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배우 남소연]“10년 전도, 10년 후도 내 삶은 연기자”
▲배우 남소연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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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예쁘장한 외모에 다소곳한 태도. 마냥 청순가련할 것만 같은 그녀에겐 의외의 잔인한(?) 얼굴이 숨어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가면’에서 여주인공 수애를 괴롭히는 동창 역할로 출연했기 때문. 분량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악랄한 표정과 화살 같이 꽂히는 독설 하나하나에 청순한 첫인상은 온데간데없이 때려주고 싶은 천상 악녀 같은 연기였다. 배우 남소연은 이 말에 털털하게 “하하” 하며 웃었다.
“그동안 주로 착하고 얌전한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꼭 못된 악녀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분량은 적었지만 상관없었어요.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했거든요. 악녀 연기엔 처음 도전하는 거라 매우 흥미로웠어요. 의외로 적성에 맞았다고나 할까요(웃음)? 악녀는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고, 먹을 땐 어떻게 먹고, 화장은 어떻게 하고, 말투 하나하나가 어떨지 낙서하듯 글을 쓰며 연구했어요. 악녀계의 롤모델이요?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캐릭터도 많이 봤어요(웃음).”
아직 남소연이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1999년 엠넷 공채 7기 VJ 시절을 거치고, 2006년 드라마 ‘걱정하지마’로 데뷔한 뒤 드라마 ‘대장금’, ‘주몽’, ‘불멸의 이순신’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펼친 베테랑 배우다.
연기의 길을 걷게 될 줄은 몰랐다. 본래 꿈도 아니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악바리 근성은 다부졌다. 어떤 일에 도전하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끝장을 봐야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렸을 때 손가락이 짧아 피아노를 배울 때 힘들었는데,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배우고 스스로 만족한 다음에야 손을 놓았다. 공부도 잘해 명문 고려대를 나왔다. 그런 그녀가 뜬금없이 연이 없던 연기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은 대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때 등록금 마련을 목적으로 잡지 모델을 했는데, 촬영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단순히 포즈만 잘 취하는 것 뿐 아니라 연기력 또한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그렇게 조금씩 연기에 흥미를 가지다 본격적으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열정에 겁 없이 뛰어 들었다.
“처음엔 주위의 반대가 많았고, 저 또한 계속되는 무명 생활에 과연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나 최근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공백 기간 동안 마치 중독된 것처럼 연기를 계속 생각하고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다른 어떤 일보다 연기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연기를 아직 하지 못했고, 또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흔들리지 않고,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평생 연기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또 배우는 점이 많았다. 가만히 앉아서 책만 봐서는 알 수 없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선배 배우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남소연은 2009년 타계한 故 여운계의 조언을 아직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신인이던 그녀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고.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악바리 근성
드라마-연극-영화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워
“대학 선배인 여운계 선생님이 제게 연기를 왜 하냐며, ‘연기를 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스타가 되고 싶은 거냐’ 물었어요. 잘 모르겠다고 하자 선생님이 ‘단순히 그냥 연기가 좋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연기가 나중엔 독이 될 수 있다’며 ‘확고하게 마음을 가지고 모든 열정을 쏟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때는 무슨 말인지 솔직히 잘 몰랐는데, 요즘에 와서 정말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선생님 조언대로 항상 초심을 잊지 않고,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롤 모델은 김희애다. “신인 시절, 빨리 어떻게든 잘되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런데 평생 연기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길고 멀리 보며 내 연기가 인정받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점에서 김희애 선배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가정을 잘 지키면서 연기에 프로페셔널하게 임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텐데 평생 연기의 끈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연기를 할 거냐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반대로 10년 뒤의 모습을 묻자 “도움이 필요한 배우를 돕고 싶다”고 했다.
“정말 힘든 일이 많았지만 제 성격상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연기의 길을 택할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정말 100% 열심히 했냐고 자문하면 아직 그렇다고 답을 못하거든요. 잘되고 싶다는 마음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제대로 연기할 수 있도록 저 자신이 먼저 준비돼 있어야죠. 그리고 10년 뒤엔 같은 길을 걷는 배우를 돕고 싶어요. 주위에서 기획사 없이 연기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배우를 많이 봤어요. 작게나마 제가 자리를 잡아 거창한 매니지먼트는 아니더라도 배우들이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그 꿈을 위해서 일단 제가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남소연은 꿈을 향해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 중이다.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지만 드라마만 고집하진 않는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간다. 무대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극 ‘머쉬멜로우’ ‘웰컴 투 오아시스’에 출연했고, 현재도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기존에 볼 수 없던 새 연기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며 밝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팔색조처럼 빛날 그녀의 연기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