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⑳ 강서서 화곡지구대 최남윤 경위] “문안순찰로 소통하고 장애시설에 도움”
▲강서서 화곡지구대 최남윤 경위. (사진=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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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안창현 기자) 경찰이 시민에게 보다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대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문안순찰’이다. 집안 어른에게 안부 인사를 하는 것처럼, 경찰이 순찰을 돌며 주민들에게 일상적인 안부를 묻고 지역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일이다.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 최남윤 경위(37)는 문안순찰에 대해 “기존 순찰방식을 강화해 지역주민을 직접 대면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밀착형 대민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장애인재활시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들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문안순찰을 실천하는 최 경위를 만났다.
신용카드를 분실한 김 모 씨는 지급정지 시킨 카드가 부정사용 되었다는 카드사의 연락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신용카드를 잃어버리고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지만 카드는 이미 한 차례 사용된 상태였다.
최 경위는 김 씨의 신고를 접수하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지급정지 전에 카드가 결제된 곳은 동네 편의점으로, CCTV를 확인해보니 20대 청년이 과자 2개를 사면서 분실된 카드로 3850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CCTV 영상만으로는 신원파악이 힘들었다.
최 경위는 다른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근처 핸드폰 판매점에서 카드 결제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대리점은 그가 평소 문안순찰을 하는 곳이다. “대리점 주인에게 최근 지급정지된 카드로 핸드폰 케이스를 사려던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리점 주인이 아는 사람이라 쉽게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최 경위는 말했다.
대리점 주인이 지목한 사람은 지적 장애 2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었다. 그는 대리점과 같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지적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시설인 ‘열림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열림센터를 방문하니 지적 장애인들이 종이 가방 등을 만들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곳이었다. 그곳 원장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CCTV에 찍힌 사람을 확인해보니 열림일터에 나오는 22살 장애인이 맞았다.”
이 사건은 단순 훈방조치로 끝났다. 최 경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 초범이었고, 피해금액도 적었다. 또 알고 보니 피해자 카드와 똑같은 종류의 카드를 그 지적 장애인도 갖고 있었다. 무심결에 자기 카드로 알고 사용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최 경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열림일터 원장과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장애인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적 장애인들은 범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지역사회와 경찰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 경위는 “사회복지사들은 지적 장애인이 범죄에 대해 잘 몰라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지역 경찰서에서 문안순찰 제도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지속적으로 경찰이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런 계기로 이번에 열림일터와 업무협약까지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적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시설인 열림일터에서 범죄예방 교육을 하는 최 경위. (사진=서울강서경찰서)
지난달 23일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가 열림일터와 맺은 업무협약은,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체결됐다. 이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범죄에 대해 지속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 경위는 업무협약 뒤 바로 열림일터를 방문해 그곳 장애인들에게 범죄예방 교육을 했다. “처음에는 서먹한 느낌이었지만 계속 방문하면서 이제 서로 얼굴도 알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눈다. 문안순찰에 대해 설명하고 무엇보다 경찰을 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범죄나 절도예방 교육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이나 성범죄처럼 장애인들이 주의해야 할 범죄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또 “여성안심귀가 등 경찰이 시행하는 다양한 제도를 설명하고,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재활시설 ‘열림일터’ 등과 MOU
“사회적 약자에 지속적 관심 갖고 도울 것”
문안순찰은 주민 접촉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이 올해부터 방범진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방범진단이 상가나 주택을 방문해 화재나 범죄에 취약한 곳을 알려주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면, 문안순찰은 직접 주민을 대면해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제도다.
최 경위는 “강서경찰서에는 ‘문안순찰카드 112’ 제도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찰서 차원에서 해결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한다”며 “이러한 소통 노력을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 경위가 근무하는 강서경찰서 앞 화곡지구대는 유흥 밀접지역에 위치한다. 그는 “아이들이나 장애인 등이 유흥 밀집지역에서 더 취약할 수 있다. 어린이는 물론이고 장애인도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아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경위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다.
최근 그는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방과 후에 교육받는 열린지역아동센터와 MOU를 체결해 지속적으로 접촉할 예정이다.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 경찰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치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경위는 “문안순찰이나 방범진단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좋고 주민 반응도 좋다. 앞으로 어린이나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