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시리즈 ⑯ 드림메이커]“십시일반으로 사교육 고통 없애는 즐거운 회사”
▲소셜 벤처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착한공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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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동시 합격했다고 알려진 ‘천재 수학 소녀’ 때문에 또다시 ‘학력 사회’ 한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처럼 학력 위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학력이 차별을 부르기 때문이다. 학력이 성공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력 없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도 팽배하다.
이런 학력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된 것이 사교육 문제다. 이미 많은 통계가 보여주듯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일수록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고, 결과적으로 수도권 유명 10여 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도 높아진다. 이런 통계는 값비싼 사교육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대학 입학 확률이 높아진다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은 한국의 교육 문제에 주목한 소셜 벤처다.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사교육비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청년 실업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공익적 사업을 하면서도 충분히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을 만났다.
‘단돈 100원을 벌더라도 의미 없이 벌지는 말자!’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이하 드림메이커)의 철학이다. 드림메이커 이의환 대표는 “좋은 일을 하며 착하게 돈을 벌고 싶다는 표현”이라며 웃었다.
드림메이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며 이윤을 창출하고, 그 이윤을 다시 사회공헌 사업에 재투자하는 소셜 벤처를 표방한다. 특히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2013년 당시 드림메이커 창업 멤버들은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무엇일까”를 논의했다.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는데, 바로 고질적인 사교육비 문제와 그로 인해 계속되는 저소득층의 교육 불평등이었다.
▲‘착한공부’ 프로젝트에 엔젤튜터로 재능기부하는 대학생들이 ‘드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
이 대표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업 성적과 대학 입학에 끼치는 구조적 사슬을 끊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이것이 한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평하지 못한 사회에서 교육 불평등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실망, 좌절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연간 사교육비 시장은 2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GDP 4%에 이르는 규모다. 드림메이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 없고, 자연스럽게 부의 대물림이 학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계층 갈등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림메이커를 창업하며 시작한 프로젝트가 ‘착한공부’ 프로젝트와 ‘엔젤튜터’ 제도”라고 소개했다.
‘착한공부’ 프로젝트는 교육 봉사에 뜻이 있는 대학생을 선발해 교육이 필요한 가정에 파견하고, 학생과 튜터가 1:1 과외를 진행한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소득층 가정은 100% 무상교육을 받고, 일반 가정의 학생들은 15만 원의 교육 참가비를 낸다.
이 대표는 “일반 가정에서 내는 15만 원의 교육비는 저소득층 가정의 무상교육, 그리고 교육 봉사에 참여하는 엔젤튜터들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드림 인큐베이팅’ 사업에 재투자된다”고 설명했다.
‘엔젤튜터’로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의 꿈을 응원하는 동시에 자신의 꿈 또한 이루도록 드림메이커가 제공하는 ‘드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드림메이커는 ‘착한공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무상교육을 받는 가정의 학부모로부터는 물론, 교육비를 내는 일반 학부모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또 성실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엔젤튜터들을 볼 때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그동안 사교육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과 함께 활동을 계속하는 바탕인 이윤 창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금까지 경제적인 이유로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300여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착한공부’ 프로젝트에는 대학생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
드림메이커는 ‘착한공부’ 프로젝트를 통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일본군 위안부 역사학교 S.H.E’를 운영하고 있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문제를 바로잡고,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다.
역사학교 S.H.E 강사는 5주 간의 교육과정을 받는다. 이 과정을 수료한 대학생들은 전국 초·중·고교에 파견돼 자신이 배운 역사 이야기를 직접 후배들에게 전하는 ‘역사 알리미’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로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와 피해 사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드림메이커가 대학생들을 직접 교육하고, 이들이 올바른 교육 기회를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파라과이 국립경찰대학에서 3년여 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당시 그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대표는 우연히 무하마드 유누스의 책을 읽고 사회적 경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과 영향력을 알게 됐다. 그날 이후 오랜 시간 계획했던 학업의 꿈을 잠시 보류하고, 한국으로 귀국해 드림메이커 창업을 준비했다. 공부는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지만, 도전은 지금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드림메이커 초기 멤버들에게 창업은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선의로 함께 모였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드림메이커는 젊은 패기로 이겨나갔다.
이 대표는 “우리 모두 젊었다. 그래서 낡은 기업문화나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모두가 재미있게 일했다”고 덧붙였다.
드림메이커를 창업하면서 드림메이커가 추구하는 가치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활동의 지속가능성’이었다.
그는 “드림메이커가 처음부터 ‘법인 기업’의 형태를 취한 것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원이나 도움 없이 처음 우리가 목표했던 결과를 스스로 달성할 힘과 방법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은 수업료 내고, 저소득 가정은 무료 교육.
역사 제대로 가르치는 ‘역사 알리미’ 양성해 파견
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의지는 넘치지만,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윤 추구 부분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앞으로도 ‘많이’ 그리고 ‘계속’ 해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단체 운영의 측면에서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치 있고, 뜻 깊은 일이라 해도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드림메이커의 구성원들. 왼쪽부터 김남희 부사장, 이의환 대표, 정의혁 본부장. 사진 =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
이 대표는 엔젤튜터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욕구와 세상의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일의 중요성을 항상 말한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청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 해도 자신의 욕구가 빠져 있으면 그 일은 지속되기 힘든 희생을 강요한다. 이런 태도는 드림메이커에게도 해당된다.”
드림메이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드림메이커가 무엇보다 혁신적이고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사업을 계속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이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교육”이라고 말했던 넬슨 만델라의 말을 항상 기억한다는 이 대표는 작게는 드림메이커의 구성원을 행복하게, 나아가 이 세상을 보다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