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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삼성전자가 ‘전과자’ 노정석에게 배울 점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갇히면 큰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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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3호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14.08.28 09:01:0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올해 마흔을 바라보는 노정석 씨(39)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벤처기업인이다. 흔하디흔한 해외유학 경험도 전무한 토종이지만, 벤처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남다른 휴머니즘을 갖춘 실력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해커라는 닉네임도 늘 따라 다닌다.

파이브락스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노씨가 최근 엑시트(투자금 회수)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업체 탭조이에 지분 100%를 400억에 매각했다. 2008년 구글이 아시아 최초로 사들인 기업도 그의 회사(태티앤컴퍼니)였다. 당시 매각액은 500억 규모. 실리콘밸리 벤처보다 더 잘하는 것을 찾아내겠다는 의지가 결실을 본 거다.  


해외유학 전무한 토종의 성공신화…美 실리콘밸리가 주목

2010년 세운 파이브락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선두주자다. 세계 최고로 모바일게임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세계 700여 개 게임 개발사를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수익을 올리지 못했지만, 데이터분석 기술을 인정받아 단번에 대박을 터트렸다.    

벤처업계의 기린아 노씨는 전북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 전산학과 3학년 때인 1996년 일찍이 유명세를 탔다. 포항공대와 해커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KAIST 컴퓨터동아리 쿠스(KUS) 회장을 맡아 포항공대의 학사행정을 초토화시킨 해커의 장본인이었다. 이후 교도소에도 갔다 왔다. 전산학과에 입학했지만 경영공학과로 학과를 바꿔 10년 만에 졸업했다.

교도소에 갔다 온 후 손가락질도 당하고 냉대도 받았다. 전과자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채 매일 만화방에 들렀다. 어느 날 만화를 죄다 섭렵하던 중 할 일 없이 만화방만 가는 게 창피했다. 자신의 꿈이 뭔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교도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떠올랐다. 비록 위험성이 크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특화된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노씨의 삶을 변화시킨 계기는 교도소 수감과 병영훈련 입소였다. 27살 뒤늦은 한 달 기간의 병역특례훈련이었지만 수양록을 쓰며 인생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 기간 ‘전략의 본질’ (노다카 이쿠지로 저) 이란 책을 읽고 현려형(賢慮形 wise) 리더십을 깨달았다. 2차 세계대전의 성공적 요체를 분석한 책이다. 상황에 맞게 객관적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의 덕목이 나와 있다.     


황태자 이재용 뒤늦게 M&A 열공…“혁신 못하면 퇴보다”

1998년 SK텔레콤이 보안시스템을 발주했다. 조건은 한 가지, 철옹성이라 불리던 자사의 홈페이지 시스템을 뚫을 수 있는 회사와 계약하겠다는 거다. 노씨는 하루 만에 해킹에 성공해 사업권을 따냈다. 처음 창업한 벤처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해킹은 기술이 10%, 인간심리의 이해가 90%라 말한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실마리가 풀린다는 거다.

노정석 씨는 리스크가 클수록 리워드(보상)가 크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길은 안정적일지는 몰라도 이미 포화상태다. 성공 가능성도 낮다. 처음부터 큰 판을 노려야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다고 생각한다. ‘벤처 골드러시’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엔젤’로 변모하고 있다. 유망하지만 사업자금이 없는 창업 초기단계 벤처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액은 25조다. 일자리창출과 경제성장의 버팀목이다. 해외 IT기업의 한국 스타트업·벤처 투자는 줄을 잇고 있지만, 국내 IT분야 대기업의 M&A 투자실적은 초라하다. 삼성전자는 최근에야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외 유망 IT기업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해 실적은 고작 7건에 불과하다.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기업이 덩치가 커지면 혁신이 퇴보한다. M&A를 통해 부단히 혁신을 수혈해야 지속가능해진다. 갈라파고스 섬은 외부와 단절돼 생물이 완전히 다르게 진화했다. 기업이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갇히면 망한다. 날마다 새로워지지 않으면 퇴보하는 거다. (불일신필일퇴 不日新必日退)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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