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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연하 애인 등짝 스매싱법’ 배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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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4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5.06.11 09:02:57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소설가)) 그는 같은 골프동호회원이라 월례 라운드에서 같은 조원이 되기도 했고, 종종 번개라운드도 하곤 했다. 며칠 전 그가 필자에게 스코어카드 사진을 보내왔다. 처음엔 골프라운드에서 라이프베스트를 쳤거나, 이글 아니면 혹여 홀인원이라도 했거니 생각했다. 스코어카드에는 경기자의 이름과 경기자가 홀마다 친 타수를 적는다.

정식 골프경기라면 경기자가 자신의 기록을 손수 적고 동반 경기자가 인증 사인을 한다. 보통 아마추어들의 경기라면 캐디가 스코어를 적는다. 즉 경기자의 이름과 숫자만 적혀 있어야 하는데, 그가 보낸 스코어카드에는 각 홀의 점수를 적어야 할 칸 중에서 나란히 연이어진 세 개의 칸에 빨강색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필시 그와 정분이 난 캐디가 정표로 그려줬음이 분명했다.

“어쩌라고요?” 방실방실 웃는 빨강 하트가 참 예뻤고, 그런 하트를 세 개씩이나 받은 그가 한편으론 부러웠지만, 캐디로부터 사랑의 정표를 받았으면 둘이 알아서 ‘볼짱’을 볼일이지, 머리채 잡을 사이도 아닌 필자에게 굳이 알려줘야 할 까닭이 있을까 싶어서 물었다.

“사이클버디를 했다고요.” “그게 뭔 디요?” “연이어진 파3-파4-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했다고요.” “아하! 글쿠먼요. 정식 경기라면 파3홀의 버디는 2, 파4홀은 3, 파5홀은 4라는 숫자로 적지요. 그리고 스코어카드의 아랫부분에는 동반자의 사인이 들어 있어야 믿을만하고요. 사이클버디든, 캐디하고 연애질이든, 모든 자랑질은 맨입으로는 안 통하는 거 아시온지….”

골프 짬밥이 20년도 넘은 필자가 사이클버디를 모를까. 필자 역시도 먼 옛날에 사이클버디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동반자의 귀에 필자의 자랑질 더께가 앉아 이비인후과에 가서 귀청소를 했다나. 하여튼 필자가 밥은 한 번 샀다.

“그래도 홀인원이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면, 사이클버디는 운삼기칠(運三氣七) 정도는 되잖아요. 내 실력도 좀 인정해달라는 말씀입니다. 일단 사진으로 자랑질은 했으니, 다음 월례회 때 현물이든 현금으로든 몸으로든 자랑질 값을 드리지요.” 그래서 “추카추카, 누구는 좃컸네요. 애첩둔타법이 통했네요” 따위의 건성인사를 날려줬다.

필자는 그가 홀인원을 했다면 ‘운이 좋았나 보다’고 냉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실력으로 해야 하는 사이클버디라니 솔직히 단번에 믿어지지가 않았다. 사실 그는 정석의 스윙 폼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 멋지지도 않는 타법으로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물론 아마추어 골퍼라면 가끔은 자신이 골프에 이렇게 소질이 있나 생각할 정도로 획기적인 기록을 내는 날도 있고, 지지리도 궁상스런 점수에 절망하는 날도 있을 수 있다. 골프란 그런 것이다.

한 달 전쯤이었나, 갑자기 그가 좀 달라진 듯 보였다. 그가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멀리 시원하게 깜짝 놀랄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팅그라운드에서 내려오는 그에게 필자가 물었다. “검법을 새로 개발했죠? 놀랍습니다. 저에게도 한 꼭지만 전수해 주사이다.” “에~! 이게 요즘 수련 중인 ‘애첩둔타법’이라고…” 그도 19금 수준의 발언이라 생각했는지, 필자가 말뜻을 못 알아채도록 말꼬리를 꿀꺽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렇다고 그런 중요한 용어를 필자가 못 알아들을 사람인가. “애첩 궁둥이를 왜 패요? 바람을 피웠나? 오호라, 너무 세게 패면 도망가니까 도망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세게 아프게 짜릿하게?” 그때 그는 닦달하는 필자의 물음에 답을 피했다. 그 이후 그는 수련 중이던 애첩둔타법을 완전히 터득해 득도를 했나보다. 아, 존경스러워라. 애첩이 없는 필자는 ‘연하 애인 등짝 스매싱법’이나 단련해 볼까나.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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