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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라이프 ⑬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문학의 힘으로 당 논평의 품격 높인다”

의원들 책·문학 모임에 열성…“정치·문학은 모두 인생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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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6호 심원섭 기자⁄ 2015.06.25 09:03:44

▲지난해 9월 ‘유은혜와 함께 동구동락(樂)’ 행사에서 땅콩 재배농장을 찾아 수확한 유은혜 의원. 사진 = 유은혜 의원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동료 의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읽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동료 의원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도 하고, 이해가 깊어진다. 여러모로 의정 활동의 활력소가 된다.”

국회 ‘책을 읽는 의원들의 모임’과 시 읽는 의원 모임인 ‘사월에 방’ 등에 가장 열성으로 참석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의 문학 예찬론이다. 유 대변인은 6월 18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문학을 접할 때 생기는 시너지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삶에 천착하고 그것을 다룬다는 점에서 문학과 정치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의 다양하고도 무수한 생각들이 ‘문학 작품’이라는 것으로 완성되기까지는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분별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민주주의 정치가 올바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것, 타인의 아픔에 실천적으로 반응하는 감수성은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문학과 정치의 접목이 정치 과정을 보다 풍요롭고 윤기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책 읽는 의원들의 모임’과
도종환 주축의 ‘사월에 방’에 빠짐없이 참석

현재 국회에는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이 주도하는 ‘책을 읽는 의원들의 모임’과,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이 주도하는 ‘사월에 방’이라는 시 읽는 의원 모임이 있다. 특히 ‘사월에 방’은 시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 출신의 도 의원을 주축으로 2013년 6월 34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만들었다.

유 대변인은 “당시 의원들이 ‘시인(도종환 의원)이 국회에 들어왔는데 시인을 초대해 시집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도 의원에게 제안해 시작된 이 모임은 매월 넷째 주 월요일에 모인다 해서 ‘사월에 방’으로 이름 지었다”며 “시를 가까이 하며 함께 시를 읽고 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모임을 시작했다. 거칠게 살아가야 하는 정치판에서 회원들은 덜 거칠게 사는 방법으로 시 읽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고양 애니골 음식문화축제 ‘2015년 들락날락 페스티벌’에 참석한 유은혜 의원. 사진 = 유은혜 의원실

그러면서 유 대변인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선 아무래도 책 읽는 시간도 줄어들고, 또 의정 활동에 필요한 공부들이 많다보니 단행본보다는 정책 자료, 단행본의 경우에도 인문학보다는 사회과학 분야 책을 먼저 읽게 된다”며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과 독서 모임도 하고, 국회의원 모임에도 참여한다. ‘사월에 방’은 사실 제가 스스로 심부름꾼을 자처해 만들었다. ‘의원님’이라기보다 ‘선생님’ 호칭이 더 자연스러운 도 의원님과 함께 의정 활동을 하면서 시를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참 고맙고 즐겁다. 매달 정해진 시집을 읽고 한 달에 한번 모여 각자 마음에 남은 시를 낭송한다. 특히 도 선생님의 해설을 듣거나, 여건이 되면 작가를 초청해 말씀을 듣기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힐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현재 EBS 라디오 ‘북카페’ 프로그램의 ‘책 읽어주는 국회의원’ 코너에 작년 4월부터 1년 넘게 출연하고 있다. 스스로 책을 읽으며 책을 읽어주기도 하는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이 프로는 책 한권을 정해 소개하고 한 대목을 직접 낭독하기 때문에 책을 매개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느낌과 생각을 교류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유 대변인에게 ‘문학에 열성인 까닭은 학창시절에 문학에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냐’고 물어봤다.

“글 쓰는 것을 특별히 어려워하지는 않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다보니 제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쓰기와 읽기는 날줄과 씨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희 세대 또래들이 그랬듯이 편지나 일기를 쓰는 것도 그 시절의 즐거움이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가슴에 담아두고, 영화를 보다가도 좋은 대사는 기억했다가 편지 쓸 때 인용하거나 가끔 머리에 떠올리며 곱씹곤 했다”고 대답했다.

“7년을 꼬박 대변인실에서 일해”

대변인 직책이 뛰어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인내심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대변인’하면 ‘유은혜’라는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변인으로 영입된 박영선 의원과 함께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후 햇수로 7년을 꼬박 대변인실에 있었다. 흔히 대변인을 ‘당의 입’이라고 한다.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막중한 책임이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일 수 있지만 사실 굉장히 바쁘고 궂은일도 많다. 오랫동안 대변인실에서 닦은 경험을 당을 위해 쓰라는 뜻으로 알고 노력하고 있다.”

▲4월 30일 대화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은혜 의원. 사진 = 유은혜 의원실

유 대변인은 문학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19대 국회 입성후 상임위 배정 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지원했다.

“저는 네 자매의 막내로서 언니들이 듣는 음악을 함께 듣고, 언니들이 보는 책을 따라 읽으며 보낸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이나 책과 가깝게 지내게 됐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도 좋아했다. 가끔, ‘만약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는데 주저 없이 음악이라고 말한다. 영화 보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다. 학교에서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가는 영화 관람 말고도 툭하면 친구들과 어울려 극장을 찾곤 했다. 지금도 지역구에 영화 보는 모임이 있다. 한동안 참 열심히 나갔는데 국회의원이 된 후로 일정이 너무 많다보니 잠깐 들리는 것도 어려워져서 아쉽다.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창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던 때다. 수시로 도서관을 드나들며 이름난 작가라면 가리지 않고 읽었다. 돌아보면 참 어설프고 치기어린 책읽기였지만, 그 시절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내게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19대 국회 개원 당시 교육과 문화 분야 상임위가 나뉘어져 있었는데, 중간에 상임위가 조정되면서 교육과 문화를 함께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상임위 배정 때 교문위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교문위에서 일할 수 있었다.”

