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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히든 챔피언’ 하이비젼시스템 최두원 대표]“모든 아이폰 카메라, 우리 장비로 검사합니다”

삼성 갤럭시도 50% 검사, 차별화된 기술로 ‘3D 프린터’ 시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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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8호 정의식 기자⁄ 2014.12.11 09:01:16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카메라를 탑재한 휴대폰이 급증하던 2002년, 당시 대기업들은 휴대폰 제작에 뛰어들었고 중견기업들은 카메라 모듈 제작에 나섰다. 달랑 3명의 창립 멤버로 시작한 소기업 하이비젼시스템의 최두원 대표는 카메라 모듈을 검사하는 장비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았다. 오늘날 대히트한 모든 아이폰 시리즈와 삼성전자 갤럭시 제품 절반이 이 회사 검사장비를 거쳐 생산된다.

2014년 10월 최 대표는 그간 카메라 검사장비를 개발하며 얻은 원천기술을 활용해 3D 프린터 ‘큐비콘 싱글’을 개발해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3D 스캐너와 전문가용 3D 프린터도 제작할 예정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처럼 독창적 기술력을 보유한 히든 챔피언 기업을 양산하는 것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살 길이라 역설하는 하이비젼시스템의 최두원 대표를 만나봤다.』


“엔지니어 출신이고, 지금도 엔지니어입니다. 절반은 엔지니어, 절반은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비젼시스템 최두원 (44) 대표는 자신을 ‘타고난 엔지니어’로 표현했다. 나이보다 애띤 외모의 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아남전자에서 HDTV를 개발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운드카드로 유명한 옥소리에서 20여 종의 사운드카드를 개발했다. 1995년 사업부가 한솔전자로 넘어간 후 1997년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에서 각종 이미지 센서를 개발했다.

“사운드카드는 한때 유망했지만, 현재는 메인보드에 사운드 칩셋이 내장되면서 단독 판매가 어려워졌지요. IT, 반도체 사업은 이런 식으로 없어질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다른 반도체들은 메인 칩에 집적될 수 있는데, 카메라 같은 입력 장치는 집적이 되기 어렵다. 입력 장치는 계속할 수 있는 분야겠다. 그래서 입력 장치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예상대로 현대전자는 2001년경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고, 주력인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IC, 이미지센서 등의 사업부에 소속해있던 엔지니어들은 대거 창업을 시도하게 된다.

▲카메라 모듈 검사 장비 사진 = 안창현 기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하이닉스에서 약 5개 회사가 나와 상장까지 성공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늦은 편으로 2002년까지 버티다 3명으로 창업했지요”

원래는 감시용 CCTV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의 응용 분야로 창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휴대폰에 카메라가 빠짐없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게 됐다.

감시 카메라 시장은 당시 연간 20만대 정도밖에 안 될 만큼 협소했다. 하지만 휴대폰은 최저 단위가 100만대 정도로, 아이폰같은 히트 모델이 월 2000만대씩 만들어지기도 한다.


2002년 하이닉스에서 독립 창업

“예전처럼 사람이 측정기 같은 걸 이용해 체크할 수 있는 수량이 아니다. 특화된 검사용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당시만 해도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기업들은 이미 많았기 때문에, 조립·검사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요”

만약 좀 더 경력이 많은 상태에서 창업해 미리 충분한 자금과 판매처를 확보하고 있었다면 남들처럼 카메라 모듈 생산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과장 경력에 자금도 없었고 인력도 달랑 3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소규모 정예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보니 그리 됐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하이비젼시스템은 2012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초기에는 고전을 피할 수 없었다.

하이비젼시스템의 휴대폰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사업은 2005년까지 크지 않은 매출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냈다.

▲직원들과 함께 검사장비를 체크하는 최두원 대표. 사진 = 안창현 기자


하지만 2005년도에 팬택을 비롯한 여러 중견 휴대폰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하이비젼시스템도 덩달아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주요 거래처인 중소규모 휴대폰 기업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제조사만 살아남는 형국이었다. 이들 기업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같은 대기업들과 거래를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 않았던 대박이 터졌다. 2009년부터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LG이노텍이 공급하게 됐는데, 여기에 하이비젼시스템의 검사장비가 사용된 것이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모든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은 저희 장비를 거쳐서 검사받고 있습니다. 현재 LG이노텍을 비롯한 5개 업체가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데, 모두 저희 클라이언트입니다.”


아이폰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채택되며 급성장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의 카메라는 초점이 빠르게 잘 맞고, 색감이 정확한 것으로 유명하다. 강력한 카메라 성능은 이들 제품의 핵심적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하이비젼시스템도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의 모든 제품, 갤럭시의 약 50% 제품이 이 회사의 검사장비로 완벽하게 조정돼서 출고되기 때문이다.

물론,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직접 거래해 장비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에 자사의 장비를 판매한다.

“장비 가격은 약 2억원에서 7억원까지 분포되어 있고, 약 3년 정도 사용하면 최신 제품으로 교체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이 장비의 판매가 저희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약 836억원의 최대 매출을 올리고, 2013년에는 조금 하락한 6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의 스마트폰 경기 하락이 반영된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재작년부터 정체기인데, 다행히 올 하반기부터는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과 삼성전자 등은 여전히 고가의 자동화된 검사장비를 구입해가는 가장 중요한 고객들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비중은 서서히 줄고 있다. 대신 중국 업체들이 등장해 이 공백을 메꾸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카메라 모듈 제조사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동식 장비를 구입해간다.

