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약관에 이런 조항 있으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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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사업을 하다보면 다수의 고객과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수차례 체결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때 하나의 계약내용을 미리 정해두고 고객의 동의를 받아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매우 편리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주로 이용하는 것이 계약당사자 일방이 미리 내용을 작성해 놓는 계약서인 ‘약관’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는 ‘약관’에 대해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관은 당사자 일방이 내용을 정하므로 불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의를 받았다고 그 효력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효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약관규제법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약관을 만들어 사용하려면 처음부터 약관의 효력이 문제되지 않도록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관이 자주 문제됐던 일정한 거래 분야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예 표준이 되는 약관인 ‘표준거래약관’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 CEO가 약관을 만들고자 할 때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표준거래약관’이 있는지 살펴보고, 없다면 약관규제법 기준에 따라 유효한 조항들로 약관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약관규제법의 기준은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서울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기 하도급 실무역량 강화교육’에서 전승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이 ‘하도급 불공정 행위의 추세와 법 위반 특징’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전국경제인연합회
어떤 경우 약관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을까?
첫째, 사업자는 다음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약관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약관의 내용을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약관의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
-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중요한 내용’인지 여부는 고객이 내용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조항 내용을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둘째, 신의칙을 위반해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된 약관은 무효입니다. 약관에 의한 계약을 포함한 모든 계약이 완전히 평등하게 작성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약간이라도 불공정하다고 무효 처리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분입니다.
실제 불공정해서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신의칙을 어긴 정도라고 판단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약관이 불공정해서 무효라고 주장하려면 실제로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특정한 조항의 경우, 약관규제법에서 불공정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경우 사업자 자신이 공정했음을 입증해 약관의 유효함을 주장해야 합니다. 이렇게 불공정성이 추정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5월 18일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국내 21개 온라인 업체들의 개인정보 관련 불공정약관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했다고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셋째, 다음 조항은 절대적으로 무효입니다. 약관규제법은 제7조부터 제14조까지 8개 조항에 걸쳐 절대적으로 무효로 보는 내용의 조항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조항들에 해당하면 사업자가 공정함을 입증하더라도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업자 측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 법률의 규정에 의한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조항
- 고객의 대리인에 의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 고객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대리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조항
-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등 사업자가 자신의 계약상 책임을 회피 또는 경감하려는 조항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
-사업자에게 법률이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해제권․해지권을 부여하거나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한 고객의 원상회복의무를 상당한 이유 없이 과중하게 부담시키는 등 계약의 해제·해지와 관련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상당한 이유 없이 급부의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에게 부여된 기한의 이익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박탈하는 등 고객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
-일정한 경우 고객의 의사표시가 표명된 것으로 보는 조항
(다만, 고객에게 상당한 기한 내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의사표시가 표명된 것으로 본다는 뜻을 명확히 별도 고지한 경우이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고지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무효로 보지 않습니다.)공정거래위의 통제와 표준약관제도
고객은 불공정약관을 사용하는 경우 권리구제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당해 약관의 삭제나 수정 등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거나, 직접 시정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불공정약관이 자주 문제되는 거래분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예 표준 약관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는 점은 앞서 언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표준거래약관’에는 예금거래 기본약관, 주차장 관리규정 표준약관, 자동판매기 매매 표준약관, 택배 표준약관 등 현재까지 약 80여 개 이상의 거래 분야에서 표준약관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www.ftc.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