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경환 부총리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경기부양을 위한 ‘돈풀기’에 힘입어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건설사 매각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법원·채권단 등 매각 주체들이 이번 기회를 건설사 매각의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매물을 쏟아낼 태세다.
특히 건설사 M&A(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쌍용건설을 비롯해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중소 건설사까지 매물로 대기 중이다.
22일 건설업계에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조만간 매각 절차를 진행할 건설사 후보군으로 5~6곳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가장 눈길이 쏠리는 시공능력평가 19위의 쌍용건설은 현재 법정관리 중으로, 다음 달 초 공식적으로 매각 공고를 내고 새주인 찾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유동성 위기를 맞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데 이어, 올해 7월말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로 인수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과 해외 고급건축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건설은 인수금액이 2~3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법정관리 이후 부채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외형은 축소됐지만, 여전히 국내외 기존 현장들을 유지하고 있는 터라 곧 인수자가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음 달 매각 공고를 내고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내년 2월쯤 매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34위의 극동건설은 지난달 법정관리에서 졸업했으며,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내달 중으로 매각주간사 선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극동건설은 지난 2003년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거쳐 2007년에는 웅진그룹에 넘어간 뒤 건설경기 침체와 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을 넘지 못한 채 2012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매각 대금은 약 700억 원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도 지난해 두 차례의 매각 추진이 실패했으나, 올해 7월 재매각 공고를 낸 뒤 현재 인수절차가 진행 중이다.
아파트 브랜드 ‘파라곤’으로 잘 알려진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가 진행되면서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지난해 49위에서 올해엔 63위까지 떨어졌다. 인수금액 예상액은 200억 원 안팎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50위의 남광토건은 지난 6월에 매각이 유찰됐지만 지난 18일 다시 재매각공고를 내고 다음 달 말까지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건설사 중 유일하게 상장을 유지하고 있어 인수자의 자금 융통이 용이할 것”이라며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법정관리중인 LIG건설은 지난해 8월과 올해 초 두 차례 유찰된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매각이다. 특히 LIG건설은 이번에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원의 파산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수자 물색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건설사 매각 작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는 배경으로,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면서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법원이나 채권단들이 앞 다퉈 건설회사 매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나 투자회사들도 많아지고 있어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건설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체감 경기가 나아지고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에, 결국엔 우발채무 등의 부실을 모두 정리하면서도 인력이나 기술력 등의 손실이 적은 회사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CNB=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