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4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경기침체 지속과 경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신규 투자와 고용을 꺼린 탓이다. 이로 인해 국내 고용시장에서 상장사들의 기여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9일 통계청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장사 1749곳(유가증권시장 727곳, 코스닥시장 1022곳)의 국내 부문 전체 종업원 수는 151만 4029명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은 126만 2943명, 코스닥시장이 25만 1086명이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이 2.0%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고용 규모가 큰 상장사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더욱 낮아졌다.
지난 2010년은 2008∼2009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억눌렸던 고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다. 한 해 동안 늘어난 취업자 32만 3000명 중 상장사가 고용한 취업자가 35.6%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1년 20.5%로 줄었고, 2013년엔 13.9%까지 내려갔다.
지난해엔 연간 취업자 수가 53만 3000명 늘어 1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장사가 고용한 취업자는 5.7%에 그쳤다. 즉 2010년엔 창출된 일자리 100개 가운데 36개가 상장사 몫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개로 줄었다는 의미다.
상장사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매출액, 영업이익을 비롯한 재무구조 등이 상대적으로 견실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 기여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질 좋은 일자리 비중이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엔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데다, 통상 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 등은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투자에 기반해 일자리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부터 소비가 줄자 상장사들이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내수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일자리가 53만 개 이상 늘어난 것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시간제 일자리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로 늘어난 고용이 아니어서 일자리의 질적 하락이 우려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향후 2~3년간은 청년 고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금피크제 도입, 근무시간 단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구조개혁 등이 절실한 때”라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고, 노동시장에 대한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