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 중국부자 이야기 - 왕젠린]거부 일궈 문화·자선 투자 “돈에도 급수 있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중국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십 년간 두 자릿수 성장할 것이다.” 왕젠린(王健林) 회장의 말이다.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 첩경은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이다. 부동산으로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부호가 된 인물이 있다. 다렌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 왕젠린이다.
왕 회장은 어떻게 부동산에 눈떴을까? 부동산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8년이다. 그는 1970년 군대에 입대해 16년간 군 생활을 한다. 제대 후 1986년 대련시 시강구(西岡區) 인민정부 판공실 주임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시강구 정부는 149억 위안(2조 6176억 원)의 부채가 있었으며, 시강구 주택개발공사는 노후화된 주택의 개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는 주택의 ‘주’ 자도 모르는 초보였지만 주택개발공사로 전직을 자원했다. 그는 간부들에게 기존 주택 개조 때 서양식 욕실과 창문을 도입해 고급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개조한 주택의 분양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주택개발공사는 회생되었다.
1989년 왕젠린은 다롄완다그룹을 창업한다. 그 시기에 일반 업체들은 아파트 등 주택개발과 임대 사업을 주로 했다. 그는 상업용 빌딩에 주안점을 뒀다. 초대형 상업용 빌딩을 세운 다음 쇼핑몰과 백화점, 오피스와 호텔, 영화관과 양판식 KTV(초대형 노래방) 등을 한꺼번에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중국 최초의 복합 쇼핑몰인 ‘완다플라자’를 도입한 것이다. 주변의 반대는 매우 심했다. 그는 다국적 유통업체를 비롯해 영화관, 호텔, 백화점, 레스토랑 등을 입점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완다그룹은 9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부동산개발회사다. 중국 전역에 49개 완다광장과 26개 호텔, 730개 영화관, 40개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다. 소피텔, 콘래드 등의 브랜드를 붙여 운영하는 5성급 호텔 51곳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495곳의 영화관(완다영화관)을 갖고 있다. 양판식 KTV도 중국 전역에 81곳을 가지고 있다.
최근 왕 회장은 해외 부동산 개발을 비롯해 스포츠, 문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해외 부동산 투자다. 2013년 런던의 5성급 호텔과 아파트 단지 건설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랜드마크인 스페인빌딩(Edificio Espana)을 2억 6500만 유로(약 3671억 원)에 인수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왕젠린 회장. 사진 = 위키피디아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선 총 9억 달러(약 9900억 원)를 들여 88층짜리 주상복합 빌딩과 350미터 높이의 ‘완다 비스타 타워’(Wanda Vista Tower)를 추진했다. 올해 호주 시드니에는 고급 사무실 및 호텔 사업에 10억 달러(1조 817억 원)를 투자한다. 중국 부동산의 왕에서 세계적 부동산 기업가로 위상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부동산의 시대가 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26억 달러(2조 8236억 원)를 들여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를 인수하고 영화 산업에 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9월 그는 산동성 칭다오(靑島)에 500억 위안(약 8조 8500억 원)을 투입해 미국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중국판 ‘찰리우드’를 추진하고 있다. 완다그룹이 지금까지 중국 문화 산업에 투자한 자금은 1350억 위안(약 2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셋째, 축구 사업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축구광이 두 사람 있다. 한 명은 시진핑 국가주석이고 한 명은 왕젠린 회장이다. 왕 회장의 축구 사랑은 뜨겁다. 1994년 중국 프로 리그 팀인 다롄완다 축구팀을 창단했다. 지난달 20일 완다는 스페인 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4500만 유로(약 500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스위스 스포츠 마케팅그룹 인프런트 미디어를 10억 유로(약 1조 2470억 원)에 인수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 끝없는 축구 열정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빌 게이츠 있다면 중국엔 왕젠린 있다”
검소한 생활에 골프 안 치고 노래부르기 취미만
넷째, 미술품 투자이다. 왕 회장은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의 ‘거대한 손’이다. 왕 회장은 중국 예술품 시장이 무르익기도 전인 1990년대부터 빠르게 중국 저명 미술가의 작품을 사들였다. 웨바오자이란 미술품 전문 구매회사를 차렸다. 그가 미술품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국 고미술은 수천 년 중국 역사의 혼을 담아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난데, 억울하게 해외로 유출되었다. 따라서 유출된 중국 예술품을 되찾는 것은 중국 혼을 되살리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를 통한 애국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베이징의 완다그룹 본사 건물. 사진 = 위키피디아
그는 현재 치바이스(齊白石), 쉬베이훙(徐悲鴻), 우관중(吳冠中)의 작품 1000여 점(시가 약 15억 위안)을 보유하고 있다. 2014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클로드와 팔로마’를 2820만 달러에 매입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왕 회장은 중국에서 존경받는 부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다. “미국에 빌 게이츠가 있다면 중국에는 왕젠린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부를 실천한다. 지난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 가장 먼저 성금을 기부했다. 지진 관련 기부금만 3억 5000만 위안(615억 원)에 달했다. 2010년에는 지진 재해 지역에 2억 위안(360억 원)을 들여 학교를 건립키로 하는 등 지난 26년간 총 37억 위안(약 6364억 원)을 기부했다. 이런 자선으로 다롄완다그룹은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중화 자선상’을 7회나 수상했다. 그래서 왕 회장을 ‘중국의 빌 게이츠’라고 부른다.
그는 사업가이자 정치인이다. 중국공산당을 대표하는 17기 대표 2200여 명 중 한 명이자, 제11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서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또 제11차 중국기업연합회와 중국부동산업협회 부회장 등 굵직한 사회적 활동도 활발하다.
“성공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선두에 서야 한다”는 창조 정신이 왕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의 기업 경영 원칙도 남다르다. 첫째, 생산력과 품질, 준법경영, 윤리정신, 신용중시 등 4대 원칙을 고수한다. 왕 회장은 실제로 사회적 비판을 받는 일부 부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생활조차 없다. 골프도 치지 않는다. 일상생활도 규칙적이어서 오전 7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일을 반복한다. 참으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기업인이다.
부에 대한 왕 회장의 철학은? “부는 규모보다 품질이 더욱 중요합니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재부 품질론’이다.
왕 회장은 돈과 권력을 다 거머쥔, 그러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중국 최고 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올해 3월 포브스 중문판은 왕 회장의 자산을 242억 달러라며 중국 최고 부자이면서 세계 29위 갑부라고 밝혔다. 왕 회장은 한국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왕 회장이 직접 부산을 방문해 영화·영상 산업뿐 아니라 관광, 부동산 개발 등 다각적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한국에서 왕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