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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심야식당' 등 문화콘텐츠 “우리… 소통 좀 하면 안되나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연극 ‘잘자요, 엄마’ 등 소통 콘텐츠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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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7호 김금영 기자⁄ 2015.07.02 09:02:28

▲영화 ‘심야식당’의 한 장면. 심야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터놓으며 마음을 연다. 사진 = 호호호비치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하루에 가족, 친구, 연인과 실제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최근 화제가 된 광고에서 가족과 같은 밥상에 앉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대답을 하고,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에 빠져 앞의 친구를 보지 못하고 머리를 부딪치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대화를 할 수 있어 소통을 넓혀준 것처럼 보이지만, 눈 마주치는 대화를 방해하기도 했다. 기계가 아닌 인간과 마음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진솔한 대화와 소통을 주제로 하는 문화 콘텐츠들이 눈길을 끈다.

7년 만에 만난 동생과의 진솔한 대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아무리 각별하고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형제 동욱과 동현이 그렇다. 서로 가슴에 난 상처를 모른 채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이들은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어느 날, 7년 만에 재회해 가슴을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시작한다.

스물넷에 부모님을 여읜 동욱은 여동생과 막내 동현을 뒷바라지하며 가장 노릇을 하느라 마흔이 넘도록 결혼도 못한 채 혼자 살아왔다.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날 간만에 모든 식구가 모여 밥 한 끼 먹을 행복에 부풀지만, 시집간 두 여동생은 이런저런 핑계로 약속을 취소하고, 동욱은 혼자 쓸쓸함을 느낀다. 이때 집을 나갔던 막내 동생 동현이 갑자기 7년 만에 돌아오고, 이들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한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가슴에 상처가 있던 동욱-동현 형제와 이들을 찾아온 발랄한 여자 유미리의 에피소드를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다. 왼쪽부터 동현 역의 김종선, 유미리 역의 웨이, 동욱 역의 김성기. 사진 = 초이스엔터테인먼트

그러던 중 동현의 가출 이야기로 두 형제의 갈등이 폭발하려는 순간, 별안간 웨딩 센터에서 일하는 푼수 가득한 여자 유미리가 나타나 결혼을 축하한다며 이상한 이벤트를 벌인다. 알고 보니 유미리는 집을 잘못 찾아온 것으로,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절망한다. 처음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유미리의 모습을 보고 두 형제도 조금씩 서로 다가가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 감춘 진심을 알게 된다.

피아니스트가 되길 꿈꿨던 동욱은 자신보다 재능 있는 동생을 뒷바라지 하고 싶었고, 동현은 그런 형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다. 반항심에 가출한 동현은 어선을 탔다가 손을 다쳤고, 동욱 또한 말초신경이 마비돼 점점 손에 감각이 없어지는 상태다. 이 와중 대화를 나눈 형제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혼신의 피아노 합주를 시작한다. 두 형제가 연주하는 ‘사랑’은 이 공연의 백미로, 합주를 마친 형제는 더 이상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고 미소 짓는다.

이종석 연출은 “이 공연은 사랑과 소통에 관련된 이야기다. 남자들끼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가슴 속 사랑은 누구보다도 뜨겁다. 그런 형제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극본을 쓴 오은희 작가는 “비 내리는 걸 보면 울적한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낀다. 이처럼 비는 자연이 주는 가장 정화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제목처럼 형제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사랑의 비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8월 30일까지.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
연극 ‘잘자요, 엄마’

콘셉트 자체만 보면 오싹하다. 연극 ‘잘자요, 엄마’는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을 다룬다. 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물음과 함께 삶과 소통이라는 인간의 본질을 파고든다.
미국 남부의 한 시골집. 간질병을 앓는 딸 제시는 남편과 이혼한 뒤 엄마 델마와 살아간다. 매주 토요일 딸이 해주는 매니큐어를 기다리는 델마에게 제시는 아빠의 권총을 찾으며 불현듯 “오늘 자살할 거야”라고 말한다. 델마는 처음엔 딸의 말을 믿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농담이 아님을 알아챈다. 엄마 혼자서도 지낼 수 있도록 마지막 준비를 하는 제시는 그동안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하고, 모녀는 가까웠기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서로 나눈다.

▲연극 ‘잘자요, 엄마’는 딸의 자살을 앞둔 마지막 밤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왼쪽부터 배우 이지하, 김용림, 나문희, 염혜란. 사진 = 수현재컴퍼니

완벽해 보이는 모녀였지만, 딸은 엄마를 보살피면서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자살하기 전날 밤만큼은 엄마와의 온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엄마는 자신이 딸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밤에서야 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딸을 소유물로 생각했음을 깨닫는다.

문삼화 연출은 “극단적인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만 소통하는 두 모녀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과도 같다”며 “마치 오늘이 마지막 밤인 것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라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딸을 떠나보내는 엄마 역의 김용림은 “나도 딸이 있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그 사이를 이해한다. ‘우리 엄마는 왜 이래’ ‘우리 딸은 왜 이래’ 하면서 서로 지지고 볶는 모녀가 이 작품을 보고 서로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1982년 오프 브로드웨이 레퍼토리 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잘자요, 엄마’는 1983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고, 1987년 한국에서 초연됐다. 박정자, 손숙, 윤소정, 예수정 등이 공연을 거쳐 갔으며 올해 무대엔 나문희와 김용림이 출연한다. 공연은 대학로 아트워씨어터 1관에서 7월 3일부터.

맛있는 음식과 대화 속 꽃피는 소통
대화하고픈 심리 자극하는 영화 ‘심야식당’

영화 ‘심야식당’은 자극적이지 않다.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 조용히 자리 잡은 밥집에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장소가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상처를 치유 받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시간조차 없는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귀가할 무렵 문을 여는 심야식당은 따뜻한 밥을 먹는 장소이자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 대화의 장이 된다.

심야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28년간 게이 바를 운영한 50대 게이 ‘코스트’, 스트리퍼 ‘마릴린’, 조직 폭력단의 간부로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은 ‘켄자키 류’ 등이 단골손님이다. 이들은 도시 생활에 지친 소시민으로, 우연히 심야식당을 찾고 마스터가 건네는 맛있는 요리 한 점과 술 한 잔으로 하루의 시름을 잊는다. 상대가 누구이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정감 있는 인사를 건네는 마스터의 존재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대화하고픈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심야식당’은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 조용히 자리 잡은 밥집에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치유받는 내용을 그린다. 사진 = 호호호비치

극 중 심야식당을 찾는 사람들을 맞는 마스터 역의 코바야시 카오루는 “요리 영화라서 음식이 주인공인 것 같지만 이별, 사랑 등 인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진짜 주인공”이라며 “그들이 우연히 심야식당을 찾아와 마스터가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정신적으로도 힐링을 받아 새로운 마음으로 재출발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이 대화를 통해 자신과 서로의 마음을 어떻게 채워가는가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 ‘심야식당’엔 사람이 죽거나 자극적 장면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인생이 펼쳐지는 게 일상이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통하고 치유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30대 여성들은 정말 이런 식당이 있으면 꼭 가고 싶다고 하더라”며 “그만큼 세상에는 소소한 위로와 소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심야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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