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억울한 영업정지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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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지인이 운영하는 주점이 ‘미성년자 출입금지’ 위반으로 영업정지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인은 “분명히 신분증 검사를 했고, 그 중 한 명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며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위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요즘 술집에서는 ‘신분증 위변조 판별기’라는 것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어째 됐건, 일단 미성년자 출입이 적발된 경우 벌금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집니다. 업주 입장에서는 벌금보다 영업정지로 입는 손해가 막심하다고 합니다.
행정청이 권리를 침해하거나 어떤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이를 ‘침익(侵益)적 처분’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 처분이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영업할 권리가 침해되거나 돈 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형태의 처분이므로 모두 침익적 처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침익적 처분이 특정 개인이나 회사에만 내려지는 경우, 이는 주로 당사자가 행정규제나 명령을 어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재로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때의 처분을 ‘행정제재’라고 합니다.
행정제재는 적은 액수의 과징금처럼 비교적 약한 것부터 영업허가 취소와 같은 강력한 조치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모든 행정규제를 빠짐없이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행정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의견진술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침익적 처분은 그 형태가 어떻건 공통적으로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행정절차법 등이 규정한 절차를 따라야만 합니다.
즉 행정청이 침익적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서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위반 사실을 특정해서 통지’해야 하고, 사전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며, 사후에 ‘다툴 수 있는 절차’를 두고 ‘다툴 수 있는 방법을 통지’해야 합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2주간 영업정지를 받은 미국의 리쿼 스토어(술만을 파는 전문업소)가 관련 사실을 공지하고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
교통단속위반 범칙금 처분을 예로 들자면, 우선 ‘범칙금 통지서’가 주소지로 송달돼 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송달된 통지서에는 “이의가 있으면 ○○월 ○○일까지 ○○하는 방법으로 의견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 나중에 다툴 수 있는 절차에 대한 방법이 안내돼 있습니다.
영업허가 취소 처분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이와 동일한 절차가 진행됩니다. 다만 사안이 더 중대하기 때문에 교통위반 범칙금 절차보다 철저한 조사 절차와 의견진술 절차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의견진술 기회와 방법은 “청문회가 언제 어디서 개최되니까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와 같이 청문회 형식을 가질 수도 있고, 통지서를 통해 알리기 전에 전화조사나 출석요구 등으로 별도의 조사절차가 선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행정제재 통지를 받으면 의견진술 기회에 의견을 개진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의견진술을 해도 별 효과가 없으니 그냥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간 실무 경험으로 보면 공무원의 재량이 많은 경우일수록 의견진술의 실익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금액형 제재인데 법규상 해당 공무원이 상한과 하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금액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 의견진술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무원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한다
이렇게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는 사전절차가 이뤄지면 영업허가 취소나 과징금 처분 등 해당 처분이 확정적으로 부과됩니다. 그러면 제소 기간이 시작되므로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퉈야 합니다.
행정심판이나 소송 모두 결과가 나와서 구제받기 위해서는 몇 개월이 걸립니다. 따라서 결과가 나오기 전 잠정적으로나마 피해가 큰 처분의 효력을 중지시켜 놓을 수 있는 구제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집행정지’입니다.
당사자가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소명(疏明)이라는 간략한 절차를 통해서 집행정지를 명합니다(행정소송법 제24조). 행정심판법에도 동일한 취지의 규정이 있습니다(행정심판법 제30조).
따라서 영업허가 취소처럼 극심한 손해가 예상되는 행정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이나 심판을 제기할 때는 꼭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해 잠정적으로나마 행정제재의 효력을 정지시켜 놓아야 합니다.
행정제재는 행정제재만 단독으로 내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행위가 형벌 법규에 위배되는 경우는 형사절차와 같이 병행해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정제재 절차와 형사소송 절차가 병행되는 경우 형사소송의 결과가 행정제재의 최종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행정법규 중에는 형사소송 결과에 따라 행정제재의 감경이나 가중 기준을 정해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 수사까지 병행되는 경우는 우선 형사 절차에 집중해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