독 건배제의 타임이다. 먼저 메인호스트가 메인 게스트에게 단독 건배제의를 한다. 환영사와 마찬가지로 메인게스트는 바로 답례하지 않는다. 잠깐 음식을 즐기며 속을 달래는 시간을 갖는다. 서브호스트의 단독건배 제의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브호스트의 단독 건배제의까지 끝나면 비로소 메인 호스트, 서브호스트 순으로 답례를 한다. 리더들의 단독 건배제의 타임이 끝나면 단원들도 자유롭게 자리를 이동하며 서열에 따라 단독 건배제의를 해도 좋다.


정지우 = ‘중국문화 동시통역사’로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다. SBS,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의 동시통역사로 인기가 높다. 대법원 등의 관공서에서 통역을 하고, 삼성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CJ 등 글로벌 기업에서 중국 비즈니스 매너에 대해 열강하고 있다. 중국 북경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중국 교육부가 인정한 유일한 외국인 CS 전문강사다. 주중한국대사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당관, 인천시 중구청 국제교류담당관을 지냈다. www.chinacs.kr

-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정리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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