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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김철우]살기 위해 그리기, 그리기 위해 살기

길에서 바라본 세상 풍경, 렌즈보다 선명하게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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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9-390호 왕진오 기자⁄ 2014.08.04 14:35:16

▲김철우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화려한 장식으로 머리를 치장한 검은 여인, 가죽 자켓과 짧은 치마로 한 것 멋을 낸 젊은 여자, 어디론가 떠나려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바삐 움직이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낯선 여행길에서 그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화가에게 이채로운 대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케치 여행이 생활의 전부인 작가 김철우(59)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여행을 하며 한적한 벤치에서 바라본 도심의 풍경이다. 일상의 거의 모든 사생활을 사생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는 그가 잠시 망중한을 보내면서 눈에 담은 이미지들이다.

살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닌 그리기 위해 나머지를 산다고 하는 게 적합할 정도이다. 또한 스케치 대신 카메라가 대신하고 심지어는 재해석이라는 미명아래 사진작가의 시선까지 복사한다. 자신의 손재주 자랑만 늘어놓는 현실에서 세상을 화폭에 담기 위한 발품이 의미를 더한다.

▲프랑스 센강


자기 성찰로 세상을 바라보며 산을 사랑하고 산을 즐겨 찾으며 산에서 배우며 산을 즐겨 그렸던 작가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있었던 추상적 모호함을 버리고 사실주의 수채화가로서의 길을 선택한 작가로 입지가 굳어져 있다.

작가가 산을 좋아하는 것은 산의 중후함과 평정심을 찾는 인간에게 거대한 가슴으로 항상 품어주는 무언의 현자처럼, 사람이 성품이 갈수록 침착하지 못하고 행동이 신중하지 않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가슴 깊은 곳에 산을 닮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음이 분명하다.

여행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쁜 와중에도 수채화구를 달랑 짊어지고 전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멋진 풍경을 즐기며 그림을 그리던 그가 주목한 것은 사람의 정취가 묻어나는 삶의 모습이었다. 틈나는 대로 바람처럼 떠돌아다닌 흔적이 배어나오는 것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생명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정신 훼손과 파괴의 바이러스가 우리사회 도처에 만연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예술은 우리 삶에 어떠한 역할을 지향해야 하는 가를  수개월 동안 유럽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외국의 풍물과 자연을 그려냈다.

각 계절의 온도, 습도를 체감하면서 가마솥더위나 손이 곱는 추위에도 꾸준히 자연을 작업실 삼아 손목에 쥐가 나도록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붓놀림하고 있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최근 현대미술의 큰 흐름에서 보면 수채화를 고집하는 그의 열정은 얼핏 진부한 방법처럼 보인다. 미술계의 전반전인 경향이 지나치게 물질화되어 그 규모에 신경을 쓰고 대중에게는 작고 부드러운 어떤 일면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그림의 본질을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는 현상 때문일 수 도 있다.


자연을 닮아가는 게 인간의 바람직한 모습

하지만 옛날 작가들이 물질의 본성을 잘 이해하며 화지와 물의 교섭을 지혜롭게 잘 다루어 나타내는 현상 뿐 아니라 그 작용하는 곳에서 깊은 사물의 정신성을 배워 멋진 작업을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을 떠올린다면, 수채화가 그리 고리타분한 장르는 아닐 것이다.

그림의 무게는 결코 크기와 재료 또는 장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것이 그 무엇이었던 진실 된 감정이 그 안에 녹아 있고 그 감정을 공감하게 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미술의 본질일 것이다.

작가 김철우의 수채화는 지나치게 현란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감각적이지 않다. 극도의 번짐 효과를 억제하며 절제한다. 가볍고 부드러운 재료를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 같다. 그는 그렇게 수채화를 완성시킨다.

▲파리에서


젊은 날 그의 드로잉 솜씨는 남달랐다. 물체의 형태를 잡아내거나 객관화 시키는 솜씨가 일품이었고 색을 다루는 솜씨는 그 멋을 더했다는 것이 그를 아는 화단의 평이다.

수많은 스케치 여행을 통해 선보이는 그의 작업에는 그 기법이나 소재의 유사성으로 차별화되지 않아 보일 수 있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변화라는 명제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느긋하게 펼쳐놓는 선에서 큰 바위가 도로 포장용 골재가 되듯 진행속도가 눈에 띄지 않는 정중동의 변화를 택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 인간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김철우의 풍경화를 통해서 그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지(同志)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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