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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왕치현 교수]“재미없는 영화 1+1 해주면 볼래요? 문화경영은 숫자 아닌 질”

“문화경영은 숫자 아니라 품질로 해야 한다”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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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0-431호 이진우 기자⁄ 2015.05.18 18:06:25

▲왕치현 인하대 문화경영학과 교수. 사진 = 이진우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21세기 최고의 화두가 문화(culture)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문화는 다양함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구촌의 화합에도 크게 일조한다. 또한 문화산업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써 이미 입지를 공고히 했다. 통계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산업 규모는 2013년 말 기준으로 9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엔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지식정보시대의 도래를 통해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까지 부상했다.

왕치현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교수(인하대 문화경영심리연구소 소장 겸임)는 “문화경영(culture management)은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인문학을 비롯한 여러 다양한 학문이 융합해 각각의 연구 결과와 방법론을 기반으로 문화의 산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실용 학문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새로운 학제적 학문”이라며 “이를 토대로 이미 도래한 문화산업 시대를 이끌어 갈 기능인으로서가 아니라, 비전을 가지고 산업 전반을 리드하면서 방향을 제시하고 컬처(culture)를 제대로 매니지먼트(management)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명화로 모나리자가 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리고,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이 그림은 피렌체에 살던 한 부호의 부인을 그린 초상화다. 현대 사회로 치면 재벌 오너의 사모님을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시대에 일반 대중의 삶은 이런 초상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일반인들에게 문화예술은 개념이나 대상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문화가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일반 대중에겐 쉽지 않은 분야인 것이다.

명화 ‘모나리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을까?

그 이유는 예술작품의 세계는 대중이 살아가는 세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작품에는 창작자의 독특한 세계관을 비롯한 가치관과 철학이 담기고, 그의 인생 전반이 녹아들어간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 최고의 가치로 치환되는 것이다.

▲현대차-LACMA의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사장(왼쪽), 마이클 고반 LACMA 미술관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마크 리들리 토마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오른쪽)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왕 교수는 “이런 예술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대중이 아니라 극소수의 전문가들 몫이었다. 작품 감상 역시 돈과 권력을 가진 지배 계층만이 할 수 있던 일”이라면서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예술작품에 대한 소유는 물론 전문가의 조력을 언제든지 받을 수가 있었다. 즉, 문화예술의 향유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1950년대 절대 빈곤의 시대를 지나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에 접어들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경험하면서 사회발전이 정점에 이르렀던 1990년대 말에는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그동안 물질적 풍요와 황금만능주의에 길들여져 가던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가운데, 2000년대 들어와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2000년대 중반부터 문화산업이 서서히 꽃을 피우더니 어느 순간에 대중문화가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류는 이제 국내무대가 좁다며 더 넓은 세계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문화가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문화산업이 뿌리내리고 있었는데, 대학에서는 산업 전반을 리드하면서 방향을 제시해야 할 문화경영 인재육성에 대해 여전히 관심이 없다.

왕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문화경영 분야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지만 그다지 앞서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엔 문화가 산업적으로 발달하면서 학문적 배경에 대한 관심보다는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연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IT, 디자인, 미술, 정치, 인문학 등을 전공한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논의한 끝에, 2006년 3월 석·박사 과정의 융합대학원으로서 인하대학교 안에 문화경영학과와 문화경영심리연구소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산업 생태계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하나의 학문이 탄생하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증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학문 연구의 방법론 측면에서 문화는 고유의 특성에 따라 인간의 감성이 매우 중요하고 마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심리학이 필요했던 것이고, 연구소 이름에 ‘심리’를 넣은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왕 교수는 귀띔했다.

지난 10년간 인하대 문화경영학과는 대학원생이 많을 때는 100명이 넘기도 했고, 학생 구성도 국전을 심사할 수준의 화가들,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음악가, 외국 대학의 교수들, 국내 정치인들, 타 학과 교수 등으로 다양했다. 왕 교수는 “대학원생에 이처럼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몰린 데는 문화경영학이 꽤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한 배경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주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로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문화콘텐츠를 이용하고 있을 게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유용한 앱을 다운받아 사용한다. 또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고, 다양한 정보들을 생산해 SNS에서 다수와 공유한다. 한마디로 1인 미디어 사회가 된 것이다.

“미디어는 문화의 매개체로 작용하는 하나의 도구다. 이런 시대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직업 중의 하나가 언론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과거엔 정보 독점을 통해 나름의 권력을 향유했지만, 오늘날 1인 미디어 사회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온라인상에 다 노출돼 있으며, 기사보다 정보가 더 빨리 유통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엔 기사도 하나의 문화콘텐츠로서 리포지셔닝(위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IT,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산업 분야의 매출 규모보다 이제 문화콘텐츠 관련 매출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업 경쟁에서 낙오 기준이 문화산업과의 연관성에서 결판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 문화산업은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문화콘텐츠 특유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경영은 culture를 management 하는 것

기업들의 화두 역시 문화다. 최근 들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위 문화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왕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화마케팅은 대체로 홍보 측면이 강하다. 주로 문화예술을 후원하면서 기업이미지를 개선하고 브랜드에 접목시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며 “그런데 문화경영이란 culture를 management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타 공연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할 수 있을까에 주목한다. 대학로 극장들이 월세도 못 내는데 반해 커피 전문점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간극을 줄이는 것이 문화경영의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경영학과와 문화경영심리연구소에서는 첫째, 전통적 문화예술을 매니지먼트한다. 둘째는 문화정책을 매니지먼트하며, 마지막으로 문화콘텐츠 상품을 매니지먼트하는 것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과 문화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창조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문화 후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자체가 문화적으로 감성적 접근을 하는 데 있다. 마케팅의 관점도 문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00원짜리 볼펜이 있는데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낀다면,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4P Mix)은 하나 값에 두 개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영화가 재미없어 관객이 들지 않을 때 영화 두 편을 보여주겠다고 한다면, 재미없는 영화를 두 편 씩이나 시간을 들여 볼 관객이 있을까? 즉 문화마케팅은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른 것이다. 따라서 영화를 제작할 때는 관객의 감성을 관통하는 문화적 접근을 해야 한다. 

왕 교수는 “문화경영은 현재 진화 과정에 있어 학문적 정의도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미 생태계는 만들어져 있다. 쌍방향으로 변화하는 미디어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외신들이 ‘한국을 보라! 촛불시위에서 미래가 보인다’고 했던 것처럼, 당시 학생들이 시위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은 엄청난 파급력이 있었다”며 “문화경영이 이제 10년 됐지만 정착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에 대한 이해나 공유가 쉽지 않고 새로운 분야다 보니 시스템화나 구조화가 어렵다. 아직은 정식 학문으로 분류되지 않아 많은 학자들의 갑론을박도 없다. 그럼에도 문화경영은 21세기에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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