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김영란법 논란중…화환도 값따져 받아야?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여검사가 받은 벤츠를 ‘사랑의 정표’라며 뇌물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언론에서는 ‘김영란법’이 적용됐다면 유죄로 판결됐을 것이라는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에 만든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말합니다. 이 법은 수년간 많은 논란 끝에 지난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의 취지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면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 받으면 무조건 처벌
형법상의 수뢰죄(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약속한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을 수뢰죄로 처벌하려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그래서 공무원 수뢰죄와 관련된 사건에서 변호사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에 많은 판례가 축적돼 왔습니다. 그리고 뇌물죄의 두 가지 요건을 피하기 위해 공직자들의 범죄도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벤츠 여검사’ 사건도 벤츠를 대가성 없는 사랑의 정표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영란법 제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 공직자 등은 직무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제2항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국회가 처리한 김영란법이 졸속입법 및 위헌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해 10일 오전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영란법은 명백하게 직무관련 여부와 대가성 여부를 금품 수수의 요건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즉 형법상 뇌물이 아닌 대가성 없는 금품도 김영란법에 따르면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법의 핵심입니다. 위 두 조항에 따르면 공직자가 100만 원 이상 받으면 무조건 처벌됩니다.
그리고 김영란법이 규정하고 있는 ‘금품 등’에는 금전뿐만 아니라 할인권, 초대권, 음식물, 교통, 숙박, 취업 제공까지 모든 유형·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이 정비돼야 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저녁식사 한번 한 것이 법에 저촉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영란법을 살펴보면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규정이 있습니다. 특히 제5조 부정청탁의 금지 규정과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과 합법적인 민원을 어떻게 구별해 낼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으로까지 공직자의 개념을 확대한 것도 논란거리입니다. 법에 공무원으로 규정되지 않은 언론인을 공무원과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부족합니다.
또한 제8조 3항 2호에서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을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으로 보지 않고, 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 시행 전에 위헌(違憲) 논란 중
문제는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경조사비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고, 그 범위를 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도 향후 김영란법의 위헌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문제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배우자가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의무 규정을 둔 것도 논란거리입니다.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상 기대가능성이나 범인은닉죄 상 친족 간 특례 규정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위헌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경우는 매우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영란법의 시행을 1년 6개월 후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서 일단 법을 통과시켜 놓고, 법 시행 전에 개정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벌써 일부 단체에서는 김영란 법의 위헌(違憲)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삼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전담 팀을 만들어 김영란법에 대한 홍보와 시행령 및 하위 규정을 만들 예정입니다.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이 시행령과 하위 규정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 행동강령의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경조사비나 화환비가 너무 작게 책정돼 있어, 정치권에서는 이 규정들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 취지 자체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향후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이 잘 시행될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