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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무총리 잔혹사’는 국력낭비다 “국익우선, 창조경제 이끌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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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5호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14.07.03 08:59:3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국무총리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안기부장(국정원장) 또는 실세 수석 비서관보다 실권이 없었던 적이 많다.” “총리실은 춥고 배고픈 부처다.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라는 게 얼마나 별 볼 일 없는 자리인 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펴낸 책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에 있는 내용이다. 과거 국면전환용 개각에 등장하는 대독총리나 의전총리를 많이 봐왔기에 총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몰랐다. 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부를 총괄한다.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등 권한을 갖는다. 국가 공식 의전 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5위다.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 낙마…신상털기 인사청문회 검증 바뀌어야

정 의원은 행시 합격 후 문화체육부와 총리 행정조정실·비서실에서 19년을 근무했다. 총리 비서실에서만 15년을 지냈다. 이명박 서울시장 때 정무부시장,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 1987년 17대 진의종 총리부터 32대 박태준 총리까지 18명을 모셨다.  책에는 역대 총리들의 사적인 면모와 함께 총리실의 허상과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3년 전에 나온 책을 다시 꺼내든 건 최근 총리 후보들의 잇따른 낙마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상현상이 빚어졌다. 엊그제 기자 출신 문창극 후보가 자진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은 두 번째 낙마다. 정 총리 유임으로 인선이 잠잠해졌지만, 낙마를 놓고 집고 넘어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관예우 덫에 걸린 안 후보와 달리 문 후보는 인격살인에 가까운 생채기를 입었다. 친일파로 몰리는 등 신상털기 여론몰이 검증에 시달렸다. KBS 교회 강연내용 보도가 결정적이었다. 동영상을 보면 거두절미해 왜곡 편집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위장전입과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단골 낙마사유도 없었다. 보수 언론인 이미지가 되레 이념논쟁과 진영논리에 휘둘렸다.

이번 문창극 후보의 낙마를 보며 공인에 대한 예우를 생각했다. 출퇴근 시 마이크를 갖다 대는 취재행태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준비 안 된 언행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 어떤 모습일까. 승용차에 오르내리는 짧은 시간에 과연 무얼 취재할 수 있나. 공식브리핑 공간에서 정식으로 의견을 들어야 옳았다. 낙마와 관련해 총리실의 사전 준비 미흡이 영 개운치 않다.


총리 평균 재임기간 1년 3개월…“진정한 개혁, 국가 개조 시급하다”

총리 공백은 정상이 아니다. 국정공백이자 국력낭비다. 총리 자리는 ‘잉여(剩餘)’가 아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그만이 아니다. 총리 지명을 받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다 자진 사퇴하는 건  비정상의 극치다. 여론추이가 검증의 잣대가 되면 곤란하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국익창출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은 시대적 과제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총리 지명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선한 50대 발굴에 힘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당시 경남지사를 지낸 40대 김태호 후보를 발탁했다. 인사청문회법은 14년 전 16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제 인사청문회는 바뀌어야 한다. 능력과 자질 등 정책문제는 공개하되, 신상문제는 비공개로 하는 게 옳다. 

총리는 조선시대로 보면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영의정 자리다. 조선왕조 494년간 영의정은 162명, 평균 재임기간은 2년 7개월이다. 정부 수립 후 초대 이범석 총리부터 41대 김황식 총리까지는 38명, 평균 재임기간은 1년 3개월이다. 조선왕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두언 의원이 책에서 강조한 건 ‘진정한 개혁’이다. 법과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가개조는 거창하고 담대한 게 아니다. 자기 발밑에서 시작해 본분을 지키면 된다. 남 탓보다 내 탓이 우선이다. (조고각하 照顧脚下) 국무총리 잔혹사는 국력낭비다. 아우슈비츠 박물관 정문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가는 그 과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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