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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기러기 V자 편대 비행과 복지논쟁…“‘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자 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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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7호 김경훈 CNB뉴스 편집국장⁄ 2015.02.12 09:14:0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경훈 CNB뉴스 편집국장) 철새들의 비행을 보면 리더십이 보인다. ‘기러기 리더십’엔 공유와 소통, 그리고 배려가 들어 있다. 오리과 철새 기러기는 이동시 V자 편대 비행을 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남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모두가 이득을 보는 안전·고공비행을 택한다.

건강하고 힘세며 경험 많은 수컷이 V자 꼭짓점 맨 앞에서 바람을 가르며 무리를 이끈다. 이 자리에서의 비행이 가장 힘들지만 누구에게 고정돼 있지 않고 서로 교대한다. 앞서서 비행하는 기러기 날개 끝에는 공기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 소용돌이는 뒤로 가면서 상승기류를 만든다. V자 대형은 앞선 기러기가 만든 상승기류를 뒤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저유가 호재에도 체감경기 암울…기러기 비행의 지혜 배워야

V자 대열에서 동료를 따라가며 상승기류의 도움을 받은 시간만큼 앞장서서 동료에게 도움을 준다. 놀랍게도 그 시간은 일정하게 비례한다. 누군가는 힘이 많이 드는 앞으로 나서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의 지혜다. 기러기 무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센서를 장착하고 비행 도중 각자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다.

철새들의 편대 비행에 담긴 비밀은 지난 2월 2일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베른하르트 보엘클 박사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들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철새들은 V자 편대 비행을 할 때 힘이 많이 드는 맨 앞자리에 교대로 나서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러기 리더십을 보면 ‘국가 리더십’ 부재가 보인다. 기러기 비행에서 배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러기는 호수가 얼어붙기 전 정확하게 떠난다. 일사불란한 행동지침의 기막힌 타이밍이 변화의 키포인트다. 그러나 최근의 저유가 호재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 활성화는 멀다. 공적은 대로에 있지만 과오는 골목에 있다. 내수의 바로비터인 골목상권은 민심의 바다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여름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저유가에도 휘발유 평균소비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했던 2004년 이후 10년 만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차량 운행이 느는 경제상식과 정반대다. 저유가가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외 잠복된 불안 요인이 너무 많다.  


국운 좌우하는 국책 표류…“국민 마음 얻지 못하면 하책”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최근 10년간 사회복지지출 증가폭이 가장 빠르다. 세수부족은 지난해만 11조 1000억이다. 빚내서 복지를 누리기엔 곳간이 열악하다. 급기야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혼선이 직장인들의 저항을 불렀다. 모든 계층에 복지혜택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보편적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바꿔야 국가적 불안 요인을 잠재울 수 있다.   

최근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정책들마저 표류하고 있어 큰일이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백지화하거나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1.19명)은 세계 최하위, 노인 빈곤율(45%)은 최고다. 고소득자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한 연말정산 파동은 핵심을 놓친 데서 기인했다. 저출산·고령화 대비라는 큰 틀을 무시해 국민감정을 건드렸다. 

고소득 직장인과 저소득 지역민의 건강보험료가 같다면 이는 모순이다.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게 옳다. 보험료 부과체제 개선 논란은 국정의 난맥상이다. 복지 구조조정을 위한 솔직한 소통이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도 재검토돼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제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완벽하지 않다.(호지무전미 好地無全美)  

지금이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골든타임이다. 국부창출과 국민행복이 시대정신이다. 대통령도 소통방식을 바꿔 국가적 불안 요인을 없애야 한다. 비록 높은 성을 정복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하책(허업 虛業)이다.(공심위상 공성위하 攻心爲上 攻城爲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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