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MIT가 뽑은 혁신 50대 기업에 中 약진하고 삼성·LG 사라지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따오르고 있는 샤오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샤오미에 대해 “애플 모방품 제조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 샤오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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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 Motors)와 중국 모바일 제조사 샤오미(Xiaomi)가 전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기업 1, 2위로 선정됐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과학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해 ‘가장 스마트한 기업 50(50 Smartest Companies)’ 순위를 선정해 발표해 왔다. 6월 23일(현지시각) 공개된 올해 순위에서 샤오미를 비롯해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중국 기업은 10위권 내 이름을 올리며 선전한 반면, 한국의 대표 글로벌 기업 삼성과 LG는 순위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만이 37위에 이름을 올려 체면치레를 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이하 MIT 리뷰)는 2010년부터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IT·운송·에너지·바이오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가장 스마트한 기업 50’을 매해 발표해 왔다. 스마트한 기업의 선정 기준에 대해 MIT 리뷰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모두에서의 혁신성”이라고 밝혔다. 기술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중요한 평가 기준인 셈이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한 ‘가장 스마트한 기업’은 어디일까? 작년 2위였던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올해는 첫 손에 꼽혔다.
MIT 리뷰는 테슬라에 대해 “배터리 산업을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상업적 영역으로 획기적으로 확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테슬라는 지난 4월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과 산업용 배터리 ‘파워팩’을 발표하며 전기차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재생 에너지와 배터리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 주에 50억 달러(한화 5조 2천억 원)를 투자해 세계 최대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MIT 리뷰는 전기차 개발에서 출발한 테슬라가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에 주목했다.
전 세계 모바일 업체 중 지난 몇 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인 샤오미가 2위에 올랐다. 2014년 이 순위에서 샤오미가 30위였던 점을 생각하면 샤오미의 가파른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장세의 일등공신은 물론 값싸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샤오미는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샤오미는 스마트폰에 연계된 다양한 유료 앱을 통해서도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제는 스마트폰 이외에 체중계나 공기청정기, 모바일 배터리 등 샤오미가 만든 디지털 주변기기들이 국내에서 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MIT 리뷰는 샤오미에 대해 “애플 모방품 제조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폰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샤오미와 함께 올해 중국 기업들의 선전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해 순위권 밖이었던 알리바바는 올해 순위가 급상승해 4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으로 성장하면서 ‘알리페이’ 같은 디지털 월렛(지갑)과 뱅킹 서비스가 특히 주목된다”는 평가다.
전 세계 최대 게임 서비스 회사가 된 텐센트는 지난해 11위에서 7위로 올라섰고, 중국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Baidu)는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해 선정된 기업 수는 비슷하지만, 순위가 크게 올라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기업이 많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상황은 중국과 반대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4위와 46위로 순위에 포함됐지만, 올해는 두 기업 모두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과학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스마트한 기업 50’ 순위를 6월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선정된 50개 기업에서 전체 30%에 달하는 15개사가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들이라 관심을 끌었다. 사진 = MIT 테크놀로지 리뷰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2013년 40위에서 2014년 4위로 진입한 적이 있다. MIT 리뷰는 당시 삼성에 대해 “기업의 수직 계열화를 극대화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2%를 차지했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MIT 리뷰의 평가는 많은 부분 중국 기업들의 것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이 삼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는 사이,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그동안 경쟁 업체들에 밀렸던 LG전자는 2014년 “휘어지는 스마트폰 등의 기술 혁신으로 3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처음 순위에서 46위로 이름을 올렸으나 올해는 다시 순위 밖으로 밀렸다.
네이버 ‘라인’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이번 순위에 들었다. 하지만,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내 자회사이다. MIT 리뷰 역시 “라인이 일본에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평가했다.
바이오·제약 분야의 혁신 기술 주목
올해 MIT 리뷰의 스마트 기업 명단에는 바이오·제약 회사들과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이 유독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워치 등 본격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으로 건강 분야와 헬스케어 기술이 관심을 받는 현실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3위를 차지한 일루니아(Illumina)를 포함, 전체의 30%에 달하는 15개사가 관련 분야의 기업들이었다.
MIT 리뷰에 따르면 일루미나는 인간 DNA의 게놈 서열을 해독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게놈 해독의 대중화는 의료 진단과 치료 방법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게놈 해독 1천 달러’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또 DNA 분석 기술을 가진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운실(Counsyl)이 5위에 올랐다. 카운실은 DNA 분석 기술을 활용해 보다 용이하게 유전 질병이 태아에게 대물림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사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14위 얼라이브코어(AliveCor)는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심장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원격의료 기술을 보편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IT 리뷰는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8위), 오바사이언스(OvaScience, 11위),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rences, 15위) 등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유전자 분석 등의 연구 성과에서 큰 진전을 보이며 질병을 막는 상품들을 대거 생산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도 지난해 순위에서 밀렸던 시가 총액 1위 기업 애플(Apple)은 ‘애플워치’ 덕에 16위로 재진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역시 순위에 48위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서비스) 혁명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Uber)가 50위로 턱걸이를 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