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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캠퍼스 미술관]성신여대 캠퍼스 뮤지엄 “새 문화운동 진원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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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9호 왕진오 기자⁄ 2015.05.06 09:18:15

▲류민자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강의실 복도. 사진 = 성신여자대학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딱딱한 강의실에 화사한 그림이 들어간다. 그러자 ‘외우는’ 공간이 ‘생각하고 창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5월 14일 개관하는 ‘성신 캠퍼스 뮤지엄 군집미술관’(이하 캠퍼스 뮤지엄)의 성과다.

한국 미술 문화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이 프로젝트는, 강의실과 복도를 작가별 개인 미술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주요 미술가의 대표 작품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경제가 과거의 공급자 중심(대량생산)에서 수요자 중심(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바뀌듯, 미술 역시 찾아가는 서비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 캠퍼스를 화랑으로 변화시키는 이번 프로젝트도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김영재 작가의 500호 작품이 설치된 강의실 복도. 사진 = 성신여자대학교

과거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었지만, 지금은 ‘취업교육 학원’으로 격하됐다. 감성적으로 메마르고 각박하게 취업준비 공부만 하는 대학 캠퍼스는 그래서 더욱 감성적 힐링이 필요하다. 동료 사이의 각박한 경쟁도 미술 작품 아래서는 미소로 바뀔 수 있다.

이번 ‘성신 캠퍼스뮤지엄 군집미술관’ 프로젝트는 그러한 꿈을 현실에서 실현하려는 첫 시도다. 성신여자대학교(총장 심화진)와 마니프조직위원회(대표 김영석)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캠퍼스 뮤지엄 프로젝트는 일상에서 효과적으로 미술을 향유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힐링을 의도한다.

▲구자승 작가의 그림이 걸린 강의실에서 수업 받는 학생들. 사진 = 성신여자대학교

한국미술경영연구소 김윤섭 소장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대학 강의실을 미술관으로 꾸민 사례는 국내 처음이자, 세계 첫 사례로 볼 수 있다”며 “미술 대중화 및 향유 계층 확산의 구체적인 대안을 대학 캠퍼스에서 마련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기대되는 효과로 △페이트런(Patron: 경제적-사회적으로 예술가를 후원하는 애호가) 문화의 확산 △미술을 통한 사회적 공헌의 다각화 등을 꼽았다.

대학 강의실을 미술작품 전시장으로 확보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가능성은 성신여대의 강의실과 복도가 설계 단계부터 이러한 용도를 상정하고 만들어졌기에 가능했다. 김성복 성신여대 미술대학장은 “운정그린 캠퍼스는 대형 미술관에 들어온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일반 대학 강의실보다 높은 천장, 넓은 복도를 갖도록 설계됐다”며 “강의실의 옆-뒷면에 작품을 전시해 학생들의 정서와 인성 발전에 도움을 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시공간처럼 만든 강의실-복도가 뒷받침 

강의실과 복도가 이처럼 ‘전시 용도에 맞게’ 설계된 것은 성신여대의 이숙종 설립자가 일본 도쿄제국대학에서 수학한 미술가였고, 대학측이 예술대학을 키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화진 성신여자대학교 총장이 캠퍼스 뮤지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 왕진오 기자

성신여대 측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전시 작가 개인별로 매칭 교수를 배정해 작품을 관리하고, 작품 주변에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작품을 보호하고, 작품의 변색을 방지하기 위해 액자 유리에 자외선 차단 코팅을 했다.

특히 작가별로 ‘디지털 카탈로그 레조네’(특정 미술가의 모든 작품을 사진과 데이터로 수록해 시대순, 주제별 등으로 분류 정리한 목록)를 제작 지원하고, 지적재산권 보호 대행, 작가 관련 특강과 포럼의 개최, 연계 교양수업 개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중한 작품을 내준 작가들에게 대학 측은 강의 특전과 주차권까지 교직원에 해당하는 복지혜택 지원을 약속하고 있기도 하다.

성신여대는 운정그린 캠퍼스 뮤지엄의 1차 시기인 5월 14일∼11월 13일 전시를 위해 예산 5000만 원을 책정했으며, 액자 제작비용 등을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신여대가 부담하는 비용은 향후 다른 대학들이 기업 등의 협찬을 받아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참고가 될 전망이다.

성신여대 캠퍼스 뮤지엄에는 조각가 전뢰진(86)·최만린(80), 한국화가 민경갑(82), 서양화가 김영재(86)·제정자(78)·최예태(76)·구자승(74)·전준(73)·류민자(73)·유휴열(66) 등 작가 11명의 작품 100여 점이 강의동과 성신미술관에서 공개된다.

