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룬리포트 브랜드경향보고서, 관상어 천가홍용어(天價紅龍魚)는 4억8000만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부동산과 증권은 중국 부호들의 대표적인 재테크 방식이다. 후룬리포트의 ‘2014년 중국천만부호 브랜드경향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는 작년에 비해 7% 증가한 35%, 증권투자는 작년에 비해 3.7% 많은 22.8%나 됐다.

하지만 부동산과 증권이 항상 돈을 불려주는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후진타오 집권 후기부터 시작된 경제성장의 둔화와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부패와의 전쟁은 이 두 가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무너뜨렸다. 대신에 새로운 대체 투자 상품에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국부자들이 찾은 대체 투자 상품은 무엇일까? 중국 고대 도자기와 고대서화 등 예술품을 비롯해서 시계, 주류, 자동차 등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대체 투자 상품도 많다.

중국부자의 35%는 애완동물을 기른다. 젊은 부자일수록 더 심하다. 애완동물 가운데 약 50%는 개(犬)다. 하지만 중국부자들이 좋아하고 투자하는 개는 티베트의 명견인 짱아오(藏獒)이다.

올해 4월 저장성에서 열린 ‘중국 짱아오 박람회’에서 생후 1년 된 수컷 짱아오 한 마리가 1200만 위안(약 20억8000만 원)에 팔렸다. 황금색 털을 가진 이 개는 몸길이 80㎝에 몸무게가 90㎏에 이른다. 또 이 개의 형제견인 붉은 털의 짱아오는 600만 위안(약 10억4000만 원)에 판매됐다. 두 마리 개 값이 30억을 넘으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짱아오는 예로부터 티베트 유목민의 목양견 또는 감시견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순수 혈통 명품 짱아오의 몸값이 수십억 원으로 폭등했다. 중국 부자들은 왜 짱아오에 엄청난 돈을 투자할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호랑이를 만나서도 물러서지 않을 정도로 용맹한 짱아오는 1980년대 100마리 만 남았을 뿐이다. 따라서 희소성의 가치가 매우 크다. 둘째, 사자를 닮은 모양새 때문에 ‘사자개’로 불리면서 부의 신분이자 상징이 됐다. 따라서 중국부자들은 부도 과시하면서 희소성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싶은 것이다.

개만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관상어 역시 돈이 되는 대체 투자 상품이다. 중국부자들이 관상어를 기르는 비율은 20%이다. 특히 45세 이상 부자들이 관상어에 깊은 관심을 갖는데 그 비율이 무려 24%에 이른다.

‘천가홍용어(天價紅龍魚)’는 중국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관상어이다. 길이가 50cm이고 무게가 6근이다. 이 관상어는 세계 희귀종 물고기인 아로와나의 일종으로 가격이 268만 위안(약 4억8000만 원)에 이른다. 제 아무리 멋진 관상어라도 물고기에 불과한데 눈이 뒤집힐 정도로 비싼 이유는 뭘까? 아로와나는 중국부자의 상징인 용을 닮았다. 예로부터 중국황실을 상징했으며 황제들이 기르는 관상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자의 신분을 상징하는 물고기라 천정부지의 몸값을 자랑하는 것이다.

우표 역시 대표적인 이색 투자 상품의 하나이다. 2011년 홍콩에서 1968년 문화대혁명 당시 만들어진 우표 네 장이 11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에 팔렸다. 이 우표는 마오쩌둥 당시 국가주석의 ‘일본 노동자 동지들에게 보낸 글’이 도안된 것으로, 정식 발행 전 우정당국의 최종 승인을 위한 시험판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반발 때문에 최종 발행이 무산되면서 엄청난 희귀성으로 가격이 폭등하게 됐다.

우표 수집은 중국에서 유행하는 취미이다. 전 세계 우표수집가 6000만 명 가운데 3분의 1인 2000만 명이 중국인이다. 우표 수집가들이 급속도로 많아지자 희귀한 우표들이 투자 상품이 됐다.

이렇게 되자 중국 부자들이 우표 시장에 뛰어들었고 급기야 큰손이 돼버렸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만으로 바뀌기 전인 포모사 섬을 담은 우표가 130만 달러(약 13억95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추석명절 최고 인기상품은 완수이즈(萬歲子) 호두

추석 명절 선물 가운데 인기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가 호두이다. 호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인의 보편적인 애용 건강식품이자 지압용으로 활용된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은 중국에서는 호두를 관상용이자 재테크로도 크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호두가 재테크가 되는 이유는 뭘까? 수만 개의 호두가 있다고 하더라도 품종으로부터 시작해 크기, 무늬, 색상, 선명도 등이 일치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기나 모양, 그리고 색깔에 따라서 가격은 수십, 수백 배 차이가 난다. 게다가 몸에 오래 지니면 장수한다는 속설까지 겹쳐서 손을 많이 탄 호두일수록 가격이 치솟는다.

특히 사자나 호랑이 머리를 닮은 ‘사자 왕’이란 고급 호두는 최고 800만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베이징 골동품 시장의 목 좋은 곳은 어김없이 호두 노점상이 딱 버티고 있다. 그리고 가을 성수기 때가 되면 극성스런 수집광과 상인들이 담합해 관상용 호두 값을 폭등시킨다.

그렇다면 왜 호두가 재테크로 둔갑될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호두는 청나라 때 귀족들의 보물로 손안에 넣고 가지고 놀면서 그 신분을 상징했다. 따라서 오늘날 부자들의 신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둘째, 골동품과 같은 소장 가치다. 호두가 새 것일 때는 색상이 옅은 갈색을 띄지만 2~3년이 지나면 점차 어둡게 된다. 몇 년 손안에서 ‘놀고’나면 주홍색으로 변한다. 오래 ‘논’ 호두일수록 표면이 빛나고 보기도 좋아 가격이 올라간다. 그리고 백년정도 시간을 지닌 호두가 되면 도자기나 고서화처럼 골동품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중국부자들은 돈이 된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부와 신분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핫 아이템을 중요시한다. 핫 아이템의 고급정보를 어디에서 구할까? 사교모임을 통해 얻는다. 그 비율이 무려 65%나 된다. 사교모임은 중국 부자들만의 ‘꽌시’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스템 가운데 하나이다.

얼마 있으면 최대 명절 추석이다. 추석 선물로 호두를 사야겠다. 긴 연휴동안 호두를 까서 행운이 있기를 소망한다.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