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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밀가루만큼 연구돼야 쌀혁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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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2-413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2015.01.15 08:51:0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쌀 소비량이 빠르게 감소하여 쌀 가격이 폭락하고 쌀 재배 농가의 수익률이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커가고 있다. 1980년 1인당 연간 130kg의 쌀을 소비하던 것이 현재 연간 68kg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쌀 80kg 한가마니의 실질가격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듬해인 1996년의 22만원에서 2014년에는 16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것은 결국 벼농사를 주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 농가 수익률이 반토막 나고 농민 대부분이 도시근로자의 평균 수입보다 낮은 저소득 영세민으로 전락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쌀 소비시장의 획기적인 변혁이 없이는 우리 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 서는 이유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쌀은 밥을 지어 먹는 것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떡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아직 그 양이 많지 않다. 그동안 쌀의 이용확대를 위한 노력들을 보면 밀가루 빵이나 면류에 쌀가루를 혼합하는 극히 소극적인 방법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쌀 본연의 맛과 가공 기능성을 살리기보다는 밀가루 대체품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쌀국수가 밥과 거의 대등하게 이용되고 있다. 밀국수보다는 쌀국수가 훨씬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 국내에서도 쌀국수, 쌀라면 등 쌀을 소재로 한 면류들이 개발되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즉석밥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수가 늘고 비행기 기내식에서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즉석밥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갓지어낸 가정밥과 같은 고품질의 즉석밥을 만들기 위해 식품기업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밀가루의 부드러운 조직감 완성하기까지

오늘날 서양인의 주식이었던 빵이 전 세계인의 음식으로 보급된 것은 일찍이 유럽의 과학자들이 밀의 품종에 따른 가공 적성과 밀가루의 제빵 특성에 대해 수없이 많은 연구를 해온 결과이다. 1900년대 초부터 화학의 발전과 더불어 밀의 성분분석과 가공 적성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1923년 설립된 독일의 브라벤더(Brabender) 사는 반죽의 물성을 측정하는 패리노그래프(Farinograph)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리적 측정장치를 개발하여 밀가루의 화학성분과 물성학적 특성을 연결하는 과학적 제빵연구를 이끌어 갔다.

▲사진 = CNB포토뱅크


지난 1세기 동안 행해진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서양의 밀과 빵에 대한 연구에 비하면 아시아의 쌀과 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연구 노력의 차이로 인해 지금 밀가루 음식에 밀려 쌀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밀가루가 글루텐의 힘으로 빵의 부풀고 부드러운 조직감을 만들어 내는 반면 쌀은 치밀한 전분입자 구조로 찰지고 쫄깃한 특유의 조직감을 만든다. 맛있는 밥과 떡, 국수 등은 이러한 쌀의 기능적 특성을 최적화한 것이다. 이들 쌀 음식의 맛을 개발하고 다양한 형태의 쌀 음식으로 발전시키려면 쌀에 대한 기초연구를 해야 한다. 유럽이 밀에 대해 연구했던 것처럼 쌀의 품종에 따른 성분의 차이와 이에 의한 가공 특성의 차이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유럽이 밀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측정기기를 가지고 쌀의 특성을 측정하는 현재의 안이하고 창의성이 결여된 연구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 고유의 음식을 산업화하려면 연구방법과 측정 장치까지도 제품의 특성에 맞게 고안해 내야한다. 그래서 전통식품의 산업화가 어려운 것이다.

밥의 식미 특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떡과 쌀국수의 조직감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연구방법과 실험 장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각오로 쌀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쌀 가공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현대인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개발되어 쌀의 수요 창출을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시작하면 1세기 후에는 한국의 쌀 음식이 세계인의 음식이 될 것이다. 이것을 나는 쌀의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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