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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마드리드 10명소를 전철환승 신공으로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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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5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4.09 09:04:07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3일차 (리스본 → 마드리드)

마드리드행 항공기 출발이 오후라서 오전 시간을 활용해 호시우 광장과 부근을 하릴없이 배회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이동이다. 마드리드행 항공기는 오후 3시 20분 이륙, 1시간 20분 비행해 스페인 시각 오후 5시 40분에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닿았다. 공항터미널 메트로 고객센터에 들러 박물관 패스 2일권(42유로)과 교통패스 3일권(13유로)을 구입했다. 교통패스를 곧바로 활용해 지하철 환승 끝에 그란비아에 있는 호텔에 찾아 들었다.  

돈을 가래로 긁는 중국인 가게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물결처럼 몰려다닌다.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금요일 저녁 그란비아에서 솔 광장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젊은이 거리다. 케밥으로 저녁 식사(맥주까지 8.8유로)를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내일 아침에 먹을 도넛과 과일, 오렌지 주스, 맥주, 음료수 등을 잔뜩 샀다. 기가 막히게 목이 좋은 솔 광장 근처 가게의 주인은 중국인이다. 밤낮없이 영업하는 가게 주인은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24일차 (마드리드)

‘누에바 에스파냐’라 불린 신대륙

초행인 대도시에서 여러 박물관을 소화하려니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야만 했다. 지난 밤 박물관 위치와 접근 방법, 개장과 폐장 시간을 면밀히 공부해 최상의 지하철 동선을 연구해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다행히 이 도시에는 열 개도 넘는 거미줄망 지하철 노선이 원하는 목적지 거의 근처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첫 방문지는 아메리카 박물관이다. 몬클로아역에서 금방 보여서 쉽게 찾아갔다. 아메리카 박물관은 2층의 넓은 공간에 북중남미의 모든 것을 전시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신대륙을 누에바 에스파냐라고 불렀지만 그들이 들어가기 전 이미 그곳에는 수천 년 내려온 찬란한 문명이 있지 않았던가? 당시 중남미 풍경을 재연한 대형 벽화가 인상적이다. 어쨌거나 어떤 의미로든 스페인은 인류 역사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확실하다.

▲마드리드 거리에서 신나게 연주하고 춤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바라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든다. 사진 = 김현주

옷 벗은 마야, 옷 입은 마야

소피아 왕비 박물관에는 피카소, 달리, 미로, 간딘스키 등 거장들의 작품이 있다. 스페인 전위 혁명 예술가들의 작품도 많다. 근처 왕립식물원에 들러 달콤한 휴식을 갖는다. 식물들이 내뿜는 향기가 맛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파리 루브르, 런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적으로 이름난 미술관이다. 이름값에 어울리게 고야, 그레코, 벨라스케스, 심지어 루벤스의 작품까지 걸려있다. 고야의 두 작품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앞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문다.

밀랍박물관은 시저와 클레오파트라로 시작하더니 스페인과 유럽, 세계의 역사를 장식한 인물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등장한다. 나스리 이슬람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의 모습이 애잔하다. 절정은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만찬 모습이다. 입장료가 비싼 것(16유로)을 빼면 마드리드에서 꽤 볼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25일차 (마드리드)

오늘은 박물관은 한두 군데만 들르고 마드리드에 즐비한 광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호텔을 나와 그란비아역에서 5호선 지하철로 오페라역에 내려 왕궁을 찾아간다. 거대한 규모가 압도한다. 왕궁은 부르봉 왕가의 시조이며 베르사이유궁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펠리페 5세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삼아 지었는데 화재 예방을 위해 돌과 화강암만 사용했다. 1764년 완공했고 펠리페 5세의 아들인 카를로스 3세부터 입주해 1931년까지 역대 스페인 국왕들의 공식 거처로 사용됐다.

▲에스파냐 광장 중앙에 있는 돈키호테(왼쪽)와 산쵸 판자 동상. 나귀를 탄 산쵸의 표정이 코믹하다. 사진 = 김현주

화려함의 극치 왕궁

왕궁 입장료는 10유로이지만 마드리드 패스 2일권(42유로)이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하다.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왕궁 앞 거리 악사가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베사메무쵸’가 아침부터 구성지다. 왕궁 전망대에서 도시 전경을 조망한다. 유럽에서 가장 녹지가 많은 수도답게 사방이 푸르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왕궁 회랑에서 사진을 찍으니 그대로 예술이다. 현재도 가끔 영빈관이나 국빈 리셉션으로 사용하는 왕궁은 규모와 화려함이 극치에 달한다.