▲성신 캠퍼스 뮤지엄 참여 과정을 설명하는 구자승 한국미술협회 고문. 사진 = 왕진오 기자

전시 참여 작가들을 섭외한 김영석 마니프조직위원회 대표는 “참여 작가들은 한국 근-현대 1세대와 1.5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이다. 11명 작가 외에 앞으로 초대 작가 기준을 만들어 더 많은 작가들을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프로젝트로 11명 작가의 개인 미술관이 만들어진 셈”이라며 “한 강의실에 10점씩 작품이 걸리는데, 100개 강의실을 채울 만큼의 작가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로 작가 11명의 100여 점을 전시

참여 작가인 구자승 한국미술협회 고문은 “이번 행사를 나는 ‘국민 미술 운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중국이 세계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오래 전 대중과 거리를 좁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은 귀한 자리에 걸리는데, 강의실이나 복도에 걸린다고 해서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행사 취지를 알고 나서는 국민 미술 운동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이 강의실에 부착될 작가 명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그는 이어 “모든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미술품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프로젝트가 전국 대학으로 퍼져 한국 미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사회환원형 미술운동 되기를”
마니프조직위원회 김영석 대표

‘캠퍼스 뮤지엄 군집미술관’을 준비하고 주관한 마니프조직위원회는 1995년 한국 처음으로 군집개인전 형식의 국제아트페어를 선보인 곳이다. 마니프가 주관하는 아트페어는 사전 공모를 통해 엄선한 작가를 초대해 개인전 형식의 전시를 펼친다. 판매 목적을 우선하기보다는 작가 역량을 우선적으로 내보이는 형식이어서 초대 작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영석 대표는 캠퍼스 뮤지엄 프로그램에 대해 “국내 원로 작가 중 작품이 경매에서 거래되는 경우는 39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들 외에는 작품의 거래조차 힘든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50∼60년 작업한 작품을 후손에게 넘기려 해도 현금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한국의 상속제도 때문에 후손들도 작품 보관을 꺼리는 형편이다. 대형 미술관에 들어가는 작품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로들의 소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전시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기에는 대학 강의실이 좋은 곳이라는 데 착안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작가 선정 과정을 설명하는 김영석 마니프조직위원회 대표. 사진 = 왕진오 기자

김 대표는 작가들이 번듯한 전시장에서 전시되기를 바라지만, 학교 강의실에서 상설 전시를 진행하고 학교 측의 초대로 개인전이나 회고전 그리고 사후 유작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작품들이 대학에 소장되고, 1년 열두달 그림을 보며 공부한 학생들이 장래 사회에 나가 그림을 구매하는 예비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성신대학 측이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앞으로는 페이트런(patron) 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작품을 구매해 학교에 기부하면, 기업 로고와 회사 소개 명판을 미술관처럼 만들어 운영하는 계획도 마련 중”이라며 “미술품이 기업들의 재산 축적 수단이 아니라 사회환원의 수단이 되는 계기를 이번 프로젝트가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 후원 등 통해 확산됐으면”
김성복 성신여대 미술대학장


“미술관 같은 강의실을 꾸미고,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미술 향유의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 ‘캠퍼스 뮤지엄 군집미술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김성복 성신여대 미술대학장의 포부이다.

성신여자대학교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데는 설립자 고 이숙종 여사가 서양화가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종합대학 중 미술 전공자가 대학을 설립한 경우는 성신여자대학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김성복 미술대학장. 사진 = 왕진오 기자

세계 최초라 할 캠퍼스 뮤지엄의 실현 가능성은, 성신여대의 제2캠퍼스인 운정그린 캠퍼스의 설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6층 높이의 나선형 구조와 높은 천장 그리고 넓은 강의실 복도 등을 갖춘 것이다. 대학 측은 캠퍼스 뮤지엄 프로젝트를 위해 1년 전부터 학생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총학생회에 강의실을 미술관처럼 꾸민다는 제안을 했죠. 학생들도 칠판과 흰 벽만으로 이뤄진 삭막한 강의실이 미술관처럼 바뀐다는 계획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대학과 달라지는 차별성에 학생들이 점수를 준 것 같습니다”고 김 학장은 그 과정을 밝혔다.

5월 14일 개관하는 캠퍼스 뮤지엄은, 10여 점의 작품으로 꾸며진 강의실 11개로 구성된다. 학교 측은 미술대학 교수진 11명을 전시 작가와 매칭시켜 작품 관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미술품의 보존을 위해 항온항습 장치를 운영하고, 모든 전시 작품에 자외선 차단 액자를 적용한 것도 작품 보호를 위한 조치다. 대학 측의 이런 정성에 참여 작가들도 단순 전시 참여가 아니라 기증 차원의 참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1차 전시 작품 중 85점이 기증 형식으로 캠퍼스 뮤지엄에 설치된다.

김 학장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대중이 쉽게 접근하도록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 있다. 학생들이 미술관을 가지 않더라도 학교 안에서 미술문화를 향수하는 첫 운동의 진원지가 우리 대학”이라며 “앞으로 기업을 페이트런으로 유치해 더욱 많은 강의실 미술관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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