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11.06 08:59:58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법원은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입니다. 과거에는 현재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서울지방법원이었고, 동남북서에 서울지방법원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서울 중앙, 동부, 남부, 북부, 서부 법원으로 다섯 개의 지방법원이 있습니다. 각 법원은 모두 독립된 지방법원으로 각자의 관할에 따른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소송 관할 규정하는 조항 넣을 수 있어
재판에서의 관할(管轄)은 쉽게 말하면 ‘어디서 재판을 받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관할은 소송의 성격에 따라 어느 법원에서 할 것인지를 민사소송법에 정해 놓고 있습니다. 무조건 피고의 주소지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의 주소지나 사건이 있었던 장소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재판 진행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집이나 회사 등 주요 활동지와 가까운 곳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계약서 말미에 상호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의 관할을 규정하는 조항을 넣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계약서의 서식에는 간혹 서울지방법원으로 기재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지금은 서울중앙·동부·북부·서부·남부 지방법원으로 나뉘어 있으니, 적절한 관할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또한 중재기관에서 중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해, 중재기관의 중재결정에 따라 분쟁을 종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관할조항의 예>
본 계약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한다.
<중재조항의 예>
본 계약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서울에 소재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따르기로 한다.
중재절차는 일반적으로 단심제로 운용되기 때문에, 불복 당사자의 항소에 따른 소송의 지연을 방지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불합리하거나 잘못된 중재판정이라고 생각될 경우 불복할 방법이 거의 없어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재판정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가능하지만 승소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중재조항을 넣을 경우, 위와 같이 무조건 중재에 의한다는 조항 보다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중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더 바람직합니다.
<당사자의 합의를 전제로 한 중재조항>
본 계약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서울에 소재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따를 수 있다.
실무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
실무에서는 관할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데도, 소송을 제기할 때 자신이 편한 관할을 선택해서 소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소송 상대방이 이의하지 않으면, 그냥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추가로 이송신청(다른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신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불편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계약이 약관에 해당할 경우 관할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한다.’는 규정은 민사소송법상의 관할법원 규정보다 고객에게 불리한 관할법원을 규정하는 것으로 무효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4조)
즉, 특정 법원을 관할 법원으로 정하게 되면 한쪽 당사자에게는 유리할지언정 원거리에 사는 경제적 약자인 고객에게는 제소 및 응소에 큰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kohyg75@hanmail.net)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