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차거래 잔고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가 계속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탓이 크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대차잔고 금액이 50조1003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차잔고는 지난달 말까지 48조3000억 원이었다. 이달 초 47조 원대로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 11일 49조 원대에 진입하면서 더욱 상승세를 탔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자 등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돌려주는데, 이 과정에서 매도가보다 매수가가 낮으면 그 만큼의 차익을 얻게 된다.
대차잔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 이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적다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차거래에 나선 상당수 투자자들이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대차잔고를 갚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초 2000선이 무너진 이후 뚜렷한 방향성 없이 박스권에 갇힌 채, 이달 들어서 코스피는 1930∼196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이후 대차잔고가 증가하면서 공매도 비중이 커졌고, 결국 지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차잔고가 많이 쌓인 업종이나 종목은 앞으로 공매도가 몰려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차잔고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고 연구원은 “연말 배당이나 주주총회 의결권을 받기 위해 주식 대여자가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대차잔고는 연말에는 대체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차잔고가 사상 최고이지만, 공매도의 재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