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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자해공갈·보험사기 잡는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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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4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6.11 09:05:58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요즘 아침방송에서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란 코너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운전자와 행인들이 보입니다. 제가 저런 상황을 당했는데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죄를 뒤집어쓸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교통사고와 관련해 블랙박스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최신형 블랙박스는 차량 전면의 상황뿐만 아니라 후면이나 측면 상황까지 좋은 화질로 녹화하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발견하는 데 아주 유리합니다.

제가 자동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때는 ‘블랙박스’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검찰청에서 연수를 받았는데 거기서 교통사고 사건을 여러 건 접하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상황일지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해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거금을 들여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했습니다.

각종 교통사고나 자해공갈단 범행으로 의심되는 사건 기록을 보면 운전자 과실이 없거나 적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주변에 CCTV가 있는 경우도 많지 않고, 목격자 진술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은 수집 가능한 증거만 가지고 현장조사를 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를 ‘교통사고 실황조사서’라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이 실황조사서는 교통사고의 과실비율을 결정하거나 형사책임을 지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교통사고에서 언제든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상 조심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제게도 최근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녹화된 차량용 블랙박스 화면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고 당시를 생생히 보여주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화면. 사진 = Paul Townsend

블랙박스 카메라가 하늘을 향한 채 녹화돼 사고 상황이 전혀 기록되지 않은 것입니다. 다행히 현장 상황은 모두 녹음돼 있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차량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메라 방향이 잘못돼 있지 않은지, 또 녹화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 블랙박스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합니다.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는 정기적으로 포맷(format)해 정리해줘야 중요한 사고 발생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자해공갈단을 꾸려 교통사고 합의금을 뜯어내던 20대 2명이 동료를 살해하고 암매장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퀵서비스 일을 하며 서로 알게 된 20대 청년들은 수년간 교통사고를 낸 뒤 합의금 명목으로 상대방과 보험회사에서 돈을 받아내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다 자해공갈 공범자들은 돈을 관리하던 친구가 돈을 빼돌린다고 의심했고, 이것이 원인이 돼 친구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는 많이 일어납니다. 교통사고와 관련해 많이 일어나는 보험사기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와, 입원치료를 하면서 입원일수를 늘려 청구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보험회사들은 처음에 이런 보험사기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시일이 지나면서 한 사람이 너무 자주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경우 조사를 하거나 수사를 의뢰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적발되면 여러 건의 위장 교통사고를 만들어 낸 것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통사고 가장한 보험사기 기승
차량용 블랙박스, 증빙자료로 유용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도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들은 적발되면 사기죄로 처벌 받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다액의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장기간의 입원 등을 통하여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지급받은 보험금 전체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9.05.28. 선고 2008도4665 판결). 즉 과다 입원으로 보험회사에 청구한 ‘과다 보험료’ 부분에 대해서만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고 지급받은 보험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SBS 모닝와이드의 ‘블랙박스로 본 세상’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자해공갈단에 의한 보험사기를 방영했다. 사진 = 해당방송 캡처

마지막으로 자해공갈단과 관련해 판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한 사람은 교통사고 피해자, 다른 한 사람은 가해자가 돼서 두 사람이 보험금을 나누기로 공모합니다. 그리고 가해자 역할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차로 치어 상해를 입힌 후 보험금을 받습니다.

이때 가해자 역할을 한 사람은 상해죄를 범한 것일까요? 아니며 피해자 역할을 한 사람이 자신을 차로 치어도 좋다고 승낙했기 때문에 아무 죄가 없을까요? 검사는 가해자를 상해죄로 기소했고 가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으니 무죄’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우리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는데, 일부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승낙’이 있으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해자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해자의 승낙은 그 승낙이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8.12.11. 선고 2008도9606 판결). 즉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한 가해자는 공범자인 피해자가 승낙했더라도 상해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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