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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수보드 굽타]“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

인도의 삶과 일상을 현대적인 미술로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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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4호 왕진오 기자⁄ 2014.09.04 09:17:06

▲두 개의 블렛 작품과 함께한 수보드 굽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평생을 인도에 거주하며 경험한 인도인들의 삶과 애환, 일상과 문화 속에 녹아있는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이 현대미술의 세련된 언어로 변환되는 세밀한 과정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인도인들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상징적이고 거대한 기념비를 만들며 세계적인 아트스타의 반열에 오른 수보드 굽타(50)의 작품 세계이다. 그는 인도의 모든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부엌용품, 황동제 고물 식기, 힌두 문화를 반영하는 소 배설물이나 우유 같은 소와 관련된 성물(聖物)들을 주요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통해 마련된다. 아라리오갤러리가 8월 29일 중국 상하이에 새로 문을 여는 전시공간의 개관기념전의 일환이다.

▲두 개의 불렛(Two Bullets), 로얄 엔필드 브론즈 캐스팅, 실제 크기, 2014. 사진 = 아라리오갤러리


수보드 굽타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종교적이며 지엽적인 기호들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과 빠른 서구화라는 인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동시에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세련된 조형언어와 만나며 현대미술계의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는 힌두의 문화인 정(淨)과 부정(不淨)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한다. 한 때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음식을 담던 낡은 그릇들 위로 끊임없이 샘솟는 분수는, 생명의 근원인 물조차 함부로 마실 수 없게 만든 계급사회에 대한 서글픔 은유이자 희망의 상징물이 된다.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면, 매일 음식준비를 하는 것 역시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굽타는 인도의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장 현대적인 것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가장 범죄율이 높고 가난한 동네인 동인도의 비하르 주에서 태어난 굽타는 철도원 아버지와 불교신자인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여타의 인도 어머니들이 그렇듯 남편과 아들이 식사 후 먹다 남은 음식을 부엌에서 먹었다. 어린아이였던 그는 음식찌꺼기에 여러 가지 향신료를 첨가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던 어머니와의 식사를 즐겨하곤 했다고 회상한다.

굽타가 선보인 먹다 남은 음식이 담긴 접시와 누군가의 입에서 딸려 나온 부산물이 말라붙은 포크 등이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광경을 묘사한 그림들은 19세기 말 부터 100년 동안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의 식문화를 연상시키는 식탁의 풍경을 그려낸다.

▲‘Round the Corner’. 낡은 식기, 파이프, 수도꼭지, 펌프, 물, 가변크기(약 4 x 4m), 2011-13. 사진 = 아라리오갤러리


작가는 이를 통해 인도인으로 자라며 겪어온 경험과 만나며 전통과 현대, 지배와 피지배, 정과 부정, 신선함과 그것의 침범 등이 교차하는 복잡다단한 역사와 문화, 종교의 층위를 만들어 낸다. 성스러움과 세속성이 엇갈리는 지점. 바로 그곳이 굽타의 작품이 위치하는 영역임을 피력한다.

굽타는 ‘음식’이 이동하는 수단과 그에 따른 문화의 전도현상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도시락 통을 자전거에 싣고 출근하는 아버지와 갠지스 강물을 양동이에 담아 들고 오던 어머니, 우유병을 잔뜩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릭샤꾼은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일 뿐 아니라 지금도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며, 그의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과 우유를 가득 싣고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뒤뚱거리며 매캐한 인도의 도심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은 견고하고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져 외국의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화려한 경제발전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다수의 인도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에 대한 경외의 시선이며, 동서양 문화가 혼재된 양상이다.

▲모든 것을 삼켜버려라 (Swallow Everything Whole), 은 수저 위에 콘크리트, 유리, 대리석, 33.5(h) x 36 x 22.5 cm, 2013. 사진 = 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프로젝트 일환 전시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와 서울에서 선보이는 인도 작가 굽타의 작품들은 가치관과 제도가 인간의 삶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공감하며 그 자취를 짚어보는 자리이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는 굽타의 말처럼, 종교와 국적을 넘어서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모두 신성한 공간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인도성을 상징하는 이미지,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을 사용하여 드라마틱한 기념비적 조각들을 만들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굽타는 파트나 미술 대학(1983∼1988)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현재 뉴델리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주요 국제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아 왔으며,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최근 2012년 인도 키란나다 미술관과 2014년 인도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또한 2014년 일본 삿포로 국제예술제, 모나코 그리말디포룸에서 열린 피노 컬렉션 전시, 2013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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