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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라이프 ③ 문재인]“스타트 빨리 끊어야 이기니까”…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대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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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5호 심원섭 기자⁄ 2015.04.09 09:05:05

▲문재인 대표가 3월 25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제3165부대를 방문, 수륙양용 장갑차를 타고 훈련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정치인’을 꼽으라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꼽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서 32.5%에 오른 데 이어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31.2%를 기록하는 등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하며 12주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6.8%로 2위를 차지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격차를 두 배 가까이 벌린 것은 물론, 그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멀찌감치 떼 놓고 독주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물론 차기 대선이 아직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는 있으나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간다면 문 대표가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뒤 1년 만인 2013년 12월 초에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 저서가 주목받고 있다. 저서에 나와 있는 내용 그대로 최근 그의 동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공식적인 후보 선출 훨씬 전부터 사실상의 후보였다. 새누리당은 그를 중심으로 전략과 정책, 홍보 마케팅을 준비해 왔다. 그에 비해 우리는 벼락치기 시험 준비 같았다”고 반성문을 내놓았다. 

이어 그는 “25년간 대선의 징크스는 먼저 대선 후보가 확정된 정당의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이었다며 “(나의) 벼락치기 준비는 당내 경선과 후보 단일화까지는 통했지만 본선에선 실력 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후회했다.

책에서 “안보-성장 부족분 채워야 수권정당”.
천안함 ‘폭침’ 규정하고 피습 美대사 병문안 등
발빠른 행보에 “책에 다 나와 있어” 

이와 관련해 문 대표의 한 핵심참모는 “문 대표가 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2월 8일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선 속마음이 책에 드러나 있다”면서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2017년에도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지난 3월1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교 무료급식 폐지 저지를 위해 경남도청을 방문했다. 그 이유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의) 진정한 패인은 지역구도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구도를 극복하려는 노력, 즉 영남 유권자의 외면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다가가지 못한 게 패인”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문 대표가 자신의 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안보였다. “안보와 성장 분야에서 폭이 좁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우리를 수권세력으로 신뢰할 것”이라는 내용을 책에서 네 차례나 언급했다.

▲문재인 대표가 3월 25일 인천시 서구 당하동 4·29 재보궐선거 신동근 후보사무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신 후보에게 운동화를 신겨주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당시 종북 논란이 일 조짐이 보이자 재빨리 “새정치연합이 오히려 안보에 더 능하고 애국적”이라며 미국 대사관을 방문하고 병문안을 간 것 역시 책 내용대로 움직였다는 평가다.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하루 앞둔 3월25일 4·29 재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서구·강화을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해병대를 방문하는 등 하루 종일 안보행보를 벌였다. 그의 이날 행보는 이 지역이 여당 텃밭인 데다 지리적으로 안보 이슈에 민감한 곳이라는 점도 감안했지만 천안함 5주기를 계기로 ‘유능한 안보정당’을 모토로 야권에 덧씌워진 ‘종북 프레임’에서 탈피해 안보 불안 이미지를 확실히 걷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문 대표는 이날 이번 재보선을 ‘현 정권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로 규정한 뒤 천안함 ‘폭침’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트리는 어떠한 군사적 위협과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한다”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천안함 폭침 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 안보무능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천안함 사태의 성격을 ‘폭침’으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그동안 야당이 ‘천안함 사태는 북한 소행’이라는 점에 소극적이었다는 굴레를 확실히 털고 가자는 의도를 보였다. 보수층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어 문 대표는 강화도 해병대 제2사단 상장대대를 방문해 군 관계자들로부터 부대 현황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당시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탐지해내지 못했다. 사전 탐지가 중요한데, 지금은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는가”라며 우리 군의 사전탐지 현황을 점검했다. 이어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몰래 침투해 천안함 타격 뒤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한 뒤 직접 상륙돌격 장갑차(KAAV)를 운전하기도 했다.

