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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⑭ 서대문서 학교전담경찰관 신현일 경사]6년 매맞은 남고생과 석달 하교길 함께

“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학교폭력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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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7호 안창현 기자⁄ 2015.02.12 09:11:37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SPO 신현일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학교전담경찰관 SPO(School Police Officer) 제도는 경찰이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매월 주요 권역별로 표본을 설정해 학교폭력 실태를 점검하는데, SPO 제도 실시 이후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학생들의 응답 비율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학교폭력 신고전화(117)를 통해 들어오는 신고도 많이 줄었다.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소속된 SPO 신현일 경사(42)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 SPO에 선정된 신 경사를 만나봤다.

친구들로부터 6년 동안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한 고교생은 이 사실을 신고한 뒤, 보복이 두려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 경사는 이 사실을 알고 3개월 넘게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이 학생과 함께 하교했다. 혹시 모를 보복 폭행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였다.

“알고 보니 폭력을 행사했던 학생들이 원래는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자기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서열 같은 것도 생겼던 것 같다. 그런데, 이 학생이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동성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다. 그것이 폭력의 이유였다.”

신 경사는 이 학생과 함께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가까워졌고, 사소한 고민도 부모보다 먼저 듣는 사이가 됐다. 그 이후 학생은 그를 자신의 든든한 응원군으로 여겼고,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학교전담경찰관 신 경사. 사진 = 서울서대문경찰서


학교에서는 사소한 일로 학생들 사이에 폭력이 일어난다. 신 경사는 “이런 점들을 어른의 시각에서 단순히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눈높이에서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개월 넘게 학생과 하교 길을 함께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의 학생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 경사는 본격적으로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SPO 제도가 실시된 2013년부터 줄곧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왔다. “물론 그 이전에도 지금처럼 본격적이진 않았지만, 학교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있었다. 나는 주로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했는데,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원했다.”

당시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던 시점이었다. 정부는 학교폭력을 4대악으로 꼽으며 근절 노력을 본격화했다.

신 경사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어린 딸이 있는 입장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도 학생들이 구석에 모여 있으면 무슨 일이 있나 호기심에 가보기도 했고, 또 담배 피우면 혼내주기도 하고 그랬다. 평소에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SPO 업무는 외근활동이 많다. 직접 학교 현장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한다. 신 경사는 “학교에서는 생활지도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들이 문제있는 학생들에 대해 많이 안다. 학교에 가면 그분들을 통해 정보를 주로 얻는다. 현실적으로 선생님 입장에서도 학생을 보살피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실제로 학생 상담을 요청하는 선생님들도 많다”며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의 물리적인 폭력, 폭행이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이유로 학생들과 면담하는 경우는 잦아졌다. “지금은 학생들이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카톡이나 SNS 등 사이버 상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악성댓글을 달아 또래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법률적 문제에 대한 상담해주는 경우도 잦아졌다.

신 경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개최한 ‘청소년 문화활동 사진전’ 대상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평소 사진 찍는 일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경찰서에서 운영한 ‘연기 아카데미’에서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이 사진이 대상을 받게 됐다”며 쑥스러워 했다.


학생들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서대문경찰서는 취약계층이나 한부모가정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극뿐 아니라 농구나 축구 등 스포츠와 바리스타 과정 등을 외부에서 재능기부 받아 진행한다. 신 경사는 이런 프로그램이 학교에서뿐 아니라 외부에서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돼 좋다고 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이라고 해도 학교에서 혼자 활동하기 때문에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한 번은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정문 앞에 서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반갑게 나한테 인사했다. 처음 학교전담경찰관이 돼 담당했던 초등학교 학생이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그에게 힘을 준다.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좁히려 노력한다는 신 경사는 “학생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작은 세계가 있다. 실제로 그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어른들이 학생들 입장에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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