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경찰청 사람들 ⑱ 관악서 학교전담경찰관 이백형 경위]관악서의 ‘2014 프로젝트’ 창안 주인공

"20번 만나 한(1) 영혼을 사(4)랑으로 살린다"

  •  

cnbnews 제423호 안창현 기자⁄ 2015.03.26 09:08:46

▲서울관악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이백형 경위.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2013년 발대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 지 이제 3년이 지났다. 이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6~7개 학교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실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학생 선도와 피해학생 보호 및 지원 활동을 병행한다.

관악경찰서 SPO 이백형 경위(40)는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 학교폭력 예방 강의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의 열성적인 강의는 학생들의 호응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경위의 활동범위는 학교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경위가 개인적으로 시작해 이제는 경찰서 차원에서 학생선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2014 프로젝트’, ‘두드림 펀드’ 등은 그가 학교 밖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또 다른 창구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상습적으로 엄마를 폭행한 청소년이 있다. 우리는 부모를 폭행한 이 아이를 구제불능의 문제아로 단죄하고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 아이를 피하거나 외면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박성균(19, 가명) 군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친엄마와 양아버지, 이복 남동생과 살았다. 노름꾼인 양아버지는 몇 달에 한 번씩 집에 들어올 뿐인데, 가끔 집에 들어와서는 성균이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성균이 앞에서 엄마를 때리는 날도 많았다고 했다.

더구나 성균이의 엄마는 알코올중독이었다. 거의 매일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엄마의 모습이 끔찍이 싫었고, 성균이는 이런 분노를 그대로 엄마에게 표출했다.

사건을 접수한 이백형 경위는 성균이를 엄마를 폭행한 문제아로 쉽게 판단하지 않았다. 성균이는 지속적인 양아버지의 폭력과 알코올중독 엄마의 무관심에 방치된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 경위는 우선 성균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범죄심리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성균이의 폭력성을 치료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가정환경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자문을 받았다.

그는 성균이 엄마를 설득해 관악구청 알코올중독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 성균이는 청소년 전문상담사와 지속적으로 상담하게 조치하는 한편, 체육활동이나 수련회에 참여해 또래들과 다양한 경험을 쌓게 유도했다. 이후 성균이는 술을 줄여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경위가 올해부터 시작한 선도 프로그램 ‘두드림 펀드’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사진 = 서울관악경찰서

“언뜻 천인공노할 문제아로 보이는 아이도 어떤 면에서는 피해자일 수 있고, 또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멋진 사회구성원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경위는 “성균이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얼마 전 검정고시를 치렀다.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이 경위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처벌하는 것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학생들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전과자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면 이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반납하여 아이들에게 애정 쏟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문제아 변화시킨다”

이 경위는 SPO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문제아’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자신도 배운다고 했다.
한번은 동네에서 또래들의 돈을 빼앗기로 악명 높은 ‘일진’을 잡은 적이 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중학교를 자퇴한 아이였다. 이 경위는 그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자주 자신의 집으로 불러 밥도 같이 먹었다.

“그 얘 생일 때 파티도 하고 이후에는 자주 만났다. 그런데 나중에 이 아이가 신문배달을 해서 돈을 빼앗은 학생들에게 다시 그 돈을 돌려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일도 아니었다.” 이 경위는 이 사실을 알고 특히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 경위는 학교 내에서 학생들을 만나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문제 학생들을 선도하는 것 외에도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우리 때는 자퇴나 퇴학을 당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얘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외로 많은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그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상의해 ‘2014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번의 만남으로 한(1) 영혼을 사(4)랑으로 변화시킨다”고 해서 ‘2014 프로젝트’라 불렀다. 형사처벌된 아이들이나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과 주말 동안 수련회를 갖고, 야구나 족구 등 운동도 같이 하면서 지속적으로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경위의 아내는 집에 아이들을 초대해 같이 밥도 먹고, 생일파티도 열어주는 등 그를 도와 열심이었다.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다 보니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14 프로젝트’도 아내가 아니었으면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램도 직접 짜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2014 프로젝트’는 작년에 60여명 아이들과 함께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수련회 사진을 찍어 아이들 부모님께 보내드렸더니 부모님들도 너무 좋아하셨다고 했다. 관악경찰서도 이 경위의 프로젝트를 적극 밀어주면서 이제는 경찰서 차원의 선도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부터 이 경위는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자는 의미에서 ‘두드림(Do Dream) 펀드’를 새로 시작했다. 아이들을 선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고 이들에게 투자를 하자는 의미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쓰면서 SNS 상의 사이버 따돌림이나 모욕 등 학교폭력과 언어폭력이 크게 늘었다. 더욱 가정과 학교,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진심으로 다가서서 관심을 보인다면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