해병부대 방문해 위장크림 바르고 장갑차 몰아
“천안함은 정부 무능 증명” 종북몰이에 카운터

특전사 공수부대 출신인 문 대표는 직접 군복을 입고 위장 크림까지 얼굴에 바른 채 연병장에 배치된 장갑차에 탑승해 부대 주변을 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폐쇄식 잠수기나 고공낙하산, 산악침투장비 등 군 장비와 저격용 소총인 K14 등을 세심히 살펴보며 자신의 특전사 시절 장비들과 비교했다. 저격용 소총 앞에선 직접 저격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수심 10m에서 최대 200분을 버틸 수 있는 폐쇄식 잠수기를 만져보던 문 대표는 “수심 40m로 내려갈 수 있다면 세월호 참사 때 쓰였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내일이 천안함 폭침 5주기인데, 북한의 잠수함 침투 등에 대한 장비와 사전 탐지능력 등 대비태세가 강화됐는가” 등의 질문을 하면서 “우리 당은 국방 예산을 한 번도 깎은 적이 없다. 앞으로 국방 예산은 더 적극 협조해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지난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TV토론 중 ‘천안함 침몰 사건’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자 이후 거리유세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표현을 바로잡은 바 있다.

문 대표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때도 책 내용대로 움직였다. 종북 논란이 일 조짐이 보이자 3월6일 새누리당보다 먼저 움직여 “새정치연합이 오히려 안보에 더 능하고 애국적”이라며 미국 대사관을 방문했고 8일에는 리퍼트 대사를 직접 찾아가 병문안을 했다.

책에 과제로 제시된 다른 내용들이 앞으로 어떻게 실행될지도 관심사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은 일찍부터 준비한 전략에 따라 당명을 바꾸고 상징색까지 대담하게 바꿨다”고 부러워했지만 새정치연합은 당 홍보위원장을 임명하는 데 늑장을 부렸으며, 측근들은 홍보위원장이 정해지면 새 홍보 전략에 시동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책에서 “남북관계를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새 남북관계의 비전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책에는 “새누리당 지지율 40%대, 야당 지지율 20%대 구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온라인에 당을 개방하는 방안’이 적혀 있어 이의 실현 방안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열매 못 맺으면 잘려”
문재인, 감나무와 대화하다 


문재인 대표의 자택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조그마한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이다. 그 집 정원에 문 대표가 감나무를 하나 심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감이 열리지 않자 부인 김정숙 여사의 눈총을 사게 됐다.

화초를 좋아하는 정숙 씨는 열매도 맺지 못하는 감나무가 자기가 살려고 주위의 수분을 다 빨아 당기고 주변 화초들이 물 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니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참다못한 그녀가 문 대표에게 통보를 한다. “올해도 이 감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버리겠다”고.

화들짝 놀란 문 대표는 다음 날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예전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감나무를 돌보는 것은 물론 감나무에게 뭐라고 계속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정숙 씨는 “저 사람이 감나무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열매 맺으라고 주문을 외우나”하고 의아해했다고. 문 대표는 나무에 물주고 기름 주고 지극정성을 쏟으면서 힘내라고 격려하는 중이었다.

문 대표 왈 “너 이번에도 열매 맺지 못하면 울 마눌님이 널 베어버리겠다니까 정신 차려야 한다. 힘내 이번에는 꼭 열매를 맺어야 해. 너는 할 수 있다. 힘내거라”.

그렇게 “너는 할 수 있다. 힘내거라”며 매일 격려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준 정성 덕인지 그해 감나무는 딱 세알 열매를 맺었다.

문 대표는 정말로 기뻐하면서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식물도 돌보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에 의지해 자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고 측근은 전했다.


문재인이 ‘국제시장’ 보고 눈물흘린 사연
영화 속 이야기가 가족사…부친이 흥남시 비료계장 역임 

2014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레이스에 나선 문재인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당 실버위원회 및 대학생위원회 당원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주위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해방 이후 격변기의 아버지상을 주제로 다룬 영화로, 당시 흥행몰이 중이었다. 영화의 주 무대가 문 대표의 지역구(부산 사상구)가 있는 부산 ‘국제시장’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뒤에 알려진 사연이지만 문 대표의 부모는 함경남도 흥남 출신 실향민으로, 영화에서처럼 흥남철수 때 미군 상륙함을 타고 월남했다니 그로서는 더욱 각별할 만 했다.