“어쨌든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모듈의 중요성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기 때문에, 저희 장비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카메라의 화소, 집적도 발전에 따라 저희 장비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야겠죠. 꾸준히 글로벌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6일 하이비젼시스템은 2년간 개발해온 3D 프린터 ‘큐비콘 싱글’을 전격 공개했다. 약 29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고급형 제품에만 채택되는 여러 기술들을 탑재해 불과 두 달 만에 약 200여 대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A4 용지 사이즈에 20cm 높이를 가진 물체를 도면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보급형 3D 프린터 중에는 꽤 큰 제품이다.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결과물들. 사진 = 안창현 기자


“3D 프린터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정확히 위아래 높낮이를 조정하고, 간격을 유지하는 기술입니다. 저희 제품은 ‘오토 베드 레벨(Auto bed lebel)’이라 하여 위아래 평탄도를 0.1mm 종이 한 장보다 얇은 간격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해외 제품이든 국내 제품이든 이 높낮이는 수동으로 조정하는데, 저희 큐비콘은 베드가 자동으로 움직여서 조정되지요”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만 개발하던 회사가 이렇듯 고유한 강점을 가진 3D 프린터를 출시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핵심 기술 재활용이었다.


보유 기술 활용해 ‘3D 프린터’ 개발

“광학 초정밀 장비를 개발하다보니 정확한 XYZ 좌표를 맞추고 위치를 인식하는 비전 인식 기술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기계에 시각을 부여해 이미지를 분석하는 기술이지요. 여기에 정확히 평탄도를 맞추고 로봇 팔을 이용해 맞추는 나노급 초정밀 제어가 가능한 메카트로닉 기술도 갖게 됐습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이 바로 3D 프린터의 핵심 기술입니다”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다른 방향으로 응용해서 만든 것이 3D 프린터였다는 설명이다.

“저희는 연구개발에 특화된 기업입니다. 전체 172명 직원 중 73%가 연구개발 인원이지요. 공장은 없습니다. 외주로 맡깁니다. 이번 3D 프린터도 모든 기술은 저희가 가지고 있지만, 조립은 외부업체가 했습니다. 외주로 조립생산하는 기업은 많지만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저희는 시설투자를 하지 않으니, 언제든 손쉽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최 대표는 다음 작으로 ‘3D 스캐너’를 준비하고 있다. 사물을 스캐닝해 360도로 스케일링하면 3차원 도면이 나오는 제품이다. 이를 수정하고 붙이고 3D 프린터로 프린팅하면, 똑같은 물체가 복사되는 ‘3D 복사기’가 만들어진다. 현재는 개인용 피규어, 기념물 등이 주로 만들어지지만, 조만간 산업현장에서 대부분의 공작기계를 대체할 정도로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D 프린터는 기존 산업을 놀랄만큼 빠르게 재편할 것입니다. 현재 많은 제조업이 중국 또는 인도로 이전되고 있지요. 3D 프린터가 완벽해지면 원산지가 다시 미국이나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결국 3D 프린터는 ‘완제품 프린터’로 발전한다. 스마트폰 같이 고도로 집적된 제품도 만들 수 있게 된다. 물론, 단일 프린터 내에서 휴대폰을 다 찍어내는 건 아니고, 전자기판을 만드는 프린터, 플라스틱을 만드는 프린터, 전선 등을 만드는 프린터들이 따로 있고, 이것들을 정밀하게 조립하는 무인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최 대표의 예상이다.

▲3D프린터 ‘큐비콘 싱글’ 앞에서 포즈를 위한 최두원 대표. 사진 = 안창현 기자


직원들과 벽 없는 문화 키워가겠다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답게 산업의 큰 흐름을 보는 시각이 탁월하다. 남들이 못보는 분야를 찾아내고, 그 길목을 지키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성공을 일궈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다른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람 관리가 가장 힘들지만 중요하다고 토로한다.

“사람은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고 충성을 다하지 않지요. 일거수일투족 관리하는 방법도 안 통합니다. 비전을 심어주고, 인재를 모으는 것, 그것이 경영자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하이비젼시스템의 회사 문화는 격의없는 관계에서 혁신을 창조하는 실리콘밸리의 그것과 닮았다.

“직원들과 저, 그리고 임원들 사이에 벽이 없습니다. 직함은 있지만 항상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일반 사원들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제가 제품 개발과 테스트에 관심이 많다보니, 직원들은 그런 걸 보여주고 자랑하러, 조언을 얻으러 옵니다. 이사급들과도 격의없이 얘기하는 분위기고, 앞으로도 그런 문화를 유지하고 키워가려 합니다”

무엇보다 그에겐 꿈이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부딪힌 어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5년 전부터 직원들과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오랫동안 성공적이었는데, 이는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보다 설계가 쉽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었고, 장비 싸움, 집적도 싸움이라 우리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이제 곧 중국이나 인도 쪽으로 넘어갈 것이고, 조선, 휴대폰, 가전, LCD 등 우리가 우위를 가진 주력 제품들 대부분이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이내에 넘어갈 것이라 본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 가야하나? 미국을 보자. CPU는 인텔과 AMD, 그래픽칩은 엔비디아, 통신칩은 퀄컴, OS도 구글, 애플, MS 등 핵심 기술을 틀어쥐고 있다. 일본, 독일의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수많은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들이다. 대기업은 대기업이 할 일이 있겠지만,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은 비전 인식이나 다른 부문에서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력을 확보해 물려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유일한 해법이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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