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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한국 골퍼는 역마살 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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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7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5.04.22 15:11:4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소설가)) 그는 어렸을 적부터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더 넓은 큰 세계로 훨훨 나다니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여러 직장을 전전하던 중에 드디어 안주할 만한 직장을 구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발로 뛰는 시간이 더 많은 제조업체였고 직책은 영업 담당이었다.

“내 적성에 딱 맞아. 난 역마살이 끼었나 봐”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방 출장을 떠나면서도 그는 언제나 희희낙락이다. 직업에 성실하고 직장에 헌신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어서라기보다, 객지를 떠돌고 싶은 그의 방랑벽이 일에 즐거움을 보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고달프고 궂은일에 솔선수범 나서면서 경영진과 선배들의 신임을 얻었다.

우리 주변에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부류가 있다. 직장에 들어가도 금방 그만두거나 자주 옮긴다. 한 곳에 좀 진득하게 눌러 있으려고 해도 자신의 의지로는 잘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떠돌면서 하는 일이 제격일 수 있다. 제조업체에서 영업을 담당하거나,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돼 전국의 공연장이나 길거리를 돌면서 공연을 하고, 하다못해 관광버스를 운전하며 전국을 누비는 등의 일이다. 또한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각종 투어에 참가하는 투어 골프 프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한 곳에 붙어 있지 못하고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에게 ‘역마살’이 끼었다고 한다.

역마살은 한자어 역마(驛馬)와 살(煞)이 결합된 단어다. ‘역’은 통신매체나 교통수단이 전혀 없었던 시절에 중앙관아의 공문을 지방관아에 전달하고, 관물 및 공물의 수송과 내외인의 왕래를 규찰하기도 했던 정부기관이다. 수도에서 대체로 30리마다 두었는데, 이 역에 갖추어진 말이 바로 역마(驛馬)다. 역마는 많은 곳을 다녀야 했다. 어느 역에 도착해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엔 뒤따라오는 관원을 태우고 다음 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다음 역에서도 좀 쉬다가 또 다른 관원을 태우고 그 다음 역으로 이동한다. 역마의 신세가 이처럼 고단한 것이다.

살(煞)은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독한 기운을 가리킨다. 흔히 ‘살 맞았다’처럼 쓰인다. 따라서 역마살(驛馬煞)이 끼었다 함은 천성적으로 역마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몹쓸 액운(厄運)이 끼었다는 뜻이다. 원치 않은 일인데도 어쩔 도리 없이 세상을 방랑해야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액운이고, 이는 사람을 고달프고 지치게 한다.

역마처럼 잠깐씩 쉬면서 도처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고요히 정착한 농경을 생업으로 가정을 꾸리고 안주하는 삶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화되면서 미덕의 기준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 어렵다는 외교관 시험을 통과한 외교관의 딸이 화제였다. “난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2년마다 이사를 다니며 새로운 곳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보다 더 넓고 큰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외교관이 됐어요.” 남 보기에는 역마살로 보이는 2년마다의 이사가 그녀에게는 살(煞)이 아닌 행운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투어 골프 프로들이 적어도 일 년의 반 이상을 집과 가족을 떠나 골프 대회가 열리는 외국을 떠도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에서 일반 골퍼들도 골프 라운드를 하려면 집에서 평균 50km는 달려가야 한다. 역마를 서너 번 갈아타야만 하는 거리다. 집에서 왕복 100km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골프장에 가려고 컴컴한 새벽에 길을 나서는 한국의 골퍼들이야 말로 독한 역마살이 오지게 낀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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