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2015.06.08 18:32:55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이탈, 주요국의 국채 금리 급등, 달러화 강세 재개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1주일간 신흥국 채권 펀드의 순유출액이 1억 4500만 달러(1613억 원)로 집계됐다. 이처럼 신흥국 채권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10주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주식시장의 순유입액은 1억 2300만 달러(1368억 원)로 전 주(15억 5600만 달러·1조 7315억 원)보다 13배가량 줄었다.
또한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현재까지 세계 주요국의 국채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독일 국채(이하 1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4%포인트가량 급등해 0.8%대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도 최근 2.3%대 후반으로 올라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달러화 강세도 최근 재개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올해 초 미국 경기 둔화로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다소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옐런 의장 발언 이후 다시 강세 조짐이 재개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달러화 강세가 다시 랠리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한경연 “미국 금리 인상 불구 해외자본 유출 크지 않을 것”
한편,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본 유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글로벌 금융 경기 변동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과거 미국이 금리 인상을 했을 때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보유를 줄였지만, 채권 보유는 오히려 늘리는 등 실제 해외 자본 유출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2개국을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자본 흐름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의 단기금리가 상승했을 때 한국의 주식자본은 순유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채권자본은 순유입이 점차 증가하면서 실제로 해외 채권자본 유출 압력은 크지 않은 바 있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해외 채권자본 유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관측했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이는 한국의 통화 당국이 미국의 금리 변동보다는 국내 경기 변화에 초점을 둔 금리 정책을 펼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