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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김황식 MB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독일통일 힘은 정치, 독일모델 본받아야”

MB정부서 최장수 총리 ‘가장 잘 된 인사’ 평가 받아…6개월간 독일서 독일 정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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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7호(창간기념호) 최정숙 기자⁄ 2014.12.04 08:46:5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우리나라 민족과 독일 민족은 공통점이 많다고 한다. 단일민족으로 민족의 자존심과 애국심이 남다르고 근면성실하며 머리가 좋다는 점 등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독일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뜻하는 ‘라인강의 기적’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내전’으로 인한 추가적인 갈등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전범국가인 독일은 1·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국가였다가 통일이 됐지만, 우리나라는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뒤 반 토막 난 허리가 아직 원상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증대시켰다. 그러나 분단국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황식 전 총리는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독일에 체류하며 ‘독일 정치’를 공부했다. 올해 초에는 당시 한독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주한 독일대사관에서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대십자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런 김 전 총리는 강연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정치’라고 밝혔다. “독일은 숱한 전쟁과 나치의 만행, 국토분단 등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극복하고 역사상 최고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가 그 밑바탕입니다. 독일의 발전 역사를 분석해서 우리한테도 적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1939년 9월1일 나치 정권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6년을 끌어온 싸움은 1945년 5월8일 독일이 항복하면서 종전 됐다. 독일의 국토는 피폐해지고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으며 국권도 상실하게 됐다. 같은 해 8월 포츠담회담에서 미국·영국·소련(러시아)은 독일을 동독과 서독으로 분할했다. 1949년 동독과 서독에는 독립된 정부가 들어섰고 분단은 고착화됐다.

▲김황식 전 총리가 11월26일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독일 정치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CNB


김 전 총리는 독일의 역대 수상(총리)들을 거론하며 훌륭한 정치인들이 어떤 리더십으로 경제위기와 분단의 비극을 극복했는지 설명했다. 1949년 정권을 수립한 서독의 초대 수상은 콘라트 아데나워(1949-1963). 수상에 오를 당시 그의 나이는 74세였다. 14년을 통치하고 88세에 물러난 아데나워 수상은 정치인의 덕목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독 양국발전에 기여, 독일서 공로훈장 수여

“독일의 평화와 번영을 얘기할 때 아데나워 수상을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낸 장본인으로 독일의 경제 발전을 이룬 분입니다. 최근 독일의 공영방송에서 역사상 훌륭한 인물이 누구냐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1위가 아데나워, 2위가 마르틴 루터, 3위가 빌리 브란트였습니다. 아데나워 수상은 중도우파인 기민당(독일기독교민주동맹·CDU) 당수고. 빌리 브란트는 중도좌파인 사민당(독일사회민주당·SPD) 당수입니다. 독일인이 존경하는 인물 1~3위에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수상이 각각 포함돼 있다는 것은 독일 정치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빌리 브란트 전 수상(1969-1974)은 중도좌파다. 김 전 총리는 브란트 수상이 1970년 12월7일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사진을 가리키며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7월 독일을 방문 중인 김황식 전 총리. 사진 = 김 전 총리 페이스북


“이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세계를 움직여 그 해 타임지는 브란트 수상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다음해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동서독 교류 협력 정책)도 탄력을 얻게 됐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에게 독일이 나치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했다는 모습을 보여줬고 독일 국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도 됐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는 독일 현대사에서 훌륭한 인물로 아데나워와 브란트 외 헬무트 콜 전 수상을 꼽았다.

“역대 수상들 모두 그 시대 상황에 맞게 국가를 잘 이끌어 오늘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경제부흥을 이룬 아데나워 수상, 동방정책으로 독일통일과 유럽평화의 기초를 닦은 브란트 수상과 기회를 잘 포착해 통일을 이루어낸 콜 수상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총리는 콜 수상의 경우 좌우파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면서 통일을 위해 영국·프랑스·미국·소련을 모두 설득한 점이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1년 사이에 4개국을 설득 시켜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듬해 통일이 됐습니다. 이것은 정치가들의 경륜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콜 수상은 ‘장벽이 무너진 순간에도 독일의 통일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독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요구가 분출됐고 콜 수상은 주변 국가들을 설득시켜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김 전 총리는 독일 정치에서 배워야 할 점으로 ‘권력분산과 타협의 정치’를 들었다.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 우파인 기민당이 압승을 했습니다. 좌파인 사민당, 녹색당, 좌익당이 오히려 과반을 점하고 있었지만 좌파연합의 연립정부 구성 시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중도좌파인 사민당은 극좌인 좌익당과 정치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고 국민도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민당에서도 야권에서 5명만 영입하면 단독 정부 구성이 가능했지만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기민당과 사민당 간의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증세 및 최저임금제 도입 등 정책 문제와 각료 배분 등이 논의되고 있고 그 협의 절차는 매우 신중하고 철저합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국력이 결집되는 결과를 만듭니다.”