“일산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할 일 논의”

유 대변인은 지역구인 일산의 문화예술인들과 전문직 종사자들과도 많은 교분을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의논한다고 했다.

“일산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다. 단순히 많이 산다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과 재능을 지역사회에서 공유하고 나누는 활동에 관심을 갖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있다. 비단 전문성을 가진 분들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는 모임도 활발하다. 이런 분위기와 흐름을 지원하고 확대하는 것도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며 “제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에 제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적극 모색하고, 틈나는 대로 이분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의논한다.”

또한 유 대변인은 지역구에서 ‘유은혜와 함께하는 동구동락(樂)’이라는 이색행사를 한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현장 중심 활동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은 정치가 시작되는 곳이고 입법과 정책의 우물이기도 하다. 특히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현장과 국회를 연계하는 활동을 지역에서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 곳곳의 경제, 생활 현장을 찾아 일손을 돕고, 문제점과 애로사항, 또 지역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시킬 방안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역구가 일산 동구다. 동고동락하며 함께 살자는 의미에서 ‘동구동락’이라고 이름 붙였다. 작년 9월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시작으로 도시농업 현장, 중소기업, 마을기업 등을 방문해 일손도 돕고 간담회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유 대변인은 “제가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세 가지를 약속했다. 서민정치, 바른 정치, 소통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공정과 정의, 진실을 세우고 지키는 바른 정치, 그리고 현장에서 경청하고 공감하며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가 그 내용”이라며 “약속한대로 서민 정치, 바른 정치, 소통 정치를 실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다. 그 과정들이 쌓여서 ‘한결같은 사람, 진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을 맺었다.


유은혜와 김근태의 ‘운명적 만남’

유은혜는 성균관대 입학 후 민주동문회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민주동문회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김근태 의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새롭게 만든 재야단체인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유은혜는 김 의장에 대한 존경심과 부채감에 더해 사무실까지 함께 쓰다 보니 내 일, 네 일 가릴 것 없이 일하던 어느 날, 김 의장으로부터 “국민회의에 들어와 일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는다. 유은혜와 김근태의 운명적 만남의 시발이었다.

그 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함께 하며 정의와 진실이 통하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민주개혁 세력의 상징인 김근태 의원을 돕겠다고 생각한 유은혜는 김근태 후원회 사무국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한다. 이어서 유은혜는 김 의원 보좌관과 한반도재단 사무국장을 거치면서 김 의원으로부터 올바른 정치를 배운다. 유 의원은 “당시 민주주의 실현의 길에서 정치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과분한 축복이었다”며 “김 의원과 함께 하는 민생-민주-평화의 꿈은 내 정치의 기본이며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김근태를 ‘의장’이라고 부른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해 “캡티, 오 마이 캡틴”이라고 고백하는 학생들처럼, 유 의원에게 김근태는 암흑 같던 세상을 온몸으로 밝히던 ‘영원한 청년 의장’이었다.

2011년 12월 김 의장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 의원은 김 의장이 설립한 한반도재단을 확대개편한 김근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아 그의 정신과 뜻을 실천하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은혜와 엄마들의 ‘신나는 문학교실’

흔히들 학교 교육이 무너졌다는 표현들을 하지만 유 의원은 공교육의 위기를 학교 안에서부터 극복할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문화예술 교육에 주목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학 교육 프로그램과 만나게 됐다고 그는 전한다.

그래서 2013년에 지역구인 일산의 몇몇 학부모들과 의논해 자신이 직접 강사 연수를 받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함으로써 처음으로 ‘신나는 문학교실’을 시작했다.

“문학의 출발은 놀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학교에서 문학 교육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독후감을 쓰거나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즐거운 놀이였던 문학이 재미없는 공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새로운 문학 교육을 제안하고 교육 과정을 개발한 분들을 만나 ‘문학 교육은 아이들의 창의적 상상력을 키우는 놀이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지역에서부터 직접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수업은 수업이지만 정답을 찾는 수업이 아니다. 자기 생각을 이끌어내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에게 무작정 글을 쓰라고 하면 어려워할 수 있지만,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 이야기도 듣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글 쓰는 것이 쉬워진다. 생각과 생각의 정리가 바로 글쓰기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 주머니를 갖고 있고, 조금만 도와주면 생각이 열리고 확장된다. 신나는 문학 교실은 문학 놀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고 이야기하면서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은 다름이 존중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믿음이었다. 나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나의 생각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친구의 생각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자존감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또 부모님들이 이런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첫 단추는 잘 꿴 것 같다. 2013년에 처음 문학 교실을 함께 만들었던 어머니들의 호응이 컸고,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그래서 바로 고양시와 고양교육지원청에 이런 교육을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예산을 확보했다. 작년에는 여러 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로 문학 교실이 진행됐고, 올해는 더 확대돼 정규 수업시간에 문학 교실 수업이 진행된다.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들 사이에 자발적인 참여 흐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사업과는 별도로, 관심과 뜻을 함께 하는 어머니들이 직접 문학 강사 연수를 받고 아이들과 수업하는 프로그램이 올해 새롭게 시작됐다. 사실 문화예술 교육은 지역사회와 연계될 때 지속성과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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