특히 방마다 있는 천정화와 샹들리에, 가구, 소파, 카펫이 화려하다. 은과 도자기, 식기와 잔 등 19세기 대영제국 등장 이전까지 세계 최강이었던 대스페인 제국 초전성기의 영화를 여기서 확인한다. 왕궁 한 켠 무기고(무기박물관)에는 역대 왕실이 사용한 철제 무기와 갑옷이 가득하다.

마요르 광장 가득 퍼지는 트럼펫 소리

왕궁을 나와 걷다 보니 비야 광장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좀 더 걸으니 한적하던 거리가 갑자기 북적이기 시작한다. 마요르 광장에 도달한 것이다. 펠리페 2세가 수도 중앙에 광장을 지으라고 해서 생긴 400년 된 광장이다. 스페인에는 광장이 많지만 나름대로 특색이 있어서 금세 어느 광장인지 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마침 일요일을 맞아 광장에는 벼룩시장이 섰다. 거리 연주자의 트럼펫 소리가 광장 가득 퍼진다.

태양이 쏟아지는 솔 광장

좀 더 걸으니 솔 광장이다. 광장에는 이름 그대로 태양이 쏟아진다. 광장 한 켠에는 남미에서 온 인디오 밴드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고 또 한 켠에는 남미 사람들이 모여 거리 목사의 설교를 듣는다.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근처에 깔린 경찰의 눈치를 슬금슬금 봐가면서 전달하는 내용은 대략 ‘해방과 구원’쯤 되는 것 같다. 솔에서 지하철로 만사나레스강에 있는 톨레도 광장을 찾아 갔다. 강이라고 부르기엔 초라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다리 위를 오가며 휴일을 즐긴다.

▲모로코 마라케시 마조렐 정원. 노랗고 파란 건축물의 독특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에스파냐 광장의 돈키호테 기마상

이어서 지하철로 에스파냐 광장에 갔다. 1916년 세르반테스 사후 3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에스파냐 광장은 그란비아 대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광장 중앙에는 돈키호테와 산쵸 판자의 기마상이 있고 그들의 행각을 지켜보기라도 하려는 듯, 한 단 높은 곳에는 세르반테스의 기마상이 있다. 나귀를 탄 산쵸 판자의 얼굴 표정이 코믹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드리드의 꽉 찬 일정이 끝났다. 지하철 입구에 ‘영어는 필수’라고 쓰인 영어 학원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도 영어는 중요하다. 특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영어를 지독하게 못하는(이탈리아, 포르투갈도 그랬다) 이 나라에서 영어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26일차 (마드리드 → 모로코 마라케시)

다시 북아프리카로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모로코를 항해 북아프리카로 대륙을 옮긴다. 바라하스 공항으로 가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이 붐빈다. 항공기 이륙 후 50분쯤 지나니 오른쪽 아래로 지브롤터가 보인다. 큰 바위산이 전부인 작은 도시로서 영국이 300년 넘게 소유하고 있다. 왼쪽으로 해협 건너 모로코 탕헤르도 함께 보인다. 하늘에서 보니 두 대륙 사이가 불과 14km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항공기 창 너머로 두 대륙이 동시에 보이는 진귀한 풍경을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대서양을 끼고 남행하던 항공기는 내륙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곧 모로코 마라케시에 닿는다. 눈 덮인 아틀라스 산맥이 남쪽으로 보인다. 이집트 땅에 발을 들여 놓은 후 19일 만에 다시 북아프리카 마그렙 지역에 들어왔다.