▲2014년 2월 글렌데일 소녀상을 보고 있는 김황식 전 총리. 사진 = 김 전 총리 페이스북


독일정치에서 배울 점 ‘권력분산과 타협’

독일 정치의 또 다른 특색은 ‘정책을 계승하는 것’이다.

“독일은 정권교체가 돼도 정책을 조정해서 계승합니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하루아침에 바꾸지 않습니다. 어제까지 내가 지지한 정당의 정책이 새 정당이 들어서서 백지화 되면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그 정권에 반대 입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을 계승하지 못하고 단절되면 국력이 낭비되고 국민통합도 안 되고 국제신뢰를 잃게 됩니다.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수상(1998-2005)은 독일이 통일 후유증을 앓고 있을 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좌파 총리지만 우파 정책을 폈습니다. ‘아젠다(어젠다2010)정책’을 통해 실업급여를 개편, 지급기간을 단축하고 금액을 축소했으며 연금수령연령도 상향조정하는 등 복지정책을 새로 짰습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좌파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재집권에는 실패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목에서 복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경계했다.

“어떤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그 기간 안에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잃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감안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입니다.”

김황식 전 총리는 독일 정치를 중후하다고 표현했다. 경험과 경륜이 있으면 오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 독일이다. 

“역대 수상들은 오랜 기간 연방 장관 등의 경험과 경륜이 있고 검증된 전문가들입니다. 독일 정치에 신데렐라는 없습니다. 국민들도 수상들의 경험과 경륜을 높게 평가 합니다. 아데나워는 14년, 콜은 1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김 전 총리가 밝힌 독일 정치에서 또 다른 힘의 원천은 ‘정치교육’이다. 독일은 1952년 정치교육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을 설립해 정치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교육원에서 민주의식과 정치참여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400여 개의)교육기관과 정치재단, NGO를 지원하면서 편향적이 아니라 민주의식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함양을 위한 정치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나치 만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국민들이 올바르고 합리적인 판단 능력과 민주시민의식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정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무시할 수 없도록 하는 정치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선거 의식 말고 국익과 국가미래 생각해야”
국가 복지정책은 재정 상태 검토한 후 우선순위 결정해야

강연이 끝나고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사전에 예약되지 않은 즉석 인터뷰였지만 김 전 총리는 흔쾌히 응해줬다.   


-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책임총리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주의는 권력분립이 기본입니다. 권력기관들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사실 우리 헌법상 총리 권한도 막강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행이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운영상의 문제입니다.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 요즘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재원 마련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갈등이 심합니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정치인들은 선거를 의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의 미래와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해야지, 당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임시방책으로 공약을 내서는 안 됩니다. 자신한테 손해가 가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선거 패배에 따른 손해도 감당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슈뢰더의 ‘아젠다2010’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지만 재집권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총리 취임을 하고 무분별한 복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가 엄청난 저항을 받았습니다.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재정 상태를 다시 검토해서 우선순위 등을 정해야 합니다.”


- 독일 정치에서 배워야 할 점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언급했습니다. 우리 국회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국가를 위해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 것인지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지만 엇갈리는 경우는 타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 아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여야가 일부는 양보하고 일부는 관철하거나 절충하면서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시급한 것은 어떻게 통합을 이룰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극단적으로 모든 문제를 보수와 진보로 나눠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념적 갈등, 지역적 갈등,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과 세대 간의 갈등 등을 합리적으로 통합하지 않고는 한 단계 도약하고 선진국가로 진입하는데 방해가 될 것입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정치권이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적 이해를 따지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안타깝습니다.”


- 국민통합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하고 있지만 중앙과 지방 사이의 갈등이 심합니다. 국가 사무와 지방 사무를 확실히 분리해야 합니다. 거기에 대한 재원을 정확히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제도를 통해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제도 뿐 아니라 정치인들의 의식과 태도는 물론, 국민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극단적인 문화보다 중도저파의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정치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제 최종 목표는 통합입니다. 제도적 틀을 고치고 정치권과 국민 의식을 바꾸는 문제, 이 세 가지는 국민통합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독일과 우리는 사정이 달라서 독일 통일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군데군데 교훈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추출해서 상황에 맞게 해야 합니다. 독일 통일에 대한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전파 등 통일을 위해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통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주변국의 승인을 얻어서 가능했습니다. 우리도 역시 주변국의 협조를 얻어야 통일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도 ‘통일대박’ 발언을 했듯이 통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분단된 상태로 관계개선 하면서 살아가자는 분도 있고, 통일 후유증이나 사회 혼란을 걱정하는 분도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평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부적으로는 단합해야 합니다. 또 주변국들의 협조를 얻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합니다. 통일은 그렇게 해야 합니다.”


-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휴전선은 언제 없어질 수 있을까요. 

“베를린 장벽 붕괴는 총 한번 쏘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루어낸 명예로운 혁명입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기념비적 사건입니다. 동독 정치국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여행 자유화가 언제 되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지금 된다’고 답하는 아름다운 실수를 하는 바람에 베를린 장벽은 갑작스럽게 붕괴됐습니다. 우연한 사건 같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처럼 서독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보인 노력에 대한 보답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계속 노력하면 우리도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CNB저널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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