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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⑩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400만 집이 햇빛발전 해서 원전 하나 문닫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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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5호 안창현 기자⁄ 2015.04.09 09:06:00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가정집에 우리집햇빛발전소가 설치된 모습. 사진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지금 우리는 ‘에너지 풍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화석연료와 천연자원에 더해 핵에너지까지 이용해 가능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천연자원 같은 에너지원은 환경파괴 문제를 둘째로 치더라도 영원히 이용할 수 없다. 매장량이 정해져 있고, 고갈이 불가피하다.

핵 에너지는 또 어떤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누누이 지적됐던 원자력발전의 위험을 다시 부각시켰다. 일본뿐 아니라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많은 국가들에서 ‘제2의 후쿠시마’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를 기치로 에너지 절약·효율·생산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시민사회 등 민간 영역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많은 단체가 활동 중이다. 그중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 활동을 통해 당면한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적극 모색하는 단체다. 협동조합 활동으로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들어봤다.

가로 1m 65㎝, 세로 1m 크기의 반짝이는 직사각형 패널인 ‘우리집 햇빛발전소’의 가정집 설치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아파트 난간에 걸 수 있도록 거치대가 조립된 250W 용량의 햇빛전지판과 인버터, 케이블 연장선, 그리고 낙하 방지를 위한 고강도 로프 외에 더 필요한 물건도 없다.

▲상원초등학교 햇빛발전소 준공식 모습. 사진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서울햇빛발전)의 박규섭 사무국장은 “이 작은 발전소가 설치되면 발전소에 연결된 콘센트를 통해 생성 전기가 들어가면서 가정집에서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햇빛발전은 이렇게 우리집 햇빛발전소 설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지판과 인버터, 거치대 등 구성품 일체를 55만 원(배송 및 설치료 별도)에 보급한다. 이를 통해 가정마다 전기 사용량이나 햇빛 조건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연간 최대 12~15만 원의 전기료 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박 국장은 “서울햇빛발전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단지 에너지 소비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자는 고지서에 적힌 전기료를 지불할 뿐 어떻게 전기가 생산돼 자기 집에 공급되는지 관심 갖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생산에 참여한다면 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우리집 햇빛발전소가 단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료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적극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 개인집이나 기업에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햇빛발전은 이들과 어떻게 다를까? 개인이 기성 전지판을 구입해 집에 설치하는 것과 협동조합을 통해 전지판을 설치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서울햇빛발전이 하는 일은 가정용 전지판 보급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와 관공소, 공공 시설물 등 옥상에 대용량 전지판을 설치하기 위해 공동으로 소유, 관리할 조합원을 모으는 일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가정집에 설치하는 우리집 햇빛발전소는 태양광을 이용한 전지판 판매 업체들과 비슷해 보인다. 또 이미 태양광 전지판의 가정 보급 사업은 정부 예산까지 투입돼 수년간 진행돼 왔는데, 협동조합이 한다고 뭐가 다를까?

“햇빛발전으로 전기 더 많이 쓰자는 게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인식-생활방식 바꾸자는 것”

박 국장은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전지판을 설치한 가정들을 조사했더니 월 전기료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일시적으로 전기료가 적게 나온 만큼 여유있다고 생각해 전기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경제적인 측면만 따져서는 햇빛발전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상원초등학교에서 햇빛발전소 준공과 함께 열린 조합 총회. 사진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그는 협동조합의 햇빛발전소 설치 활동은 전기를 더 싸고 많이 쓰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아무리 대체에너지,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 핵발전소에 대한 의존 역시 줄일 수 없다.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생활방식을 변화시켜야만 의미가 있다.”

태양광 전지판은 요즘 가정집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시나 자치구 등에서 일부 지원금을 주며 미니 태양광 패널 보급을 하는 덕분이다.

태양광 패널은 사막, 염전을 메운 곳 등 아주 넓은 공간부터 가정집처럼 작은 공간까지 다양한 곳에 설치될 수 있고, 태양빛을 집열판으로 모아 직접 전기를 만든다. 냉각수가 필요 없고 폐열이 없는 점, 간편한 설치가 장점이다.

기업이나 개인은 물론 협동조합 방식의 햇빛발전소가 활발해지는 배경이다. 이들은 보통 태양광 패널 설치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에너지 생산자로서 역할을 한다.
자립적인 에너지 생산 활동 외에도 지역사회를 위한 에너지 관련 교육과 강좌,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박 국장은 “2013년 협동조합 시작 당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회적경제 붐이 일면서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된 시점도 그 즈음이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가 시행되면서 전기를 만들어 팔 수 있게 됐고,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통해 햇빛발전소 건립지원 계획이 세워지기도 했다”고 협동조합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열린사무실에 위치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실. 사진 = 안창현 기자

사실 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박 국장은 덴마크, 독일, 미국 등의 에너지협동조합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덴마크는 에너지협동조합 강국으로, 이를 통해 에너지의 99%를 수입하던 나라에서 에너지 자급률 145%의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덴마크 전체 풍력발전소의 80%가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이 전국 에너지 수요의 10%를 충족할 만큼 협동조합의 비중이 크다.

독일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이 급격히 늘어나 2013년 기준으로 650개의 에너지협동조합이 활동 중이다. 독일은 특히 정책적으로 2022년 핵발전소를 완전 폐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050년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협동조합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인구가 전체의 12%에 달한다.

에너지 선순환 사회를 꿈꾸다

박 국장은 지금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는 3%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햇빛발전소 같은 미니태양광 발전기를 400만 가구가 설치하면 원전 1개 분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1년치 전력 사용량에 필요한 핵발전소는 8대 정도인데, 전국 2000만 가구의 20%인 400만 가구에 250W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면 100만kW 전력생산이 가능해져 원전 1개의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햇빛발전 역시 학교나 공공시설물의 옥상에 대용량 전지판 설치사업을 진행한다. 가정용 햇빛발전소를 보급하는 것 못지않게 공공시설에 대한 햇빛발전 시설공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4월 80여 조합원의 힘을 모아 서울 상원초등학교 옥상에 37.2kW 용량의 전지판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조만간 관악소방서에 29.7kW 전지판 설치를 위해 참여 조합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또한 2013년 12월 서울시설공단,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체결한 MOU를 바탕으로 어린이대공원, 환승주차장 옥상 등 공공시설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박 국장은 “이렇게 대규모 햇빛발전소의 설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자금이 문제다. 학교나 공공기관이 50kW 규모의 햇빛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 원이 필요하다. 에너지 자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뜻을 같이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에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유아부터 초등생 나이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가장 적극 호응할 것으로 박 국장은 내다봤다.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기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를 자녀에게 직접 보여주며 에너지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판매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으로 환원하고, 에너지 전환에 관한 교육과 사업으로 공동체 활동을 펼치는 서울햇빛발전은 이런 선순환 속에서 조금씩 우리 사회의 에너지 생산과 발전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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