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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골프 세상만사]‘100-1=0’ 법칙 모르는 골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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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4호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5.04.02 09:08:4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푸른요양병원장)) 우리가 일상에서 단돈 5000원으로 가질 수 있는 물건들이 무얼까. 얼른 떠오르는 생각은 자장면 한 그릇, 담배 한 갑 정도다. 물론 그 외에도 살 것들이 제법 있겠지만, 그렇다고 5000원을 가지고 무엇을 사려면 딱히 살만한 것도 없다. 물론 애연가에게 담배 한 갑과, 배고픈 이에게 자장면 한 그릇의 가치가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다.

누군가 5000원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에 토를 달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아는 사람이 5000원이 필요해 빌려달라고 한다면, 굳이 차용증을 쓰지 않고도 그냥 줄 수 있는 하찮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골프에서 5000원의 가치는 어떨까? 생각건대 질이 좀 떨어지는 골프 장갑 한 쪽, 골프공 하나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5000원짜리 내기에서 한타 값도 있겠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는 “신은 언제나 디테일 속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신이란 ‘완벽한 아름다움’ 혹은 ‘완벽한 건축물’을 지칭한 것 같다. 아무리 멋지고 웅장한 건축물이라도 디테일에서 실패한다면,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일 게다. 데어 로에는 이어 “100가지 중 1가지를 실패했다면, 99점이 아니라 0점이 된다”고 했다. 이것이 ‘100-1=0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역설적으로 풀어 1(하나)이 바로 100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1=100의 법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골프에서는 ‘100-1=0의 법칙’과 ‘1=100의 법칙’이 양립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30cm밖에 되지 않는 퍼팅을 실패해 우승을 놓쳤을 때, 실패한 당사자에게는 ‘100-1=0의 법칙’이, 우승자에게는 ‘1=100의 법칙’이 성립하게 된다.

한편, 우리는 골프를 하면서 간간이 작은 내기를 한다. 보통은 5000원 정도의 내기다. 주로 편을 갈라서 내기를 하지만, 가끔씩은 스트로크 내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네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골프 중에도 꼭 봐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당신과 나의 양심은 겨우 5천원짜리?

5000원짜리 스트로크 내기를 하던 중 필자는 보지 말았어야 되는 것을 봤다. 아름다운 풍광, 매력적인 코스, 동반자의 멋진 샷을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인간의 눈에는 시야라는 것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경우다. 그런 행위를 보고난 뒤의 심정은 그를 욕하기보다 측은한 생각이 든다. 봤어도 그냥 못 본체 하면 되겠지만, 진짜 두려운 것은 그 다음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필자의 생각 변화가 있다.

그는 5000원에 양심을 팔았다. 그의 양심 값이 고작 5000원짜리가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도 크다. 물론 생각의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필자 자신의 양심과 그의 양심의 값어치가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필자 양심의 현주소 역시 바로 그 양심의 값어치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오는 심한 자괴감이 너무 무섭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주저 없이 양심(정의) 그리고 시간이라고 대답했던 필자의 정체성이 무너져 내린다. 동반자의 그런 행동을 보고나면 필자의 양심의 값도 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고, 골프 치는 속물의 가치가, 가끔 코스에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고라니나 너구리만도 못함에 더욱 슬퍼진다. 즐거운 골프가 아니라 고행의 길이 되는 순간이다.

아…! 양심의 값이 고작 5000원이었구나! 필자의 양심 값이 자장면 한 그릇이요, 담배 한 갑일뿐이니, 100-1이 99가 아니고 0이 되는 순간이다.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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