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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초대석 - 박세일 (사)선진통일건국연합 상임고문]“대한민국 자긍심 심어줘 선진·개방 통일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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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8-419호 최정숙 기자⁄ 2015.02.24 09:04:28

▲박세일 (사)선진통일건국연합 상임고문.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최정숙 기자) 3년만이었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만남은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3년 전 기대를 모았던 ‘국민생각’의 대표였던 박 교수는 ‘선진통일건국연합(이하 선진연합)’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최근 언론의 주목을 다시 받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박 교수를 거론하면서부터다. 김 대표가 그를 내정한 것은 정책전문가로 인정해서다.

경제학 박사인 박세일 교수는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일했다.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박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박 교수에게 여의도연구소장, 정책위의장 등을 맡겼다. 이후 세종시특별법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박 교수가 의원직을 내던지는 등 두 사람 사이는 멀어졌다. 이 때문에 박 교수의 원장 내정에 대해 당내에서는 격론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박 교수가 정책전문가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박세일 교수를 만난 곳은 10일 종로구 수운회관이었다. 박 교수는 이날 열린 선진연합 창립총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았다. 3년 전 CNB와의 인터뷰에서 ‘선진화’와 ‘통일’을 강조했던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후 두 산을 넘어 왔다고 밝혔다. 바로 ‘산업화’와 ‘민주화’다. “지난 60~70년간 우리는 열심히 뛰었습니다.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도 성공했습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두 산을 넘은 우리 민족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두 개 더 있다. ‘선진화’와 ‘통일’이다. “이제 중진국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명실 공히 세계일등 국가가 돼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성숙한 모범국가가 되는 것이 선진화입니다. 또 세계화, 정보화라는 새로운 문명사적 변화의 흐름을 타고 그 속에서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에 성공하는 나라를 이뤄내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적으로 선진국은 많습니다. 하지만 분단된 선진국, 통일을 하지 못한 선진국은 없습니다. 선진국의 국력이 있어야 통일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통일이 돼야 비로소 선진화가 완성됩니다. 선진과 통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두 개의 산이 아니라 한 개의 산입니다. 지금 우리는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하나의 큰 산 앞에 서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를 선진일등국가, 세계모범국가로 만들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존경하고 사랑받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선진통일입니다.”

박세일 교수는 통일을 위해 미래에 대한 구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뭡니까. 우리가 가난할 때 배가 고프니까 보릿고개에서 벗어나자고 한 것이 산업화입니다. 이후 군사독재에서 해방되고자 한 것이 민주화입니다. 이제는 미래에 어떤 나라를 만들지 생각해야 합니다.”

▲2월 4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판문각에서 북한군 병사가 남측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박 교수는 통일의 의미에 대해 ‘이상국가의 창조’, ‘국민국가화’를 꼽았다. “그동안 우리는 가난과 독재에서 벗어나기 바빠서 바람직한 나라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하고 뛰어왔습니다. 통일건국 후 우리가 만들 나라는 단순히 과거 통일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국가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국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한민족이 꿈꿔온 이상국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통일은 새로운 국가의 창조이자 건국입니다.”

“개방자유파는 남한, 쇄국자주파는 북한으로 이어져. 한반도를 개방 근대국가로 만드는 게 통일” 

“통일의 또 하나의 의미는 반쪽 국민국가에서 한반도 전체를 국민국가화 하는 일입니다. 1948년은 반쪽뿐인 국민국가 건국이었습니다. 200여 년 전부터 모든 인류는 공동으로 당면한 역사적 과제가 있습니다. 근대적 국민국가를 만드는 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민국가를 만들기 위해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전쟁, 일본 메이지유신 등이 일어났습니다. 문을 개방하고 외국과 교류하는 나라가 되는 겁니다. 이는 폐쇄사회에서 개혁개방을 하는 것,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가는 부국강병을 해보자는 것, 왕권 중심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 이 세 가지가 합쳐져야 근대국민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이념, 세대, 지역 등 사회적 갈등이 문제돼 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각종 갈등을 해결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전체 국내총생산의 27%로 추정된다. 박세일 교수는 1860년 이후 개방파와 쇄국파의 대립을 들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어야 통일건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개방자유파(개화문명파)는 박규수·김옥균을 비롯해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쇄국자주파(위정척사파)는 이항로·최익현을 시작으로 박헌영과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일가다. 

“대한민국은 1860년대부터 근대 국민국가를 만드는 역사적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는 국민국가를 만드는 데 있어 지도세력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은 문을 열자는 개화파, 다른 쪽은 기존 외 새로운 나라와는 관계를 맺지 말자는 수구파입니다.”