마라케시는 카사블랑카 남쪽 235km 지점에 있고 인구는 73만 명, 모로코 제4의 도시다. 남쪽으로 사하라 사막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직전 오아시스처럼 자리 잡은 이 도시는 건물의 색깔이 온통 붉은 빛이다. 500년 가까이 된 건물들이 즐비한 이 도시의 한 겨울 날씨는 쾌적하기 이를 데 없어 한국 5월 날씨 같다. 공항 앞에는 마침 시내로 향하는 L19번 버스가 기다려준다. 기차역에 우선 내려 내일 카사블랑카행 열차표(1등석 편도 150디람, 약 2만 3000원)를 구입하고 호텔을 찾아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하늘에서 본 지브롤터 해협. 아래쪽이 아프리카 대륙, 위쪽이 이베리아 반도 모습이다. 사진 = 김현주

유럽인들의 합리적인 휴양지

시내 탐방에 나서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쿠투비아 모스크다. 시내 어디에서도 우뚝 보이는 모스크 탑은 마라케시 중심이자 상징이다. 800년 넘은 탑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 노란 벽면에 사막의 태양이 반사되는 모스크 회랑은 특별히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거리에는 아랍어와 함께 프랑스어가 표기돼 있고 사람들은 어른, 아이 모두 프랑스어를 제법 잘한다.

유럽으로 저가항공이 빈번히 다니고 유럽에 비해서 훨씬 물가가 많이 싼 이곳은 유럽인들의 인기 휴양지다. 거리 카페마다 유럽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모로코 음식과 커피, 후식, 그리고 차까지 풀코스로 점심을 먹었다(60디람, 한화 9000원). 맥주가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저렴한 가격에 누려보는 호강이다.

자마 알프나 광장의 즐거운 한때

메디나 성곽도시로 들어가니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마라케시 관광 1번지 자마 알프나 광장이다. 야바위꾼, 뱀 장사, 광대, 거리 수도승 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한참동안 광장을 배회하고 시장길로 접어들었다.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시장 골목에는 후추, 향료, 과일, 잡화 등 없는 게 없고 관광객들은 쇼핑에 여념이 없다. 서울 황학동과 비슷한 거리가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여러 물건 중에서 단연 도자기가 아름답다.

거리에서 모로코 장년 남성 셋과 얘기를 나눴다. 그중 한 사람,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성은 특전사 출신이다. 아프리카 코트 디브와르와 발칸반도 코소보에 평화 유지군으로 다녀왔다고 자랑한다. 마라케시에 왔으니 눈 덮인 아틀라스 산록 스키 리조트에 꼭 가볼 것을 권한다.

아그달 정원을 지나니 왕궁이다. 위병이 곳곳에 서 있고 내부는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만 사진을 찍었는데도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온다. 자마 알프나 광장에서 왕궁으로 오고 가는 길은 중간에 유대인 지구도 지난다. 마라케시 거리에서는 가끔 친절하게 다가오는 현지 남성을 만나게 된다.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지만 실은 대가로 돈 몇 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가시지만 차라리 귀엽다.

▲자마 알프나 광장 풍경. 야바위꾼, 뱀 장사, 광대, 거리 수도승 등 별의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 김현주

옛 남대문 시장처럼 넓은 시장 풍경

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민들의 골목을 지난다. 닭집, 푸줏간, 철공소, 채소과일 가게, 그리고 간혹 만나는 아라베스크 문양의 타일과 창문 장식 등 진정 모로코 마라케시다운 풍경의 연속이다. 그것을 즐기느라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걷다 보니 광장에 돌아왔다. 광장은 여전히 분주하고 해질 녘이 되면서 포장마차촌이 서려는지 철골 구조물을 조립하느라 바쁘다.

광장 뒤 시장은 더욱 넓다. 오래 전 남대문 시장쯤 되는 것 같다. 시장 안쪽 공방에서는 온갖 수공예품들을 만들어낸다. 골목길을 계속 걸으며 수많은 모로코 사람들과 마주친다. 피부색이 많이 짙어졌지만 유럽인들처럼 흰 피부를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젊은 여성들 중에는 과감하게 노출하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인도 자이푸르 닮은 마라케시

걷다 보니 도시 북서쪽 마조렐 정원에 닿는다. 야자 숲속에 선인장과 대나무 숲이 공존한다. 노랗고 파란 건축물과 곳곳에 놓인 항아리 색깔이 선인장과 잘 어울린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생로랑의 소유란다. 정원 끝 귀퉁이에는 2008년 별세한 그의 추모비가 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근처에서 쇠고기 꼬치구이로 저녁을 먹었다(50디람, 8000원). 사막이라 그런지 해가 지자 갑자기 선선해진다. 인도 자이푸르를 생각나게 하는 핑크 도시, 성곽 도시의 하루는 유쾌하게 지나간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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