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LG경제연 “메르스 경제피해 3분기까지 계속”
“구조개혁 하고 내수 통한 성장 추진해야” 권고
▲9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알림 2관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 등이 주최한 ‘2015대한민국 명품관광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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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진우 기자) LG경제연구원(이하 연구원)은 7월 8일 발표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자 물가는 올해 평균 0.8% 상승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경상수지 흑자는 1180억 달러 수준으로 GDP의 8%를 넘어설 전망”이라면서 “하반기 중 정책금리는 유지되거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완만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이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엔화 및 유로화 등 다른 나라들의 통화 약세로 원화의 실질 실효환율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연구원의 보고서 요약이다.
세계경제 3% 초반의 미진한 성장
연초 미국 경제가 한파 및 파업 등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유로 존과 일본 경제의 성장세가 높아지고 미국도 2분기 들어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어 회복 흐름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저유가에 힘입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등 내수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의 세계 수요를 이끄는 힘이 약해졌다. 유로 존과 일본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이는 통화 약세 효과로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크며, 자국 내 소비 회복은 빠르지 않아 세계 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힘은 크지 않다. 더욱이 유로 존은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 리스크가 불거지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한 그동안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세계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통화 정책의 흐름도 바뀔 것이다. 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세계 수요를 유발하는 힘이 약해지고 금융 시장의 출렁임도 커지면서 개도국 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은 하반기 부양책 효과가 기대되지만, 완만한 하향 기조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중국의 성장 둔화 추세도 이어지면서 개도국은 지난해보다 경제 활력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의 성장 둔화는 세계 교역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1분기까지 세계 교역 물량 증가율은 2.2%에 머물러 지난해 3.3%보다 더 낮아졌다.
그리스 사태는 유로 존 경제의 회복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 존 탈퇴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가계 및 기업의 수요 심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 민간 은행들의 그리스 국채 보유가 크게 줄었지만 디폴트 발생 시 손실 확대가 불가피해 신용 경색으로 인한 민간 수요의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올해 유로 존 성장률은 1%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 수익 개선이 투자로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는 1분기 중 연율 3.9% 성장하는 등 빠른 반등 추세를 보였다. 법인세 인하 등 정책 효과도 작용하면서 금년 중 기업 투자가 일본 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수익 확대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이러한 흐름은 상당히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은 비교적 무난히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잠재성장률 상승을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까지는 힘과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 일본의 성장률은 지난해 제로 성장에 따른 반등 효과로 1%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잠재성장률 수준인 0%대 중후반으로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올 들어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도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생산 활동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추가적인 성장률 저하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정부의 수출세 환급 등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 둔화, 위안화 실효 환율 절상 등으로 부진을 벗어나기 어렵다. 수출 둔화에 따른 기업수익 저하가 가계 소득 부진으로 이어져 소비를 제약하는 상황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다. 주식시장 급락 등 경착륙 리스크도 여전하다.
올 들어 수출 부진이 더욱 심해지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 활력이 뚜렷이 낮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교역 둔화 추세가 가속되고 있는 데다 원화의 실질가치도 상승하면서 수출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2분기 중에는 저유가에 따른 실질소득 증대 효과와 저금리 및 자산 가격 상승 흐름 등으로 소비가 다소 개선되었으나, 메르스 발생에 따른 충격으로 6월 중 국민들의 외부 여가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여가문화, 의료보건 등 서비스 생산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제 충격은 3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추가적인 메르스 발생이 진정될 경우 우리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빠르게 호전돼 3분기 중에는 예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불안감은 7~8월까지 이어지면서 관광 부문 소비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
“외국인의 ‘메르스 공포’로 휴가철 경제 타격
올 초까지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건설 투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주택 분양에 힘입어 하반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을 통한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도 하반기 경제가 내수 위축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수출은 회복되기 어렵다.
설비 투자는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비교적 높은 평균 5%대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활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저금리,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낮아진 생산비용과 규제완화 등 정책 효과로 그동안 미뤄 두었던 투자를 재개하고는 있으나, 기업수익성 저하로 자금 여력이 많지 않아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집약도가 높은 수출 제조업의 부진이 심하다는 점이 설비투자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국내외 경제 활력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데다 미국 금리 인상 및 그리스 리스크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저하 우려도 확대되면서 설비투자 둔화 추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R&D 부문을 중심으로 장기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는 계속 이뤄질 것이나, 대규모 설비 확장을 꺼리는 경향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기존 설비 유지보수 위주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세에 비해 빠르게 늘었던 고용은 올해 뚜렷한 둔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취업자 증가수가 높아졌지만, 이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로 고용이 위축된 데 따른 반등 효과가 크다. 더욱이 메르스 확산으로 여가 및 관광 관련 서비스 수요가 위축되면서 고용 충격이 수개월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선 자영업자 수는 올해 감소 추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부문 개혁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서 직접적인 공공 일자리 창출도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리스 사태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원화 가치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상은 금년 중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외국 자본 유출 확대를 통한 절하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에 대한 우려도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수시로 원화환율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연구원은 정책 방향과 관련해 “메르스 사태로 정부 정책이 경기 순환적 흐름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성장세 저하가 구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정책 초점을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며 “세계적으로 경쟁력 순위가 낮은 우리 노동시장과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수출과 함께 내수가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내수서비스 활성화 정책을 더욱 체계적,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대대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