박 교수의 얘기를 들으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다른 나라와 교류하는 것이 ‘개화’, 문을 닫는 것이 ‘수구’라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구보수’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는 거다. 새누리당은 흔히 ‘보수 정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 정당’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보다 FTA(자유무역협정)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볼 때 ‘수구보수’가 맞는 말이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개화와 쇄국의 기준은 뭘까. 대한민국 내 세력이 아니다. 남쪽과 북쪽의 문제다. “해방 후 대한민국은 근대국가로 성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박규수·김옥균 선생을 시작으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이어져 외국과 활발히 교류하며 근대국가, 국민국가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항로·최익현 선생에 이어 해방 후 수구파, 쇄국자주파인 김일성 등으로 인해 봉건국가, 쇄국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북한을 하루빨리 근대화 시켜 한반도 전체를 근대국가로 만드는 게 통일입니다. 그것이 끝나면 우리는 세계적인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박세일 교수는 왜 ‘건국연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건국연합은 통일건국을 위한 국민들의 결사체이자 운동체입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정신입니다. 국가를 소중히 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아끼고 지키고 또 발전시키려는 마음이 국가정신입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국가정신.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국가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박 교수는 “통일을 위해서는 자랑스러운 국민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민족정신, 시민정신은 아는데 국가정신은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좋은 이념과 가치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천안함, 연평도 사태 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서울 거리에서 항의집회를 했습니까? 외국인들은 한국에는 민족정신은 있는 것 같은데 국가정신은 없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한다는 이유입니다. 국가정신이 없으면 우리는 통일건국을 할 수 없습니다.”

박 교수는 역사적 소명을 이룰 경우 5년 이내 북한이 개혁개방 되고 10년 안에 통일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이 되고 2030년 이후에는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중국은 우리보다 1 년이 지난 1949년에 건국을 했습니다. 건국한 지 백년이 되는 2049년에 어떤 나라를 만들지가 중국의 꿈입니다. 세계 초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 명나라, 청나라 때 영광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얘깁니다.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은 앞으로 100년 후 2048년 어떤 꿈을 갖고 있느냐. 통일 대한민국의 꿈을 가져야 합니다.”

박 교수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꿈은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 사회’, ‘세계중심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물질문명으로만 충분한 사회가 아닙니다. 물질개벽은 일어났는데 정신개벽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걸 풀어야 합니다. 2012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지는 대한민국이 통일이 되면 2050년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일등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 했습니다. 이를 위해 홍익인간의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2030년까지 통일과정을 완료시켜 선진국에 진입하면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正道(정도) 지나 이제 선진화-통일 위한 同道(동도) 걸어야”

그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세계변방국가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구려가 망하고 한반도의 역사는 변방의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1894년까지 중국 변방에 살다 일본의 식민지로 억압 받았고 해방 후에는 남쪽은 미국, 북한은 구 소련의 변방이었습니다. 이제는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전 세계의 중심은 이동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세계중심은 영국이었고, 20세기 세계중심은 미국입니다. 21세기의 세계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하면 동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되고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계중심국가를 만드는 동시에 홍익인간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적 갈등 중에 하나는 종교갈등이다. 과거 서유럽의 십자군전쟁 등 종교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살벌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은 기독교, 천주교, 불교가 공존하며 살고 있다. 술자리에서 싸움이 나기 쉬운 주제 중 하나가 종교 얘기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치를 정도로 살벌하진 않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 모인 종교가 결국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민국은 기독교, 천주교, 불교, 유교 등 동양과 서양의 종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훗날 동양의 종교와 서양의 종교가 합쳐지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통종교의 시대가 올 때 새로운 평화사상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사상이 대한민국에서 나오면 통일된 한반도는 세계의 사랑방이 될 것입니다. 세계의 장마당, 놀이터, 교두보가 될 수 있습니다.”

박세일 교수의 강연이 끝난 뒤 그가 강조한 국가정신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은 공무원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애국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세대들에게 과연 그런 것이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이날 박 교수가 말한 국가정신은 애국심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 세대들에게 과연 애국심이 통하겠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애국심이 부족하다면 그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몰라서 그런 겁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고, 헌법이 훌륭한지를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후세들에게 자긍심을 길러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결국 선배들의 잘못입니다. 대학교수 등 사회지도층과 부모들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가르쳐줘야 합니다.”

3년 전 박 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가운데인 ‘正道(정도)’를 말했다. 이번에는 ‘同道(동도)’를 강조했다. ‘선진화’와 ‘통일’을 위한 그의 열망은 매우 컸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같은 길을 가야 합니다. 뜻을 함께 하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동도라고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의 큰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통일된 선진강국 세계중심국가가 될지, 아니면 분단된 세계변방국가로 추락할지 하는 갈림길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의 물줄기를 선진통일의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반드시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선진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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