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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⑰ 용산서 보안과 김경숙 경감] 탈북 상흔을 성형해준 보안경찰관

험한 중국 생활로 화상입은 탈북女에 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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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2호 안창현 기자⁄ 2015.03.19 08:58:00

▲용산서 보안계장 김경숙 경감. (사진=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안창현 기자) 탈북민 이희수 씨(가명, 여자)는 가슴 아픈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정수리 두피와 몸의 여기저기에 입은 화상 자국 때문이다. 탈북 이후 남모르게 겪은 아픔과 상처가 그 화상 자국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특히 두피에 입은 화상은 해당 부위에 모발이 자라지 않아 보기에도 흉했고, 힘겨웠던 과거가 떠올라 남에게 얘기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모를 고민을 해결해준 경찰이 있다. 그 주인공은 용산경찰서 보안계장 김경숙 경감(52)이다. 2012년 보안경찰과 탈북자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의 가슴 따뜻한 사연을 소개한다.

이 씨는 16살 탈북 이후 중국에서 취직을 시켜준다는 브로커의 꼬임에 넘어가 인신매매범의 손에 넘겨졌다. 그리곤 어린 나이에 시골의 한족 남자에게 팔려가 강제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이때 생겼다. 이 씨는 2009년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중국의 외딴 시골에 갇혀 지냈고, 탈출에 실패할 때마다 남편은 폭행을 일삼았다. 다행히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제주도를 거쳐 남한으로 넘어올 수 있었지만, 이때 경험은 그녀의 몸과 마음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그런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 따스한 손길을 건넨 사람이 당시 서대문경찰서 보안과에 근무하던 김경숙 경감이었다. 처음에 이 씨는 북한이나 중국에서 공안에 쫓겨 다니던 기억이 강렬해 한국의 경찰을 경계했다.

하지만 한국의 여러 경찰관들에게 헌신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김 경감 역시 그랬다. 김 경감은 이 씨의 경계심을 풀어주면서 한국 사회에 그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 경감은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잘 적응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편으로 남한의 안 좋은 면을 먼저 겪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희수 씨는 정말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신앙이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2년 처음 만난 김 경감과 이 씨의 인연은 2014년 김 경감이 용산서 보안계장으로 발령받고 서대문을 떠난 이후에게 계속됐다. 보안경찰과 탈북민의 신분을 넘어 이들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했다.

그리고 김 경감은 이 씨가 옛 상처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같은 상황에 처한 탈북민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런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는 없을지 사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해결책을 찾아냈다.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용산경찰서의 탈북민 외모개선 MOU 체결식. (사진=서울용산경찰서)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협약을 맺고 화상이나 기형, 문신, 다지증 같이 외모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는 탈북민들에게 성형수술을 지원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운좋게도 경찰서 내 보안협력위원회에 외부인사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소속 성형외과 선생님이 계셨다. 의사회에서는 이미 장학사업이나 의료지원 등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며 김 경감은 성형 지원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의사회와 정식으로 협약식을 맺기까지 신경 써야 할 점들이 적지 않았다. 김 경감은 지원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기금이나 법적인 부분에서 문제는 없는지 등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게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해서 탈북민 한 사람당 2000만 원까지 성형수술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성형수술이라고는 하지만, 단순미용이 아닌 화상이나 기형 등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성형수술로 제한했다.

이 협약의 첫 수혜자는 물론 이희수 씨였다. 이 씨는 “몸의 화상 자국도 그렇지만, 정수리 부분은 머리가 자라지 않아 주변에서 탈모 아니냐고 자꾸 물어서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수술 이후 사회생활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 경감은 “성형수술 지원 협약 소식에 다른 지역 탈북자들도 많이 관심을 보였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11개 지방에서 1811개 병원이 가입해 있다. 전국의 탈북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코를 크게 다친 상처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남 여수의 탈북민이 이번 달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탈북민의 사회적응, 다양한 활동으로 도와

김 경감이 탈북민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서대문서 보안과에 근무하면서부터다. “탈북민의 60~70%가 여자다. 당시 서대문서 보안과에는 여경이 없었다. 탈북자들이 대부분 보호자가 없는데, 내가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서대문서 근무 당시에도 김 경감은 중국에서 건너온 탈북민들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어학원과 여행사를 연계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의 일자리를 주선했다. 또 자선음악회를 개최해 그 수익금으로 탈북민에게 생필품을 제공하는 등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열심이었다.

김 경감은 “탈북민들을 우리 국민의 엄연한 일원으로 만드는 것, 주변의 이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나중에 통일이 되면 우리를 대변해줄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그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지 않고 서로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이라고 하면 흔히 아직은 너무 먼, 혹은 너무 큰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심을 가지고 탈북민들을 대하는 김 경감의 태도에서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탈북민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하는 것이 통일로 가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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