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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근의 중국부자 이야기]2% 부족한 기부와 자선

중국부호의 뉴욕타임스 전면광고 ‘노숙인에 식사와 현금 300달러 선물’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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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7호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2014.07.17 08:50:3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중국의 부호들은 중국인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을까? 지난 6월 세계 최강국 미국의 극빈자들에게 현금 300달러(30만5000원)씩 나눠주겠다는 중국 괴짜 기업인의 약속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 괴짜 기업인은 7억4000만 달러(약 7518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천광뱌오(陳光標) 중국 장쑤황푸 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000명의 노숙자에게 식사와 현금 300달러를 선물하겠다고 전면 광고를 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레스토랑에서 노숙자 250명에게 살짝 그슬린 참치와 필레미뇽 스테이크 등으로 이뤄진 코스 요리를 직접 제공했다. 식사 도중 80년대 아프리카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곡인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불렀다.

하지만 애초에 천 회장이 노숙자들에게 300달러를 주는 대신 뉴욕의 노숙자 구호단체에 9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계획을 변경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부 손님들은 불만과 분노를 야기 시켰다. 

천광뱌오 회장은 왜 이런 이벤트를 미국에서 벌였을까? 중국 부자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국부자들은 최근 세계적인 부호로 성장했다. 그들은 막대한 차이나머니를 가지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 부동산과 빌딩을 사들이고 세계적인 명품과 자국의 예술품을 사는데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부자가 이행해야 할 사회적·도덕적 책무에 대해 깊은 인식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세계 최고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중국의 부자들은 명품과 예술품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만 ‘자선’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을 했다. 이런 배경에 따라 천광뱌오 회장은 중국부자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싶어 미국에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자선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아직까지 중국부자들은 돈을 버는데 혈안이다. 중국부자가 2%로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부나 자선이다. 중국의 부자들의 기부액은 얼마나 될까? 매년 중국 부자 목록을 발표하는 후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부금 상위 100명에 든 자선가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낸 금액은 8억9000만 달러였다. 이는 미국 미국의 상위 50명 자선가들의 기부금(77억 달러)에 비해서는 8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부호 100명이 낸 기부금을 모두 더해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와 그의 부인이 낸 기부금(10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중국부자만 기부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중국 인민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의 한해 기부액은 대략 25위안(약 4200원)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자선기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자선 기부는 전년에 비해 3.5% 증가한 332억 위안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자선기부 비율이 0.01%에 불과해 미국의 2.2%와 큰 차이가 있다.

▲천광뱌오 회장의 미국 자선행사


기부금 모금을 주관하는 기부단체 수에서도 미국은 7만5595개에 이르지만 중국은 1800개에 불과하다. 중국인들의 한 해 평균 기부액 25위안은 베이징 스타벅스 커피숍의 아메리카 커피 한잔 가격이다.

그렇다면 중국부자들이 기부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기부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중국 기업인들의 부(富)에 대한 인식은 축적에 있다. 그에 따라 기부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적인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2010년 중국의 상위 부자 50명에게 베이징(北京)에서 자선 만찬 행사를 하자고 초대장을 보냈을 때 단 3명만이 답신을 보내왔다. 기부에 대한 압박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중국부자들이 기부에 인색한 3가지 이유

둘째, 기부 시스템의 불편함이다. 중국에서 자선단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등록 절차가 까다롭고 설립 이후에도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미등록 상태로 있는 기구도 많다. 그런데 미등록 단체는 투명성이 낮아 기부자 유치에 애를 먹는다. 가장 큰 문제는 기부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불신의 벽이 높다는 점이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그 누구도 쉽게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다. 중국의 부자들은 자신들이 애써 모은 재산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중국은 아직 상속세가 없다. 따라서 기부를 하기보다는 온전히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더욱이 1자녀 정책은 하나뿐인 자식을 더욱 챙기려는 욕구에 부채질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부자들의 기부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나아질 것이다. 중국은 해마다 중국10대 자선가를 선정해 시상을 하고 있다. 또 부자 보고서인 후룬리포트의 대표 영국 회계사 루퍼트 후거월프도 연말에 영예의 자선가를 시상하면서 기부를 장려하고 있다. 다행히도  앞으로 중국부자의 기부나 자선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후거월프가 “부자순위에 오른 100명 가운데 상당수가 기부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기부에 나설 부자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최고 자선왕-차오더왕(曹德旺) 회장


올해 4월 포브스 중문판은 중국 자선명단 100명을 발표했는데, 기부금 총액은 44.6억 위안이었다. 2013년의 46.5억 위안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1억원 위안 이상을 기부한 기업가는 총 12명이나 될 정도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기부액이 증가했을까?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중국에서 기부행위가 자신들의 재정이나 경력 그리고 가정사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소재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자선 활동 분야에서 상위 순위에 있는 사업가들은 정부의 조사, 주가 하락, 정부의 보조금 삭감 등에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둘째, 중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외국의 유명대학에 지원할 때 봉사활동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제1세대 사업가들은 부의 상속을 생각하면서 자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부자들이 자선목적으로 개인적인 공익신탁을 세우고 있음이다. 그 대표적인 자선가는 현재 40억 달러 재산으로 중국 29위 부자에 올라있는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다.

중국의 100대 자선가들의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면 부동산재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주로 교육, 사회 공익, 빈곤층 돕기, 환경보호, 재해구호, 문화, 건강 등 7개 부문에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에 대한 기부액은 전체의 36%에 달했으며, ‘모교 기부’ 칭화(淸華)대, 베이징(北京)대, 샤먼(廈門)대 등에 집중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선가는 푸야오(福耀)유리그룹 차오더왕(曹德旺) 회장, 중국의 맨시티‘구단으로 불리는 헝다축구클럽 쉬자인(許家印) 회장, 天地그룹 회장 량슈(楊休) 회장, 부동산재벌 완다(萬達) 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 등이다.

송행근 = 중국문화학자로 전북중국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하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국시가의 이해’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송행근의 요절복통 중국’과 ‘송행근의 차이나리뷰’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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