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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경찰서 민원봉사실은 다양한 민원인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고소장이나 진정서를 접수하려는 사람부터 민원서류 발급, 운전면허 갱신, 범칙금 교부까지 시민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여기서 작성할 수 있는 민원서류 종류만 30가지나 된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사연도 많다. 얼마 전 용산경찰서에서 30여 년간 생사도 모르고 지냈던 자매가 재회해 화제가 됐다. 용산서 민원봉사실장으로 근무 중인 서선화 경위(52)는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헤어진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민원봉사실이 돕고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극적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는 서 경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느 때처럼 민원 처리하고 서류 발급하느라 바쁜 하루였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다 되어 민원실을 찾은 한 아주머니가 불쑥 오래된 호적등본을 내밀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동생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민원봉사실장 서선화 경위는 이금순(가명·66) 씨의 사연을 이렇게 알았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이 씨는 연락이 끊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에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서 경위는 “이 씨의 사연을 들었을 때 안타까운 마음에 꼭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977년 4월 국제결혼을 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전에는 가족들과 경기도 고양시에서 살았다. 이 씨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이 씨는 2남 4녀의 가족을 홀로 책임지는 어머니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일찍 국제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이 씨는 동생들과 자주 연락을 하면서 향수를 달랬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씨와 한국의 가족들이 모두 집을 옮겼고, 연락처를 알 수 없게 되면서 연락이 끊겼다고 서 경위는 사정을 전했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이사하면서 바뀐 전화번호를 서로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이 씨와 그의 가족들은 생사조차 모른 채 지금까지 떨어져 살았다.
그러던 중 2011년 타국에서 곁을 지켜준 남편과 사별하게 되면서 이 씨는 한국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특히 외로워하는 이 씨의 모습을 본 아들은 “한국에 가서 가족을 찾아보자”고 권했다. LA 총영사관으로부터 한국 경찰서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서 경위는 “6월 23일 입국해 바로 다음날 이태원 지구대를 찾아갔던 모양이다. 그곳에서 용산경찰서 민원실로 가보라고 해 이 씨가 아들과 함께 여기로 찾아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가 들고 온 국제결혼 신고접수 증명원과 호적등본을 바탕으로 서 경위는 주민자체센터와 협조해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