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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세계 뮤지엄 ③]문화보러 상하이 가도 베이징은 안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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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8호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2015.04.28 09:06:5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세계의 주요 도시를 뮤지엄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이 칼럼은 그간 스위스 바젤과 미국의 LA를 돌아봤다. 이번에는 가깝고도 먼 도시 중국의 베이징을 살펴본다. 비행 시간 2시간이면 도착하는 물리적으로는 가까운 도시. 하지만 남북 분단과 여러 정치적 대치 관계를 생각하면 심리적 거리는 미국보다 더 먼 곳이다.

그래서인지 상하이에 다녀온 분은 많아도 의외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가 봤다는 분은 적다. 상하이는 외국인도 많고 이국적인, 국제적인 도시로 여겨지는 반면, 베이징은 천안문 사태의 강력한 이미지와 함께 아직도 닫힌 도시처럼 여겨지기 때문일까? 하지만 베이징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세계 미술계의 중심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그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뮤지엄을 살펴보자.

798 예술특구

변화는 798 예술특구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공장 지대였던 버려진 지역에 예술가가 하나 둘 모여들면서 작업실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이 지역을 재개발하는 대신 문화지구로 선정하면서 발전의 토양을 마련해줬다.

▲중앙미술학원 전시장. 사진 = 김영애

베이징에 다녀온 분들 대부분이 관광 삼아 들러보는 곳도 798 예술특구다. 꼭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 곳곳에 조각 작품이 즐비하고, 골목에는 좌판을 벌여 놓고 재미있는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도 많고, 구경나온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 들썩들썩 흥미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몇몇 갤러리들도 2007∼2008년 중국 미술 시장이 붐을 이룰 때 이 지역에 갤러리를 내기도 했다(현재는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다).

2007년 개관한 UCCA 미술관은 798 미술특구의 화룡정점이라 할만 하다.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의 약자이다. 기 울렌스(Guy Ullens)는 벨기에 귀족 집안 출신으로 부친이 벨기에 주중대사를 지내는 등 일찌감치 중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1960년대부터 가족 사업을 이끌며 큰 성공을 거뒀고 수많은 중국 작가들의 미술품을 소장해온 컬렉터다.

▲거리 자체가 예술인 베이징의 798 예술특구. 사진 = 김영애

하지만 그의 미술관 사업은 뜻대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독립 큐레이터 출신으로 팔레 드 도쿄 초대감독을 맡으며 주가가 한창이던 프랑스의 큐레이터 제롬 상스(Jerome Sans)를 디렉터로 모시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중국의 여러 행정적, 정치적 벽과, 결정적으로 유럽 사람들을 높은 자리에, 중국 사람들을 낮은 자리에 앉혀 놓은 인적 구조가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개관 6개월 만에 처음 채용한 큐레이터 6명 중 5명이 그만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울렌스 부부는 현재 이 미술관을 떠났고, 수많은 아트 컬렉션 중 일부를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판매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UCCA가 문을 닫지 않고, 이름도 그대로 유지한 채 798의 터줏대감으로서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미술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4월 베이징에 잠시 다녀왔는데 1972년 생으로 중국 현대 미술의 미래세대로 손꼽히는 리우 웨이(Liu Wei)의 거대한 설치 작품과, 마틴 파(Martin Parr)가 큐레이팅한 중국 근대사의 변천을 보여주는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종종 울렌스의 라이벌로 비견되는 또 다른 서구의 중국 미술 전문 컬렉터가 있는데 바로 울리 지그(Uli Sigg)다. 엘리베이터 회사의 중국 지사장으로 발령 받아 중국에 머물면서 일찌감치 중국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컬렉션하고, 유럽에 이들을 알리는 중국 미술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컬렉터의 본보기로 여러 인터뷰와 강연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는 베이징 대신 홍콩의 뮤지엄을 택했다. 향후 2∼3년 안에 완공될 것으로 기대되는 홍콩의 M+ 미술관에 그는 중국 현대미술 소장품 상당 부분을 기증했고, 기부한 작품 못지않게 많은 작품을 미술관에 판매했다. M+ 미술관이 완공되면 미술 시장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홍콩이 명실 공히 뮤지엄까지 아우르는 아시아 미술의 허브 도시로 더욱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징 아트의 중심, 중앙미술학원 전시장

베이징 중앙미술학원(China Central Academy of Fine Art)은 회화, 조각, 인문학,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는 베이징 최고의 미술대학이다. 수많은 평론가와 큐레이터를 배출했으며, 최근 베이징 페이스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방중한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강연을 위해 먼저 방문한 대학이기도 하다.

전시장은 대학의 부속미술관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거대한 6층 규모를 갖추었다. 갑옷을 입은 듯한 독특한 외관과, 실내 공간 곳곳을 연결하는 독특한 구조는 유명한 일본의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Arata Isozaki)의 작품으로, 공간 구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꼭 들러봐야 할 뮤지엄이다.

▲베이징 금일미술관 외경. 사진 = 김영애

중국의 부호 장 바오콴(Zhang Baoquan)이 설립한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도 흥미롭다. 미술관 앞에 우에 민준의 웃는 사람들 조각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천안문 옆의 중국국가박물관은 그리스 신전처럼 높은 기둥 주랑이 압권이다. 이미 1959년에 지어졌으며, 중국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 10대 건물로 손꼽힌 건물이다. 최근에는 로댕전시를 여는 등 중국의 고대 예술로부터 현대 서양 미술 소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수도박물관, 중국미술관, 올 6월에 개관을 앞둔 민생미술관(중국 민생은행이 후원자로, 이미 상하이에 민생미술관이 있고, 2차로 베이징에 미술관을 건립) 등 최소한 일주일은 머물러야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뮤지엄이 있는 곳이 바로 베이징이다.

천안문, 이화원, 만리장성 등 중국의 주요 관광지를 이미 둘러본 관광객이라면, 가본 곳이라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중국의 오늘을 확인하고 미래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베이징을 자주 들러 뮤지엄을 살펴보자.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중국의 민주화에 불을 붙이기 이전에 이미 1985년부터 중국 아방가르드 현대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며 변화하는 중국 사회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 이들이 바로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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