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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㉑ 용산경찰서 SPO 한명진 경사] 다문화가정 학생들 위한 축구교실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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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7호 안창현 기자⁄ 2015.04.22 15:15:45

▲아이들과 함께 프리워킹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한명진 경사(중앙 팻말의 오른쪽). (사진=서울용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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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안창현 기자) 용산에는 지역적 특성상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용산의 한 초등학교의 학생 국적은 80여 개국이나 된다. 그런데 이들 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교생활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힘들기도 하고, 튀는 외모로 또래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용산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한명진 경사(37)는 2013년부터 ‘포텐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포텐은 포텐셜(potential)의 줄임말로, ‘아이들의 잠재력을 적극 키워준다’는 의미다. 특히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 시작됐다.

“경찰 아저씨, 저 까야에요. 오늘 학교 축구대회에서 세 골을 넣었는데요. 친구들이 저 보고 메시래요. 완전 기분 짱이예요.” 얼마 전 한 경사는 까야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까야는 그가 담당하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다.

한 경사는 2013년 봄 까야를 처음 봤다. 학교에서 범죄예방교실을 마치고 운동장을 나서는데, 뛰어노는 아이들 너머로 까야가 벤치에서 혼자 공을 차고 있었다. 평소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그는 까야에게 다가갔다.

“그때 처음 얘기를 나눴는데, 까야가 축구를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또래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구석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어서 자기들과 조금 다르다고 느끼면, 놀리기도 하고 함께 놀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까야가 그랬다.”

한 경사는 까야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방법을 구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용산경찰서에서 시작하게 된 사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차범근 축구교실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독일 현역 선수 시절에도 휴가를 내 한국에 귀국하면 바쁜 일정에도 어김없이 축구부가 있는 전국 초등학교를 찾아 어린이 축구교실을 개최했다. 한 경사와 용산경찰서는 차 감독을 초청해 취지를 설명했다.

한 경사는 “경찰서로 직접 차 감독님을 모시고,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활기찬 학교생활의 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런 기회를 줘 자신에게 큰 영광이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축구교실에 아이들을 무료로 참가시키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3명의 다문화가정 학생들로 단출하게 시작한 제1기 차범근 축구교실은 다음해 2기에서는 한국인 학생들도 참여하면서 13명으로 늘어났다.

한 경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축구교실을 찾았다. 그는 “작은 축구공 하나로 아이들이 하나가 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고 큰 보람을 느낀다. 또래들보다 체격이 왜소했던 까야가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우더니 학교에서 밝고 적극적으로 지낸다고 담임선생님도 매우 흐뭇해하신다”고 전했다.

▲용산서 SPO 한명진 경사. (사진=안창현 기자)

용산경찰서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포텐 캠프의 일환으로 정착됐다. 용산서는 포텐 캠프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단순 선도할 뿐 아니라 경찰이 직접 청소년들의 포텐 도우미가 돼 올바른 청소년 문화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경사는 “학교전담경찰관도 아이들에게 감시자라는 이미지를 떨쳐내고 학생을 위한 활동에 주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일선에서 학교별, 개인별로 학생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학교 측에서도 신뢰를 주고 있고, 학교폭력 재범률도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학생과의 장벽 허물며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노력

그간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일방적이거나 홍보성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학생의 참여나 효과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경찰관과 학생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었다. 한 경사는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프리워킹(Free-Walking)’ 또는 ‘통감자’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프리워킹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과 함께 학교폭력에 취약한 교내 지역을 자유롭게 걸으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의 자발 참여를 유도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면서 학생들과의 장벽을 제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 경사는 전했다.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학교폭력 사각지대를 순찰하면서 동시에 학생들과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새로운 선도 프로그램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프리워킹은 용산서를 시작으로 다른 경찰서에서도 학생참여 선도 프로그램으로 채택되고 있다.

한 경사는 이밖에도 금연 클리닉, 벽화 그리기, 지역봉사활동 등 다양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의 거리를 좁히고 올바른 학교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변화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낀다. 학교전담경찰로서 아이들 옆에서, 또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도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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