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의 세계 뮤지엄 - 나오시마]미술관·바다와 함께하는 아트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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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나오시마는 이미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예술의 섬이다. 짧게 아트 투어를 다녀오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한국이 가까워서일까, 곳곳에 한국어로 된 안내 문구도 반갑다. 뿐만이랴, 곳곳에서 들려오는 외국어도 가지가지다.
지도상 일본의 가운데 즈음, 쑥 들어간 지중해와도 같은 섬 마을이 바로 시코쿠 지역 카가와 현의 나오시마 섬이다. 돌을 비롯한 천연자원이 풍부했기에 19세기에는 특히 미쓰비시의 제련소가 생기며 크게 융성했지만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오랫동안 버려졌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빈 집만 남게 된 쓸쓸한 섬이었다.
이곳이 오늘의 예술 섬으로 변모한 것은 1985년 교육 회사로 유명한 베넷세 그룹의 테츠히코 후쿠타케(Tetsuhiko Fukutake) 전 회장이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꿈의 동산을 만들겠다는 뜻을 펼치면서부터이다.
1989년 안도 다다오의 지휘 아래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몽골식 국제 캠프 지구가 지어졌고, 카렐 아펠의 대형 조각 작품이 처음으로 섬에 들어왔다. 1992년 베넷세 하우스, 1994년 베넷세 해변의 야외 조각장 등이 차례로 들어서며 예술 섬이 되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섬의 버려진 빈 집에 예술가들이 개입하는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라는 현장 참여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돼 오늘날까지 조금씩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나오시마 방파제에 설치된 야요이 쿠사마의 ‘펌프킨’.
현재 모두 6개의 집이 있는데, 그 중에서 안도 다다오가 개조한 건물에,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미나미데라(南寺)와 2013년 리움 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열며 한국에 이름을 알린 바 있는 히로시 스기모토(Hiroshi Sugimoto)의 작품이 있는 고오신사(護王神社, Go’s Shrine)는 놓치지 않고 꼭 보아야 할 곳이다.
자전거 타고 섬 누비고 수영하며
석양 보면 동심으로 돌아온 듯
2004년에 개관한 지추미술관은 나오시마 예술 섬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 하다. ‘지중(地中)’ 이라는 이름 그대로 섬의 높은 언덕에서 시작해 땅 아래로 내려가며 완공된 미술관이다. 하늘 위에서 바다가 보이도록 찍은 미술관의 전경이 압권이다. 미술관에 들어가는 길은 마치 여고시절 학교에 가듯 교문처럼 생긴 철문 앞에서 표를 내고, 언덕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안도 다다오 특유의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미술관 길을 따라 빙빙 돌면서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클로드 모네의 대형 수련 작품, 제임스 터렐의 빛을 이용한 체험형 설치 작품, 월터드 마리아의 거대한 조형물 등을 볼 수 있다.
▲베넷세 미술관에 앞 바닷가에 설치된 작품. 사진 = 김영애
월터드 마리아의 작품이 놓인 곳은 마치 신화 속의 성전에 들어선 듯하다. 수많은 계단과, 오각형, 사각형 등 신비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금색 기둥, 그리고 언제 굴러 떨어질까 마음을 졸이게 하는 거대한 대형 구가 압권인 장소다. 어느 곳에 서서 사진을 찍어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나올 것 같은 공간이지만, 촬영은커녕 물을 마시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다행히 미술관 밖으로 나와 베넷세 미술관 근처의 바닷가로 가면 월터드 마리아의 대형 구 조각품이 전시돼 있으니 그 곳에서는 마음껏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베넷세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 ‘니키’. 사진 = 김영애
지추미술관에서 나와 2010년에 새로 건립한 이우환 미술관을 지나 베넷세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자연의 예술을 보여준다. 지추미술관 근처에는 모네의 수련을 연상시키는 작은 연못 길도 조성돼 있다.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품이 설치된 고오신사. 사진 = 김영애
베넷세 미술관은 프랭크 스텔라,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 숙박을 하면 밤늦도록 미술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학교에 가듯 지추 미술관의 언덕길을 올라가고, 각각의 프로젝트를 방문해 출석 도장을 받고,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섬을 누비고, 발길 닿는 곳에서 수영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석양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한 착각이 든다.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말 그대로 오감으로 ‘아트 힐링’을 누리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리 = 왕진오 기자)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