영화 시작보다 20여 분 일찍 극장에 도착한 문 대표는 당원들과 인사하며 “오늘이 마침 올해 마지막 날인데 어르신들이 좋아할 영화 같아 모셨다”며 “국제시장은 저희 큰어머니가 노점상을 한 곳이고 집안사람들도 양복점을 한다든지 다 인연이 깊다. 보시면 살아오신 역사가 다 생각날 것”이라고 개인 사연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기 전 영화제작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 대표는 관람 도중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인 덕수(황정민 분)가 흥남철수 때 손을 놓쳤던 여동생과 상봉하는 장면부터 안경을 벗고 손으로 눈물을 연신 훔쳤다. 이 장면을 가장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그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덕수가 흥남철수 때 헤어진 아버지를 끝내 찾지 못하고 회상하며 우는 장면에서도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으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가라앉히는 모습이었다. 눈시울을 붉힌 채 영화관을 나온 문 대표는 취재진에게 “저희 집도 흥남철수 때 ‘메르디스 빅토리 호’를 타고 피난와 피난살이하며 살아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지금 한국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그분들의 노고나 헌신을 우리가 잊어선 안 될 것 같고, 요즘 세대간극이 심각한데 젊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고 부모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남으로 내려온 분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만나기도 하지만 북에 남은 가족들은 만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빨리 분단이 극복돼 통일이 되길 바라며 그 전에라도 헤어진 가족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만날 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수층을 겨냥해 영화를 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문 대표는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논란한다는 게 씁쓸하다”며 “중간에 약간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은 장면이 있었지만 그게 그 시대 우리 사회상이었다”고 발언했다.


문재인은 왜 안나푸르나로 향했나?
노 전 대통령의 “한 개비 주지”에 못 끊었던 담배 

문재인 대표는 2004년 2월 시민사회 수석비서관을 끝으로 청와대를 나왔지만 당시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당분간 변호사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 변호사로 돌아갈 때까지 조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네팔과 티베트, 그리고 북인도 쪽 트레킹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때도 벗고 앞으로 뭘 하며 살아갈지도 생각해 보겠다고 결정했다. 마침 안식년을 맞은 또래 목사님 한 분과 단 둘이서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향했던 것이다.

원래 목적했던 코스는 네팔의 제2 도시 포카라에서 출발해 해발 4700m의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 1주일 정도 잡으면 무난했는데 일정을 5일로 단축하는 바람에 체력이 형편없이 떨어져 “트레킹을 고행하듯이 했”단다. 그래도 히말라야 경관이며, 산간마을의 아름다움이며, 밤하늘의 별이며, 맑은 공기며 보상은 충분했다. 또 하나의 소득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피웠던 담배를 끊었다는 것이었다.

공공건물을 금연 건물로 지정한 규정에 따르자면 이미 청와대에 있을 때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담배를 권하기도 하고 “문 수석 담배 한 개비 주지”하며 담배를 달라고 하니 함께 피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노 대통령도 늘 권양숙 여사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처지여서 담배를 끊는 게 상책이었지만 청와대에 있는 동안은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끊기는커녕 평생 하루 반값 정도만 피웠는데 청와대에 있는 동안은 하루 한 갑을 넘기가 일쑤였다는 것. 그랬던 담배를 안나푸르나를 걸으며 끊었다.  

문 대표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에서 시장과 인근 사원을 구경하던 중 우연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식을 접하게 된다. 청와대를 나온 후 아예 작심하고 일체 연락을 끊고 네팔에 갈 때도 영사관 같은 곳에 연락도 안 한 것은 물론 핸드폰도 안 가져갔기 때문에 한국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한 상태였었다. 우연히 영자 신문을 보다가 탄핵 소식을 듣고 바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귀국했다. 그리고 이후 그는 운명처럼 노 전 대통령과 엮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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