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시리즈 ⑮ 토닥토닥협동조합]“누구나 편하게 와서 상담” 마음 돌보는 협동조합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Do-Dream 멘토스쿨’ 진행 현장. 사진 = 토닥토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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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심리 상담? 힘들 때 한 번쯤 누군가에게 사정을 탁 털어놓고 상담과 위로를 받으면 좋겠지만, 막상 실행하기엔 또 망설여진다. 그래서 마음의 짐이 있는 누구라도 ‘토닥토닥’ 위로와 희망을 얻어갈 수 있는 심리 상담 협동조합이 생겼다.
토닥토닥협동조합은 카페를 운영하고, 카페 안에 상담실을 뒀다. 심리 상담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꼭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살면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그때그때 상담할 수 있는 이 카페에는 작년에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았다.
“심리 상담을 치유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해선 생각이 좀 다르다. 심리 상담의 가장 큰 매력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나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닥토닥) 이영희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상담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했을 때 그는 ‘어떻게 하면 편하게 상담을 받을 것 같으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청소년들과 직접 영화를 제작하며 성취감을 주는 ‘꿈꾸는 카메라’ 프로그램. 사진 = 토닥토닥협동조합
상담 센터 같이 딱딱한 장소가 아니고 편한 카페 공간에서 2~3만 원대 가격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고, 토닥토닥은 이런 점을 고려해 심리 상담 카페를 열었다. 문턱을 낮춰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았다. 특히 한 번 상담을 받으신 분들이 주위에 적극적으로 권해주신다. 실제로 30번부터 50번까지 반복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토닥토닥의 심리 상담은 무엇보다 일상적인 삶에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다른 상담기관과는 다르게 30번 이상의 장기 상담자가 전체 상담자의 30% 이상이라는 사실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토닥토닥은 그 동안 예방적 차원의 상담과 함께 성장적 차원의 상담을 목표로 운영해 왔다. 상담은 일종의 자기 점검으로 볼 수 있다. 청소년기엔 학업에 대해, 대학 때는 진로와 취업에 대해서, 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부관계나 자녀에 대해 상담을 받는 식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상담의 힘
이 대표는 사실 방송국 PD가 돼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었다. 40여 회가 넘는 공모전 수상을 비롯해 대기업을 포함해 8군데 인턴을 거치면서 흔히 말하는 스펙을 열심히 쌓았던 것도 방송국에 입사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토닥토닥 카페의 상담실에서 심리 상담이 진행된다. 사진 = 토닥토닥협동조합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방송국 PD가 돼 어린이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제작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가 생각한 혁신적 어린이 프로그램은 뭘까?
“장애를 가진 아이나 피부색이 다른 아이, 뚱뚱하거나 못 생긴 아이 등등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뛰어 노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편견을 깨고 싶었고,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방송국 PD가 돼도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곧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그에겐 심리상담사가 되는 일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만나 그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정신병동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토닥토닥의 구상은 잉태됐다. 입원 환자들은 원래부터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우연한 사건이 그들의 마음 속 깊이 상처를 남겨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는 것이었다.
심리 상담에서 멘토링까지
이 대표는 “왜 그들이 병원 입원 전에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후 몇 개월 동안 사람들에게 왜 상담을 받지 않는지, 상담을 받는다면 어느 장소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받는 게 좋을 것 같은지 등을 물어봤다. 그렇게 준비해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토닥토닥협동조합”이라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부근에서 토닥토닥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 사진 = 토닥토닥협동조합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석·박사급 전문심리상담사 4명과 청소년 전문상담가 1명, 카페를 운영하는 만큼 바리스타 전문가 4명 등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토닥토닥은 현재 12명의 조합원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모두가 함께 협동조합을 찾는 분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토닥토닥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다양하다.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저마다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상담 카페를 찾는다. 그리곤 자녀나 부부관계에 관한 상담부터 진로 상담, 우울증 상담까지 다양한 심리 상담을 받는다.
그런데 청소년 상담의 경우 상담소까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이 대표는 “그들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학교에 직접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기로 결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프로그램이 청소년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며 자존감을 높여주고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는 ‘꿈꾸는 카메라’였다. 이 대표는 “학생 대상 프로그램은 푸드치료나 사진치료처럼 결과물이 분명해 성취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대학생 대상의 ‘Do-Dream 멘토스쿨’도 눈에 띈다. 지역 대학생들에게 공평한 진로 및 취업 컨설팅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대외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회적경제 단체들과 협력하게 됐다.
▲토닥토닥 이영희 대표(가운데)와 조합원들. 사진 = 토닥토닥협동조합
교육 분야나 문화 콘텐츠를 가진 팀들이 모인 ‘꿈이룸 협동조합’, 사람도서관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아울러’ 등의 단체들과 협력해 진행한 대안적 프로그램도 많았다. 멘토스쿨도 그랬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라임오렌지나무’ 등도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행한 것이다.
이 대표는 “토닥토닥은 ‘커뮤니티와 경제’라는 사회적경제 중간지원 조직과 함께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매년 진행해 오고 있다. 사회적기업가들의 마음을 돌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앞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칠곡교육지원청 지정 상담기관으로서 청소년들을 위한 협력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각종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해 저소득 청소년들을 돌보는 일에 열심히 참여하는 등 토닥토닥의 활동 범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토닥토닥을 찾은 많은 내담자들이 자신의 사연을 사진과 글로 남겨 놓은 모습. 사진 = 토닥토닥협동조합
처음부터 토닥토닥이 협동조합 형태를 가졌던 건 아니었다. 이 대표는 토닥토닥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기대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자신의 돈과 열정이 투자될 때 진정한 주인의식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직원들을 설득했고, 직원 협동조합으로 법인 전환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장수 협동조합 됐으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금 토닥토닥의 운영에 다른 고민은 없을까? 이 대표는 “지속가능성은 사회적경제 단체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단체 역시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 상담이라는 분야는 앞으로 현대인에게 더욱 절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진정성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면 앞으로 더욱 가치 있는 활동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토닥토닥협동조합이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고, 힘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장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 해 동안 내담자 숫자가 대략 3천 명 정도 된다. 아마 10년 후에는 협동조합이 위치한 대구 경북의 각 가정에서 한 명 정도는 토닥토닥을 방문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토닥토닥이 지역 주민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대표는 토닥토닥이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손을 내밀어주는 공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