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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삼성의 실적 악화가 부른 일자리 감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대졸 공채 시장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이 채용 규모를 줄인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대비 500∼1000명 감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대규모 채용의 여력이 없어졌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300명 정도, LG그룹도 지난해 대비 1000명을 줄였다. 취업에 실패해 대학을 5∼6년씩 다니는 취업 재수생이 쏟아져 나오는데, 형편이 어려운 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있다. 취업 재수생은 무려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수익악화로 채용 줄인 삼성, 반값 중국 휴대폰 공습 직면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데 엎친 데 덮쳤다. 대졸 공채 구인난은 어쩌면 스마트폰에서 비롯된 ‘삼성 쇼크’ 나비효과다. 브라질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키듯, 사소한 사건이 큰 변화를 부른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찮다. 삼성에서 스마트폰은 그룹의 미래다. 스마트폰 위기가 결국 취업시장까지 불똥을 튕겼다.
‘삼성 쇼크’는 현재진행형이다. 믿을 만한 증권가의 삼성전자 실적 전망은 충격적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24.6% 떨어진 7조 1900억원이었다. 하지만 3분기에는 4조원대로 추락할 걸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와 비교하면 반 토막도 안 된다. 9월 30일부터는 반값 중국 스마트폰의 한국 공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알뜰폰 업체 미디어로그와 손잡고 제품 X3를 출시했다. 미디어로그는 LG유플러스 계열사다. X3의 가격은 갤럭시노트4의 반값정도다. 해외 직구를 통해 중국 휴대폰이 들어오기는 했으나, 정식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산 스마트폰도 국내에서 무한 경쟁시대를 시작했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판매시장에서 삼성을 밀어낸 샤오미도 10∼11월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샤오미는 CJ헬로모바일과 협의를 마치고 제품명도 홍미와 미(MI)3로 결정했다. 그 동안 한국 휴대폰시장은 외국산의 무덤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1.9%지만 한국에선 5%밖에 안 됐다. 그러나 앞으로 외국산이 국내시장을 더 잠식하게 생겼다.
모바일 영향력 1위 구글의 피차이 “버거운 업무에 도전하라”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세계 1위다. 시장점유율 25.2%의 모바일 강자다.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모바일 영향력 1위 인물은 인도 출신의 구글 수석 부사장 선다 피차이(42)다. 가장 뜨는 분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재다. 삼성은 피차이에게 배울 점이 있다.
최근 피차이가 ‘구글 캠퍼스’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캠퍼스는 구글이 창업가를 위해 마련하는 교육과 네트워킹 전용공간이다. 스타트업을 위해 인큐베이팅이 진행되는 곳이다.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내년에 서울에 세워진다. 피차이 평가에 의하면 한국은 기업가정신과 창업환경이 수준급이다.
인도 남부 타밀 보통 가정에서 태어난 피차이는 인도 최고 명문 인도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후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와 인터넷 브라우자 크롬, G메일 등 구글의 핵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만해도 비행기 삯이 없어 고생했다. 개천에서 난 용이지만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승화시킨다.
피차이는 기자에게 자신의 성공비결을 말했다. 온실 속에서 자란 삼성이 귀담아 들을 게 있다. “능력에 버거운 업무에 도전해야 성공한다. 항상 나를 불편하게 할 만큼 똑똑하고 정열적인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 재복은 함께 오지 않지만, 재앙은 겹쳐온다. (복무쌍지 화불단행 福無雙至 禍不單行)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