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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스마트폰으로 유언장? 무효 가능성 높아

상속재산 분할소송·유류분 분쟁 등 분쟁씨앗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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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5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1.29 09:10:2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주소를 동(洞)까지만 적은 유언장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P씨는 2005년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본인의 모든 재산을 아들 Y에게 물려준다. 사후 자녀 간에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 이것을 남긴다’는 내용으로 자필(自筆) 유언장을 작성하였습니다.

P씨는 유언장의 끝에 작성일자, 주민번호 등을 적은 후 주소를 적어야 하는 부분에 ‘암사동에서’라고만 기재했습니다. P씨가 사망한 후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다른 자식이 유언의 효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자필(自筆)로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 유언자가 유언의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직접 쓰고 날인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이 사건의 경우 ‘암사동에서’라는 기재가 주소를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주소가 모두 기입되어 있지 않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을 무효로 보았으나, 2심 재판부는 “유언장에 기록된 주민등록 등을 종합하면 유언한 사람이 특정되므로 주소를 모두 기입하지 않았더라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망인(亡人)이 암사동 주소지에서 거주했다고 볼 수 있더라도 망인이 유언장에 기재한 ‘암사동에서’라는 부분을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으로 기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유언장은 주소의 자서(自書)가 누락돼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돌아가신 분의 유언은 그냥 따르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 민법은 유언을 법률의 규정된 요건 중 하나만 갖추지 못해도 유언 자체를 전부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법률용어로 ‘요식행위(要式行爲)’라고 하는데, 특히 유언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설사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민법상의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는 유언을 무효로 보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08.08.11. 선고 2008다1712 판결).

사실 유언은 고인의 뜻일 뿐이고, 유언이 법적으로 무효이든 유효이든 상속인들이 유언에 따를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유언이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해도 상속인(들)이 따르면 유효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상속인들이 유언의 효력을 가지고 다투는 경우 대개 금전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고, 결국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스마트폰 유언장’이라는 것이 생겨났습니다. 스마트폰이 내장된 녹음이나 녹화기능을 활용한 유언입니다. 이 스마트폰 유언장의 경우도 요건을 ‘잘’ 갖추면 유언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유언 방식과 마찬가지로 요건을 제대로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민법에 규정된 유언 방식 중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유언도 이 규정의 요건을 갖춰야 유효합니다. 유언자의 이름이나 날짜가 녹음돼 있지 않거나, 증인이 없는 경우 등 하나의 요건이 없어도 무효입니다.

유언을 하는 분들은 유언의 내용을 남들이 모르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에다 유언을 하는 경우에도 증인 없이 녹음 또는 녹화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고인의 뜻을 유족들이 존중하고 따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도  다툼이 발생하면, 똑같은 상속 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필자의 경험상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못한 대부분의 ‘스마트폰 유언’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것입니다.


유류분 등 유언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유언장을 형식에 맞추어 썼다고 모든 상속 분쟁이 해결될까요? 우리 민법은 ‘유류분(遺留分)’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유류분은 쉽게 말하면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절반은 물려줘라’는 것입니다.

본인이 원래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1이라면 그 절반인 1/2은 가져갈 수 있도록 민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특정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는 유언은 재산을 받지 못한 다른 자식에게는 유류분 침해가 됩니다.

유류분은 유언으로 박탈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설사 유언으로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주도록 하였더라도, 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은 유류분만큼은 찾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언장 작성 단계부터 유류분을 미리 고려하여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려줄 재산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면 유류분 계산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식, 부동산, 채권 등 액면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류분을 계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죽음을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후대에 표명하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언장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후의 분쟁을 막기 위해 작성한 유언장이 자식들 간에 상속재산 분할소송이나 유류분 분쟁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가 이런 유언을 남겼을 경우 가장 크게 반발할 자식이 누구인가? 유류분이 침해될 만한 사정은 없는가? 어떻게 해야 남은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내 배우자가 자식들로부터 소외 받지 않을까? 이런 모든 문제를 고민해야 가장 좋은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유언장에 관련된 사항을 상담할 경우 문제되는 모든 상황들을 적어 보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유언자의 현재 상황과 재산내역, 자식들의 성향, 유언자의 사후에 걱정되는 점들을 하나 둘 종이에 쓰다 보면 유언자 본인도 유언장의 방향을 잡기가 쉽고, 도움을 주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유언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유언을 하시든 간에 내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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