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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남의 버디를 축복해야 나도 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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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0호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5.07.23 08:48:2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필자는 26년간 약 1700 라운드의 골프를 했다. 처음 10년간은 한마디로 죽기 살기로 골프를 쳤고, 적은 금액이라도 꼭 내기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돈 따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게임에 집중해 재미를 느끼자는 취지였지만, 이따금 단위가 커지면 골프 자체보다는 내기에 더 중점을 두니 결국 내기가 골프를 잡아먹는 셈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생 모임에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K와 한 조로 플레이하게 됐다. 핸디캡 차이가 많기 때문에 스트로크보다는 매홀 스킨스로 내기를 했다. 두 홀이 승부가 나지 않아 스킨이 세 개로 커졌는데, 필자는 세컨 샷을 잘 쳐서 핀 옆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K는 힘차게 친 티 샷이 러프로 들어가서 볼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볼의 라이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친 세컨 샷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구르고 굴러 핀 옆에 안착해 똑같이 버디 기회가 생겼다. 사실 K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드 하는 샐러리맨이고, 버디는 1년에 한 두 개 밖에 잡지 못하니, 그가 성공한다면 일기장에 적을 정도로 감격적인 추억의 라운드요, 행복한 결과가 되는 셈이었다.

그때 필자는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버디를 ‘실패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고 있었다. 함께 즐기자고 만난 것인데 조그만 돈 욕심 때문에 친구의 희망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바람대로 그의 버디 퍼팅은 빗나갔고,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필자도 나쁜 마음 때문인지 그 쉬운 버디 퍼팅을 놓쳤다.

그날 밤 필자는 골프를 왜 치는 것인지에 대해 참 오래 묵상을 했다. 그리고 많은 반성도 했다. 동반자를 위해 기도는 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그가 잘못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골프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그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구하면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하나님은 이따금 우리의 기도에 거부권을 행사하시는데, 그것은 선한 목적의 기도와 바람이 아닌 경우에 해당된다.

골프에서 복 받으려면 동반자를 먼저 축복하라

몇 년 후 친구 P, 그의 후배 N 사장과 라운드 할 때, P가 롱퍼팅을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N 사장도 만만치 않은 거리에서 멋진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필자는 하이파이브로 축하했다. 그에게서 좋은 기를 받았는지, 필자 역시 쉽지 않은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세 명 전원이 그 홀에서 버디를 하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재은 선수가 벙커샷을 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때 필자는 좋은 축하와 축복의 기운은 옮겨지는 것임을 느꼈고, 그 이후 버디의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돼 동반 버디가 자주 나오게 된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동반 버디 실적은 점점 올라갔고, 급기야 필자는 동반 버디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짓궂은 친구들끼리 내기할 때는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동반자가 OB를 내면 좋아서 웃다가 자기도 따라서 OB를 내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동반자가 티 샷을 그린 앞 해저드에 빠뜨리는 것을 보며 깔깔대고 웃다가 똑같이 물에 빠뜨리는 장면 역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동반자의 큰 실수를 진실로 안타까워하는 골퍼들은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 필자는 어떤 경우라도 ‘안 돼, 들어가지 마, OB 한 방 부탁해’ 같은, 동반자에 대한 저주의 발언은 농담으로라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축복과 저주는 상대가 받지 않으면 그 말을 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홀에서 네 명이 전원 버디를 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세 번째로 버디 퍼팅에 성공하자, 마지막 남은 동반자가 “세 분이 구멍을 다 막아 놓고 갔네”라고 말했다. 그때 필자가 “아닙니다. 분명히 하나 더 남아 있는 걸 확인했는데요”라고 대답했고, 그도 버디 퍼팅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전 홀에서 보기한 필자가 버디를 치고도 말구로 티 샷 하는 아주 진기한 경험을 했다.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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